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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년전 다녔던 직장의 간판을 볼때마다

많은 감정 조회수 : 2,560
작성일 : 2021-10-30 09:21:25
버스로 6정거장을 가면, 근무했던 작은 병원이 지금도 있습니다.
2교대로 밤에도 일했던, 11월중순에도 카운터밑에 히터하나도 넣어주지않고
새벽에도 교통사고환자들의 베드를 깔고, 
접수하고, 혼자 링겔놓던 그일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방사선기사와 사무장님을 비롯해서 총인원 7명.
그리고 자주 사모님이 오셔서 의무기록사와 함께 접수를 보셨던 곳.
네, 다 기억납니다.

그곳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왕따를 당하고 외로웠는지.
혼자 붕대정리하고 세탁물 정리하고,
드레싱치우는 와중에도 혼자 진료실을 들어가고 한시도 쉬지못하고
같이 똑같은 일을 했던 간호조무사2명에게서도 무시당했던것.

그둘은 저와 근무하는 그 날이면,
절대 진료실을 들어가 서있지않아요.
환자를 안내하고 그 환자뒤에서 온종일 서있어야 하는데
손목인대가 늘어나 처음 내원한 환자분이 
뉴질랜드로 아들 유학시킨 이야기를 한시간에 걸쳐 말할때에도
꼼짝없이 환자뒤에 서있어야 해요.

제가 링겔을 실수하지도 않고
물건정리와, 청소및, 수납도 깔끔하게 하고
진료실도 늘 혼자 들어가고
또 하루걸러 2교대근무하기때문에
밤에도 환자들을 봐야 하는데
그런 우리를 쉬도록 만든 방이 없어서
늘 카운터에 앉아있어야 했어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고, 개인신경정신과의원에서
두달 일한뒤 원장님이 폐업신고를 낸후
우리 옆동네에 오픈한  병원에 들어간곳인데
그곳에서 1년을 일했어요.

동료중 어느 누구도, 전날밤의 널려진 드레싱을 치우지않았고
소독을 해두지않았고.
포타딘이나 알콤솜을 만들어두지않았고.

카운터위에 요플레를 올려두고 치우지않아도
원장님이 절 보고 신경질부리고.
청소아줌마가 치우지않은 쓰레기통에서 한달된 발(석고기부스)가
냄새난채로 들어있는것을 화를내고.

그 어느누구도 제게
다정하게 대해주지않고,
방사선기사도 눈을 부릅뜨면서
환자이름 순서대로 안불렀다고 화내고.

나중엔 한다는 말이
차트가 뒤바뀌어진것을 몰랐다고, 빈정대는 어조로
말해서 황당했지만 밀려드는 환자들을 안내하느라
곧 잊었어요.

그 방사선기사가 그렇게 감싸고 돌던 21살된
간호조무사가 있었는데
그친구가 그렇게 제게 거만하고,
그친구역시 저와 일할땐 진료실을 들어가지않았어요.
링겔도 서툴러서 환자들에게 크레임이 많이 걸려도
저처럼은 그렇게 뭇매를 맞지않았고
원장님도 그 친구를 그렇게 감쌌습니다.

그러는 사이 1년이 흘렀고
못다닐것같았어요.
제가 그사이에 퇴사를 말했더니,
그 이유에 대해 물었을때
첫번째는 말을 못했고.-자존심때문에
두번째는, 힘들고 외로워서 못다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더 나아진것도 없이.
1년이 된 4월달에 퇴사했는데
그날 벚꽃이 피던 그 나긋나긋한 날,
그 가벼운 날씨처럼 오후 2시에 나갔어요.

그리고 잊은줄 알았는데.
그 힘들었던 시절이 꿈에서도 나오고
검은 한덩어리의 사람들이 일하라고 다그치는데
날 괴롭히는 사람이 누군지 보려고해도
검은 보자기들을 쓰고있어서 알수도 없어
힘들어했던 꿈을 몇번을 꾸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버스를 타고가다보면
창가에서 올려봐지는 그 병원.
참 후회되요
진작에 그만두지못한것을요.
전 제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각맞춰놓으면서 정리를 해놓고
링겔을 잘놓고,
환자들에게도 상냥했는데도
왜 그런 대접을 쓰레기처럼 받았는지
지금도 모르겠던데
퇴사하고 난후 도서관에 갔다가
그곳에서 이런 글귀를 본거에요.
직장생활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않는데
오랫동안 다니는건 내 정신을 좀먹는 일이라고.
그 활자들이 제눈에 한글자씩 타이핑되어서
읽혀질때 또 한번 너무 맘이 아프더라구요.
정말 제인생에서 그일은 저혼자만 알고있는 비밀이에요.


IP : 1.245.xxx.13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1.10.30 9:39 AM (182.216.xxx.168)

    옆에 계시다면 진심으로 위로드리고 싶네요
    안좋았던 기억이 불쑥 떠올라 힘들때마다
    같이 화내고 백번이라도 같이 욕해드리고 싶어요
    내가 아니라도 그럴사람들이었고
    나라서 당한게 아니예요
    그사람들은 더 나쁜사람들에게
    당하는날에도 권선징악을 깨닫지 못하고
    운이 나빴다 생각할만큼 우매해서
    평생 그 꼴로 살아가겠죠
    결이 다른 사람을 만나 힘들었던 님을 위해
    앞으로는 늘 행운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 2. 같이
    '21.10.30 9:54 AM (121.147.xxx.61)

    일하는 분들이 다정해도 제일 윗대가리만 저를 갈궜어요.
    1월11일인 그날도 저의 재계약(5.1자가 재계약일임)을 허락한적 없다며
    제 옆에서서 다른 직원분들께 퍼붓던날
    둘째아이 만삭인 채 다들 점심먹으러 갈때
    먼저 드세요하고서 빈사무실에서
    의자를 그대로 뒤로민채 집으로 왔던 기억이 납니다.
    뱃속아이가 이젠 고1이 되었네요.
    먼저 태어난 첫째가 제발목을 잡아
    지금까지 살아있을 정도로 당시엔 너무 비참하더군요.
    그 터널에서 빠져나오기까지 10년 걸렸네요.
    주변도움이 컸어요.

    혼자만 삭히시면 더 힘들것 같아요.

    그 개새끼는 70중반에 사망했는데
    아무도 짠해하지 않더군요.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것에 확신이 생기더군요.

    맞아요.
    저두 다른분들께 조언할때
    미친놈 있는곳은 얼른 나오는게 상책이라고 말해줘요.
    알아주겠지했던 마음이 너무 어렸었어요.

  • 3.
    '21.10.30 10:05 AM (119.67.xxx.170) - 삭제된댓글

    그래도 잘 나오셨으니 됐지요. 나오신후 그 뺀질이들끼리 서로 안하려고 했을텐데 꼬시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저한테 잘 못대한 사람이 있는데 못사는건 너야라고 생각합니다. 전 잘되서 다른데 갔구요. 제가 중요한 주무 위치였는데도 누군가 해야할 일 하는거라고 낮잡았는데 잘되서 딴데 갔으니 그 누군가 해야할일 누군가 했으려니 합니다.

  • 4. ㅇㅇ
    '21.10.30 10:07 AM (211.193.xxx.69)

    원글님은 병원의 그 무리들한테서 왕따를 당했군요
    사람들 무리에서 그런게 있더라구요
    어느 한 사람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왕따를 당하고 있으면
    그 왕따 놀이에 별로 가담하고 싶지 않은 사람조차도
    차츰차츰 그 사람을 왕따를 시키는데 익숙해지는 거요
    그래서 결국은 다수가 한 사람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상황이 되는거죠
    왕따가 시작되는 초기에 윗사람한테 적극적을 어필을 해서 왕따가 멈춰지게끔 하든가
    그게 안되면 그곳에서 나오는 방법밖에 없을것 같아요

  • 5.
    '21.10.30 10:07 AM (119.67.xxx.170)

    그래도 잘 나오셨으니 됐지요. 나오신후 그 뺀질이들끼리 서로 안하려고 했을텐데 꼬시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저한테 잘 못대한 사람이 있는데 못사는건 너야라고 생각합니다. 전 잘되서 다른데 갔구요. 제가 중요한 주무 위치였는데도 누군가 해야할 일 하는거라고 낮잡았는데 잘되서 딴데 갔으니 그 누군가 해야할일 누군가 했으려니 합니다.

  • 6. ㄴㄷ
    '21.10.30 11:58 AM (118.235.xxx.211)

    나쁜꿈을 꿨다고 생각하셔요
    이제는 깨어났으니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 7. 피치
    '21.10.30 10:21 PM (61.74.xxx.64)

    20년전 다녔던 직장의 간판을 볼때마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서 읽어 나갔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토닥토닥...
    비슷한 경험 중인데 6개월 지나니 조금 나아지네요.
    이젠 그냥 어이없네 왜 저러고 살까 하고 무시해버리는 노력을 해요.
    그래도 참 그만 두고 싶은 순간이 많습니다. 무례하고 어리석고 존중을 모르는 사람들 딱하다고 여기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더 잘 되면 되죠!

  • 8. 원글
    '21.10.31 10:35 AM (1.245.xxx.138)

    그당시의 제가 27세였는데 26세에 따고 그사이에 이런 스토리가 나온거죠,
    로컬정신과의원은 환자가 오질 않아서, 다닌지 두달사이에 폐업신고를 내시고.
    그동안에도 겨울에 제가 써야 하는 히터가스값 13000원 진료비에서 계산할때마다
    참 미안하고 황송했는데, 하루종일을 원장님이랑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 기니. 참 못할 노릇이었지요.
    약장속의 그 수많은 향정신성약들이, 정작 우울한 원장님에겐 도움이 안되고.
    두번째로 취업한 그 병원에선 1년을 견디었는데, 제가 궁금한건
    원장님들은 그런거 모를까 싶어요.
    퇴사하기 며칠전 사무장님에게 물어봤어요, 왜? 나만 이렇게 냉장고칸에 주사약들 다 정리해놓고
    폴리글러브들 다 말려서 개켜놓고 왜 포도당,식염수덩어리들 정리해놓고 내가 먹지도않는 요플레까지
    신경질 내시느냐고, 내가 오프인날, 한번 나와서 보고싶어진다고.
    저애들이 나랑 일하면 대놓고 진료실한번을 안들어가고 카운터에서 그냥 앉아있는데 한번도 그점에 대해 말못한건 내눈앞에 환자들이 엄청 많이 있는데 그앞에서 침착해질수밖에 없었다고.
    이제 시원하게 나간다고 했는데 그날 밖에 사월중순이라 벚꽃이 만개해서 풀풀 날리더라구요.
    그 문앞을 나서자마자 그 봄날의 공기가 폐부가득히 들여마셔지고 뒤를 돌아보니 역시 제게 눈길주는 직원들 아무도 없는데 환자들은 많고. 그렇게 끝난줄알았더니 꿈속에서도 그일로 헤매고 있는건 몰랐죠.
    진작에 진작에 그만두었어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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