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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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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처음으로 아이를 갖고 싶어졌어요.

... 조회수 : 4,442
작성일 : 2021-09-29 20:16:16
아까 잠깐 외출했거든요.

맞은 편에서 여자아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막 와요.

대수롭지 않게 걸어가는데 아이가 "저기요" 하더라구요.

"XXX 아세요?" 이 한마디 하더니 뿌앵 울기 시작.

엥?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상호에 다시 물어보고 폰으로 찾아보니 수영장이더라구요.

아기가 울면서 셔틀버스를 놓쳤는데 길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서러웠는지 안경에 김이 서리게 통곡 시작.

엄마한테 전화해서 일단 학원 못 간 상황 얘기드려야 걱정 안하실테니 폰에 번호 찍으라 하는데 안된대요. 낯선 사람한테 번호 가르쳐 주면 안된다고 배워서 그런지? 알겠다고 그럼 내가 데려다 주겠다고 하고 같이 걸어갔어요.

"저때문에 죄송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너무 귀여워서 나 어차피 그쪽 가는 길이였어~하니 "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 몇살이냐고 물어보니 10살이라고 대답하면서

"언니는 몇살이세요"

언니?언니? 마스크 속에서 광대 승천해서 마스크 찢어지는줄 알았어요. k94였으니 안찢어졌지 비말마스크였으면 광대때문에 백퍼 찢어졌을 듯ㅋㅋㅋ

언니 나이 많아~했더니 20살요? ㅋㅋㅋ
저 그 아이만 아니었어도 그 길바닥에서 골반댄스 흔들어제끼고 싶을 만큼 행복해졌어요. 평생 마스크 끼고 살고 싶어졌어요.

막 웃으면서 고맙다고 너만이라도 20살로 기억해달라고 주접떨었더니

"그런데요... 언니 결혼하셨어요?
"헤엑~스무살인데 결호온~? 너무 빠르다~"

"엥? 그런데 저희 엄마는 21살때 결혼하셨어요."

엥?엥?엥?............ 그 여자아이 엄마보다 제가 나이가 많더라구요.....
무려 그아이는 쌍둥이 오빠도 있대요... 심지어 8살 동생도 있대요....

이름 모를 그녀가 아이 셋을 낳는동안 나는 하나도 안 낳았는데 이래도 되나 싶더라구요.

막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수영장 데스크까지 데려다주고 직원분한테 상황 설명드리고 나왔어요.

아.. 제가 저렇게 큰 아이들(제 기준)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너무 너무 귀엽네요. 수영장까지 가면서 수영얘기하는데 귀여운 참새같더라구요. 이야기들도 하나하나 다 순수해서 진짜 깔깔 웃었어요.

수영 잘해? 했더니 네 잘해요!
대단하다 얼마나 배웠어? 하면 3주요. 이런식ㅋㅋㅋㅋ

얼굴도 모르는 그 여자아이 엄마가 순간 너무 부럽더라구요.
이렇게 예쁜 아이를 키우는 건 매일매일 이렇게 즐겁겠다~싶은?

저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봐서 생소하네요ㅎㅎ 아버지가 너무 최악이었고 저역시 아버지 피 못 속인다고 엄마 너무 힘들게 하는 자식이었어서 이놈의 저주받은 피 여기서 끝낸다하면서 자식이고 결혼이고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오늘 길에서 만난 짹짹이같은 여자아이 하나가 저를 뒤흔들어놓고 홀랑 날라가버렸어요. 아이가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ㅎㅎ 싱숭생숭해요.
IP : 211.212.xxx.22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귀엽죠
    '21.9.29 8:20 PM (121.176.xxx.166)

    전 초등들 10년 넘게 가르쳤는데 초등들만의 세계가 있어요.
    지금은 초등학교에 있는데 나름 인터넷 언어 배워서 저한테 써먹는데 아니 뭐 이런 말도 안되는..
    그래도 넘 귀엽고 좋네요.
    선 넘을 때도 있지만 제가 버럭하면 애들 눈치채고 갑자기 조용해지고 그래요.
    중고등이랑은 또 다른 초딩들.

  • 2. ..
    '21.9.29 8:21 PM (223.62.xxx.67) - 삭제된댓글

    그런 소소한 행복을 맛보려고 남은 생을 바져 그 고생들을 감수하는거죠^^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 3. ...
    '21.9.29 8:23 PM (211.212.xxx.229)

    엘베 같이 타니까 "저 이제 그만 데려다주셔도 되는데...."
    "아~내가 선생님께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무...무슨 이야기인가요?" ㅋㅋㅋㅋ
    혹시 혼날까봐 동공 커지는데 어찌나 귀여운지ㅋㅋㅋㅋ

    저랑 엘베 내릴때까지 막 얘기하다가 데스크쌤한테 상황설명하니 다시 감정이 올라오는지 2차 뿌앵하더라구요ㅋㅋㅋ 귀여워!!!

  • 4. 건강
    '21.9.29 8:30 PM (61.100.xxx.43)

    원글님 좋은 어른이네요
    저도 그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해줄것같아요
    집에 왕 큰~~오빠들 둘이나 있어요
    짹짹이 딸래미 하나 있었으면

  • 5. 아이구 ㅋㅋㅋ
    '21.9.29 8:32 PM (183.100.xxx.184)

    귀엽네요. 그래도 어른한테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고 ㅎㅎㅎ
    누구엄마 인지 원글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했을 거에요. 좋은 일 하셨네요 ^^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제가 다 감사합니다 ㅋㅋ

  • 6. 아자아자
    '21.9.29 8:33 PM (222.117.xxx.169) - 삭제된댓글

    아흐 원글님 묘사 넘 귀여워요! 뿌앵~~음성지원 현장비디오네요^^
    마자요 초딩들이랑 티키타카 은근 재밌어요~
    저희딸(초2)은 요새 뒷걸음질 칠때 다른사람들 부딪칠까봐
    입으로
    "띠로리로 띠로리로리~~" 후진음을 내는데
    저도 모르게 직장에서 그걸 따라하고 있더란..
    저 친구도 하나 없는데 하나있는 딸내미가 친구같고 동생같고 보호자같아요~
    원글님도 이참에 생각함 바꿔불고ㅋ~~~고고!

  • 7. ㅇㅇㅇ
    '21.9.29 8:33 PM (1.245.xxx.138)

    어머, 원글님, 정말 따듯한 어른이세요.
    글하나하나가 따듯한 정경이에요.

  • 8. 님이
    '21.9.29 8:36 PM (182.224.xxx.100)

    너무 글을 재밌고 따뜻하게 잘 쓰셔서 광경이 막 그려지네요.
    뿌앵 애기 놀랬다가 좋은 어른 만난 기억으로 마무리됐겠구나 ㅎㅎ
    애기 이뻐해주고 도와주는 어른들 보면 저가 그냥 막 고마워요.

  • 9. ㅇㅇ
    '21.9.29 8:39 PM (110.11.xxx.242)

    너무 귀여워요

    딸둘이 초저인데
    진짜 우는걸보면 있던 화도 사라져요
    우는 모습 넘 귀여운데
    아이에게 예의가 아닌것 같아 아직도 사진 하나 못찍었어요

  • 10. ㅋㅋㅋㅋ
    '21.9.29 8:39 PM (182.215.xxx.105)

    원글님 외모 나이 20살 인정 받으심을 축하드려요ㅋㅋㅋㅋ 글은 또 왜이리 유쾌한지요. 읽으면서 기분이 상큼해졌어요~~
    종알종알 거리는 똘똘한 아이 말투는 왜이리 귀여운건가요.
    우리집 막내딸도 그 또래이다보니 감정 이입이 되었는지 제가 다 감사하네요!!
    저도 아주 못되먹은 딸인데.. 큰딸이 속 썩일때 마다 내가 나에게 벌 주는 기분 들어요. 나랑 똑 닮아서.. 내 인생이 벌거 벗은 느낌.. 근데.. 이런 일들 겪지 못 했다면.. 엄마를 이해 못 했을 것 같아요.
    외모나이가 젊으신걸로 보아.. 출산은 충분히 가능하실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충분히 좋은 어른이신걸로 예상 되구요. 더더 고민해보세요~~^^

  • 11. 그니까
    '21.9.29 8:40 PM (39.124.xxx.185)

    아이들은 천사예요 정말 어른들은 상상도 못하는 귀여운 말과 행동을 어찌나 잘하는지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소중한 존재들이죠
    원글님같은 어른들이 더더 많아졌으면 아이들이 살기좋은 세상 되겠죠

  • 12. ooo
    '21.9.29 8:43 PM (1.245.xxx.138)

    음. 저 진짜 이런 말 안하는데...
    원글님과 정말 친구하고 싶어집니다^^

  • 13. 쓸개즙
    '21.9.29 8:46 PM (223.38.xxx.125)

    원글님처럼 유머러스하고 연민 넘치는 유전자는 꼭 남기셔야 합니다. 화이팅!

  • 14. 찬물죄송
    '21.9.29 8:46 PM (175.114.xxx.96)

    너무 귀엽고 원글님 마음도 알겠고...
    근데 낯선 사람에게 폰번호 안주는 야무진 아이가
    성큼성큼 따라가고 미주알 고주알 엄마 얘기도 다하고,,
    애들한테 아무리 교육해봐야 소용 없겠다 생각듬

  • 15. 아이도
    '21.9.29 8:55 PM (222.239.xxx.66)

    귀엽고 글도 귀여워요^^~ 상큼한 레몬사탕맛이 나는 글 ㅎㅎ

  • 16. 지지고볶다보니
    '21.9.29 9:00 PM (211.254.xxx.116)

    귀여운 그 시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벌써 고등학생이에요
    원글님 글쓰신게 드라마 한 장면처럼 펼쳐지네요

  • 17. 저두
    '21.9.29 9:08 PM (58.121.xxx.69)

    몇년 전
    개를 산책시키는데
    너무나 예쁘게 생긴 여자애가 오더니
    계속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질문하더라구요

    애기가(강아지) 너무 귀여워요
    잠깐만 봐도 돼요 이러면서 따라다니는데

    저도 모르게 니가 더 귀엽다해버렸어요
    진짜 이쁜데다 말도 저렇게 사근사근하니
    너무 귀엽더라구요

    나도 저런 딸 있으면 했다가
    문득 아 내 얼굴에선 저런 이쁜 애는 안 나와하고
    접음요 ㅠㅜ

  • 18. 맞아요
    '21.9.29 9:40 PM (182.212.xxx.185)

    저희집도 그렇게 예쁘던 여자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공부에 찌들었는데도 여전히 안아달라 뽀뽀해 달라 조잘조잘 얼마나 귀여운지..세상에서 제일 뿌듯한 일이 저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랍니다.

    물론 겁나 싸웁니다 ㅜㅜ

  • 19.
    '21.9.29 10:21 PM (106.101.xxx.239)

    와 다들 아이를 좋아하는 분들
    저는 속으로 아 귀찮아 그랬을거같아요
    부럽네요 ㅎ

  • 20. ...
    '21.9.29 10:31 PM (99.247.xxx.48)

    저희집에도 둘 있어요.
    학교 갔다 오면 나를 끌어안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하느라
    끝도 없이 짹짹되는 10살 8살 딸들

    원글님과 마찬가지로 아빠랑 사이가 안좋고
    엄마랑 특별한 기억이 별로 없는 저는
    이렇게 내가 엄마라고 오롯이 완전히 기대오는 이 아이들이
    신기하고 마음을 치유해 주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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