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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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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수목원을 아시나요?

조회수 : 2,324
작성일 : 2021-07-30 15:26:14
태안 만리포 옆에 있는 천리포 바닷가에 있는 수목원입니다
한국에 군인으로 처음왔던 미국인 칼 뮐러씨가 평생을 가꾸어 만든 수목원으로 알려져있죠
한국전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은행에서 일하며 이 수목원을 만드는데 평생과 모든 재산을 쏟아붓고 한국인으로 귀화하여 민병갈이란 이름으로 살다가지금은 이 수목원에 영면하고 계시다는군요
이 수목원은 연구용으로 조성했다가 일반에 공개한지는 얼마되지 않아요

저는 어제부터 휴가인데 다른 곳에 갔다가 더위에 일정을 축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쉬워서 이 수목원에 들렀습니다

운전하면서 이 땡볕에 수목원이라니 열사병으로 죽는거 아닐까 하면서 바보같은 결정이 아닐까 하면서 주저주저하면서 도착했습니다
도착시간 12시 30분
밖에 있다가도 실내 에어컨으로 피신해야할 시간에…

놀랍게도 너무너무 시원해서 정말 제대로 피서 왔구나 놀랍습니다
현재 시간 3시 2분전
저는 2시 반부터 수목원 카페앞 늪지 옆 커다란 단풍나무 그늘아래 테이블에 앉아있습니다
현재 이시간에 대한민국에서 여기보다 더 시원한 곳이 있을까 싶게 시원한 바람이 씽씽 붑니다
이 시간에 야외에 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이 수목원의 특징은 분명 사람이 정성껏 가꾼 수목원임이 분명한데 숲속 한가운데 와있는 듯한 자연스러움
여타 다른 수목원이 입장료를 낸 관광객이 주인인양 심겨진 식물들이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갇혀 전시된 느낌을 주는 반면, 이곳의 나무와 풀, 꽃들은 저들이 주인이고 구경하는 사람들은 잠깐 살짝 식물들의 삶에 스쳐지나가는 듯 구경하게 되어있어서 많이 차이가 납니다
걷다보면 이 풀이, 이 꽃이, 이 나무가 무엇인지 너 인간은 알 필요도 없다는 듯이 무심히 무성히 열심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름이야 인간이 지었을 뿐, 내 알바 아니라는 듯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
수목원 식구들이 금이야 옥이야 관리하고 있겠지만 여기 식물들은 다른 수목원의 식물보다 무질서하지만 당당합니다

수목원을 한바퀴 도는 동안 귀뒤와 목덜미로 땀이 줄줄 흐르지만 시원한 바람 덕분에 더운 줄 모르겠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어 마스크도 잠깐씩 벗고 땀으로 축축한 볼따구에 시원한 바람도 쐬줄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두런 두런 사람 소리가 들리면 서로 벗고 있던 마스크를 챙겨 쓰며 스쳐지나가지만 오랫만에 마스크 없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천리포 해변을 끼고 있는 입지 덕에 수목원을 한바퀴 돌면 마지막에 천리포 해안도 원없이 볼 수 있습니다
예상치 않게 사람이 없어 고요하고 훤한 바다도 질리도록 실컷 봤고요

사람 말소리보다 새소리 벌레소리 바람소리 가끔 파도소리까지,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습니다

삼복중에 대낮에 이렇게나 시원한 곳이 있다니, 보물을 찾은 것 같습니다
에어컨 냉기와는 차원이 다른 시원함입니다
카페 주인장께서 천원짜리 생수 한병 샀더니 얼음컵도 같이 주셔서 얼음물 마시면서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얼음만 다 녹으면 일어나려고 하는데 일어나기가 싫습니다
내 맘을 아는지 얼음이 천천히 녹아 아직도 살아 있어요

민병갈 선생은 한국을 넘어 지구상의 생명과 함께 하고픈 책임있는 지구인으로 살다 가시면서 제게 이렇게나 좋은 경험을 선사해 주시니, 저도 천리포 수목원에 약소한 후원이나 해야할까 싶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이 오래오래 역할을 다하기를 빌며…
IP : 106.101.xxx.84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7.30 3:28 PM (118.36.xxx.155)

    그 곳은 봄에 가셔야지요.
    목련이 종류별로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서산 개심사까지 한 코스로 해마다 갑니다.

  • 2. 광릉수목원
    '21.7.30 3:35 PM (175.125.xxx.154)

    갔을때 설명 들었던곳이네요.
    생생한 후기 진짜 고맙습니다.

  • 3. 아주
    '21.7.30 3:36 PM (182.228.xxx.67)

    가끔 갑니다. 참 좋죠.

  • 4. ..
    '21.7.30 3:42 PM (182.215.xxx.3) - 삭제된댓글

    수목원 바로 옆이 바다예요
    거기도 들려보세요. 피서라 생각하고

  • 5. ㅡㅡ
    '21.7.30 3:45 PM (223.62.xxx.234)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6.
    '21.7.30 3:57 PM (58.120.xxx.107)

    저도 목련 필 때 가보고 싶네요.

  • 7. ..
    '21.7.30 4:00 PM (218.148.xxx.195)

    좋은정보입니다
    휴가때 가볼까합니다 감사해요

  • 8. 달빛아래
    '21.7.30 4:04 PM (182.212.xxx.44)

    후기를 너무 생생하게 써 주셔서 마치 다녀온
    느낌입니다
    꼭 가보고 싶어요

  • 9. 후원회원
    '21.7.30 4:06 PM (124.50.xxx.182)

    남편이 학생때부터 20년 정도 후원회원이고 저도 가입했다가 결혼 후 남편으로 일원화했네요.

    학생 때며 자가용 있기전 후원회원의날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몇번을 갈아타고 기다리고 걷고 갔었는지. 당시 후원회원에게만 정해진 날 개방하는 곳들이 이 있었지요 1박2일로 후원회원의 밤도 한때해서 밤에도 돌아보기도 했지요. 노산 외동아이 유일한 태교여행도 천리포수목원 이였지요
    문국현 당시 유한킴벌리 사장이 후원회장 하셨는데 대선 나오시고 그만두시고 요즘 어찌 지내시는지.
    몇년간 못갔는데 큰맘 먹고 운전해서 다녀오고 싶네요

  • 10. luna
    '21.7.30 4:09 PM (106.102.xxx.16)

    근방까지 갔다가 수목원을 못가서 넘 속상했는데
    꼭 가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1. 저도
    '21.7.30 4:15 PM (180.226.xxx.59)

    항상 벼르고 있는데 봄이 좋군요..

  • 12. 맞아요
    '21.7.30 4:16 PM (1.224.xxx.57)

    숲을 걷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다!!
    저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수목원 내 숙소도 이용해보고싶더라고요.

  • 13. 저도
    '21.7.30 4:19 PM (222.105.xxx.60)

    소소하게 후원회원했었고 그 안의 몇채 숙소 예약해서 몇번 갔었죠
    봄날 가면 정말 좋았습니다.
    민병갈원장께서 나무들끼리 마음대로 서로 어울러지며 지내도록 놔두신것도 있고 그래서 다른 나무로 인해 피해를 당해도 그것도 인위적으로 도와주지마라고 하셨다죠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목련을 모으셨다던가 그래서 거기 가면 특이한 목련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민병갈원장께서 사람들이 발길이 닿아서 인위적으로 변형이 되어가는것보다 자연환경 그대로 어우러져 사는 수목원을 만드시려고 개방을 거의 안하셨는데 아무래도 돌아가시고 후원만으로는 유지가 되지않아서 입장료를 받고 개방하면서 어느순간 그렇게 관광객들을 위해서 화려한 꽃들도 늘어나고 사람이 복작복작해져서 점점 안가게 되네요

  • 14.
    '21.7.30 4:30 PM (106.101.xxx.84)

    목련이 꽃이 커서 눈에 띄니 사람에게는 반갑지만 민병갈 선생은 동백과 호랑가시나무에도 관심이 많아 따로 정원도 있너요
    사시사철 어느 때라도 좋을 것 같아요

  • 15.
    '21.7.30 4:43 PM (106.101.xxx.84)

    입장료 9천원인데 입장할 때는 비싸다 했는데 나오면서는 입장료 생각 안 날 정도로 좋습니다
    숲과 바다가 함께 있는 독특한 곳, 너무 더울 때 이 시원한 바람이 계속 생각날 듯해요

  • 16. 아...
    '21.7.30 4:44 PM (223.39.xxx.190) - 삭제된댓글

    느닷없이 갔던 곳인데
    개키버들이 너무도 아름답던 곳.
    그 밖애도 잘 가꾸어진 나무와 꽃들이 정감어린 곳이죠
    좋은 글 올려주셨네요
    다시 가고싶어져요

  • 17. 저도
    '21.7.30 4:52 PM (222.239.xxx.26)

    몇년전 봄에 가서 너무 좋았어요.
    서산 부석사도 좋구 해미가까이 개심사도 좋아요.
    서산 유기방가옥은 수선화 계절이 아니라 아쉽네요.

  • 18. .....
    '21.7.30 5:04 PM (211.104.xxx.198) - 삭제된댓글

    천리포 해수욕장 검색하다가 알게되었어요
    목돈필요했던 딸 결혼을 앞둔 한국인 땅주인이 설득해서 갑자기 구입한 땅을 평생에 걸친 노력으로 아름답게 꾸며주셨더라구요
    그런 민병갈 선생님은 노후에 정말 외롭게 가셨더라구요
    그 시절 한국에서 참 힘드셨을것 같아 너무 안타까워요

  • 19. ...
    '21.7.30 5:11 PM (106.241.xxx.125) - 삭제된댓글

    거기는 나무를 옮겨심는 게 아니고 나무씨를 심어서 길러요.
    고속도로 나가서도 너무 오래라 갈때 올때 힘들어서 아직은 다시 갈 엄두가 안 나는데,
    수목원 내에서 숙박 되거든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 20. 천리포
    '21.7.30 5:40 PM (211.186.xxx.229)

    가고 싶었는데 생생한 방문 후기를 보니 더 가고 싶어지네요.
    넘 멀어서 엄두를 못냈었는데, 숙박도 된다니 조만간 다녀와야겠어요.
    글을 넘 잘 써주셨어요^^

  • 21.
    '21.7.30 5:40 PM (116.123.xxx.207)

    천리포수목원 가보고 싶었어요
    세상의 모든 목련나무를 모아놨다해서 봄에 가봐야지
    했는데 여름수목원도 좋군요
    원글님 수목원 풍경과 감상 자세히 적어 주셔서
    감사해요
    그 정도 수목원이면 왠만한 숲 저리가라겠단 생각입니다 지구온난화시대엔 다른 사람이 위인이 아니라
    바로 민병갈선생님 같은 분들이 진정 위인입니다

  • 22. ...
    '21.7.30 5:53 PM (14.40.xxx.144)

    천리포 수목원 좋죠.
    목련 필때가면 더 좋고요.
    한여름에가면 좋긴한데
    뱀 나와요.
    길가다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거보고 줄행랑친 일이 있었어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 23.
    '21.7.30 7:16 PM (125.178.xxx.237) - 삭제된댓글

    많이 들어는 봤는데
    그저그런 수목원들이 많아서
    그런곳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요
    다음 봄에 꼭 가봐야겠어요

  • 24. ~~
    '21.7.30 10:20 PM (58.124.xxx.28)

    천리포 수목원 저도 애정하는 곳이라서 더 반갑네요.
    나무들이 이국적이라 해야하나요?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테크도 멋지고 원글님이 앉아 글 쓰는 곳도 가늠해 볼 수 있어서 더 공감이 가요.
    수목원 옆에 게장이랑 생선구이 하는 집 있는데 거기도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한여름 멋진 휴가 보내신거 같아 부럽습니다.

  • 25. 234
    '24.2.19 4:45 AM (68.33.xxx.97) - 삭제된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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