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2에는 좋은 시도 많네요
ㅇㅇ 조회수 : 1,589
작성일 : 2021-05-20 22:49:03
좋은 댓글도 좋은 시도 많네요
위로가 필요한 날..
검색하다가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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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기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깨고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 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 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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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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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꽃이다 -손명찬
햇볕같은 사람이 옵니다.기운이 돋습니다.
비같은 사람이 옵니다. 목마름이 해결됩니다.
바람같은 사람이 옵니다. 먼지가 떨어집니다.
벌같은 사람이 옵니다. 꽃가루가 전해집니다.
가위같은 사람이 옵니다. 가지가 정리됩니다.
낫같은 사람이 옵니다. 잡초가 사라집니다.
좋은사람도 있고 싫은사람도 있는데
그 모든 사람이 돌아가며 나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화분에서든 들판에서든 사계절 속에서
꽃을 만들려고 꽃답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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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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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동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시인 조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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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의 감옥이다/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거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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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을 뜨다 -윤문자-
마음에도 결이 있다
서툴러서 자칫 뼈를 다치게
할 때도 있지만
결 따라 잘만 다루면
치욕의 뼈들로부터
살을 잘 발라낼 수도 있다
너무 날이 선 것도,
이가 빠진 날도 안 된다
잘 벼려진 칼날로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
조그마한 흔들림도 용납하지 말 것!
생각의 삐죽한 각을 떠내면
그대로 꿀떡 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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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전태련-
컴퓨터 자판기로
별을 치다 벌을 치고
사슴을 치다 가슴을 친다
내 몸에 딸린 손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마음은 수십 번 그러지 말자 다짐하지만
남의 마음같이 느닷없이 끼어드는 오타
어찌하랴,
어찌하랴,
입으로 치는 오타는
여지없이 상대의 맘에
상처를 남기고 돌아오는 것을
한번 친 오타 바로잡는 일 이틀, 사흘
그 가슴에 흔적 지우기 석달 열흘
숱한 사람들 마음에 쳐 날린 오타들
더러는 지우고 더러는 여전히 삐뚤어진 채
못처럼 박혀있을 헛디딘 것들
어쩌면 생은 그 자체로 오타가 아닌가
그때 그 순간의 선택이 옳았는가
곧은 길 버리고 몇 굽이 힘겹게 돌아치진 않았는가
돌아보면
내 삶의 팔 할은 오타인 것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랑이 끝났다고 말 할 때
설움에 겨워 내가 사랑이 끝났다고 말 할 때
한 걸음 떨어져 그 말을 들어주시오
썰물일 때 바다의 변절을 믿지 않듯
바다는 사랑에 넘쳐 다시 밀려들 것이니
예전처럼 사랑에 넘쳐서 나는 그리워하오
나의 자유를 다시 그대에게 바치려 하오
물결은 이미 요란스레 소리치며
사랑의 해안으로 되돌아오고 있으니
알렉세이.톨스토이
IP : 106.102.xxx.10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21.5.20 10:55 PM (1.233.xxx.223)올려 주셔서 감사^^
2. 파란™
'21.5.20 11:01 PM (221.143.xxx.171)감사합니다 ~^^
3. 바른향기
'21.5.20 11:05 PM (175.117.xxx.127)잘 읽었어요~~
4. 쓸개코
'21.5.20 11:05 PM (121.163.xxx.73)아 참 좋네요. 원글님 덕에 감상 잘 했습니다.
5. ..
'21.5.20 11:10 PM (211.246.xxx.87) - 삭제된댓글내일 맑은 정신으로
다시 볼게요.
감사합니다.6. 소신을갖자
'21.5.20 11:17 PM (115.143.xxx.143)감사합니다!☆
7. 추천
'21.5.20 11:32 PM (106.102.xxx.106)요즘 좋아서 매일 읽고 있는 시도 추천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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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피천득-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것이다.
머물듯 가는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있다.8. 맑은 시
'21.5.21 12:38 AM (222.120.xxx.44)저장합니다
9. 좋은 시
'21.5.21 12:51 AM (1.253.xxx.55)감사합니다. 덕분에 힐링...:)
10. 우와
'21.5.21 2:20 AM (61.76.xxx.4)너무 좋아요
시 한 편 한 편 소리내어 읽어 봅니다11. ㅇㅇ
'21.5.21 10:01 AM (106.102.xxx.13)감사합니다
살랑살랑 바람 맞으며 공원에서 읽고 있으니 행복해지네요12. 오오
'21.5.21 1:54 PM (180.68.xxx.100)좋은 시.
하나하나 우찌 모으셨나요?13. ㅋㅋ
'21.5.21 4:49 PM (121.132.xxx.60)마지막 시는 제다 올린 시
좋네요14. ..
'22.1.9 5:07 PM (175.223.xxx.160)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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