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가로수아래를 걸어가다가
작은 전등이 반짝반짝 빛나는,
돈까스가게 유리창너머 식탁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즐겁게 먹으면서 웃는 표정을 찰나의 순간에 보았어요.
급히 고개를 돌려서 건너편으로 길을 건너갔지만,
그런 모습을 성인이 되고 아이엄마가 된 지금도
나이도 많이 들었는데도
그런 광경을 맞딱뜨리면
얼른 그자리를 참새처럼 피해버려요.
제 유년시절은 확실히 저런광경은 없었거든요.
늘 부부싸움이 기차화통처럼 뜨겁게 들끓고
심지어는 새벽녘까지 칼을 들고나와서 펄펄 날뛰던
아빠의 광기어린 눈동자를 어찌하면 잠재울수있을까
달래도 보고 울면서
초조한 심정으로 다음날이면 학교에 가던 그 초등시절.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제히 제게 쏠리던 그 많은 급우들의 얼굴과.
책상까지 걸어가 책가방을 내려놓고 앉을때의
아무렇지않은척 마음을 다스려야 했던 그 기분들이
잊혀지지 않지요.
외식한번 해본적없고
그래서 식당 테이블에 앉아 가족들끼리
즐겁게 먹어본 기억은
없어요.
물론, 결혼해서는 남편과 아이들과
있지요.
그런데도, 그런 광경들.
특히 노란색전등불빛에서
가족들이 즐겁게 식사하면서
미소짓는 그런 모습을
텔리비젼 광고가 아닌 현실에서
갑자기 마주치면,
전 그자리를 일단 1초도 바라보지못하고
도망가버려요.
어떤 형식으로든 그 유리창너머를 기웃대는
모습으로도 보여지는게 싫고.
사랑받은 기억이 없는 유년시절이
그때마다 깜박이도 없이 끼어들어서
절 당황하게 해요.
엄마아빠의 불화와 안정적이지못한 가정환경탓에
잠시 1년을 고모네집에서 지냈을때
고모네는 제가 학교에 간 사이에
외식하고 돌아오기도 했고
자기들끼리 생일파티를 치루고 오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한번도 참여해보지 못하고
8살의 제게 낯익은 무늬는
물걸레질을 한뒤에 청결히 빛나는 고동색 나무무늬가 선명한
응접실 바닥이었어요.
제가 고모네집에서 자고 먹는 댓가로 열심히 닦아낸 흔적들이
거기 있었어요.
그런데도 그땐 그게 불행하진 않았어요.
진짜 불행했던건 다시 돌아가 살게된 우리집의 가난과 부모님의
싸움을 지켜봐야 했던 것.
한때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했기때문에
정작 제가 앉아보지못한 테이블들이
6개쯤 놓여있었어요.
그 테이블에 여러 손님들이 다녀갔어요.
물병을 갖다주고 치우고.
반찬을 갖다주고 치우고.
상을 치우고, 의자를 정리하고.
고등학교 학창시절내내
반복적으로 그 일을 도우면서
테이블과 의자가 낡고 녹스는걸 보았어요.
그런데도 정작
불이 노랗게 환하고
맑은 유리창너머
한때 즐거운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얼른 그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급히 가버려요.
참 웃기죠.
그 유년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는데, 평소엔 생각안나다가
그런 상황에선 어린시절의 내가 생각나서
얼른 도망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