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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살아있음에 감사한3,

봄날 조회수 : 4,286
작성일 : 2021-05-03 07:53:07
메모장.
퇴원하면 먹고 싶은 것

단단한 복숭아,가또브랑제리 단팥빵,불가리스,오븐에 볶은 아몬드,딱딱한 부사,복숭아 요플레,허니콤보 치킨,껍질째 먹는 오이,곱창,상추,애기 배추,소라,해물 칼국수,보리차,북어포,짭쪼름한 웨지 감자,달달한 바나나우유,과테말라 예가체프 원두커피,달디 단 당근,아삭한 양상추,김 모락 팥시루떡,미지근한 녹차,향 진한 샐러리,배스킨라빈스 딸기 아이스크림,잘 익은 골드 키위,설탕에 절인 매실,뜨끈한 옥수수 수염차,통통하게 살 오른 킹크랩, 수인선 닭발,추어탕,토핑 추가한 포테이토 피자,오돌오돌 광어회,낙지한마당집 동태탕,노릇노릇 지진 갈치,바삭바삭 찢어지는 데니쉬,이제 막 구운 수수 부꾸미,안 타게 구운 돼지갈비,얼은 망고,대파가 듬북 든 육계장,쫄깃쫄깃 곱창김,기름 안 뜨는 설농탕,똥 뗀 마른 멸치,갓 만든 와플,잘 익은 아보카도,안 퍼진 멸치 국수,겉절이 배추 김치,시원한 무 한쪽,쪽파 김치 한쪽,,,

첫휴가가 언제인지 모를 이등병처럼
병상에 누워 매일 먹고 싶은 음식을 써요.(나름 상팔자이지 말입니다)
우리 딸 입장에선
엄마가 情 초코파이나 박카스 정도로 만족했으면 좋겠지만
나는야 별 걸 다 먹어 본 50대 주부.
한달 동안 병원 밥만 먹었던 저에게
내가 다 사주마 먹고 싶은 거 말하라 하면
물어본 사람 무안해지게 주야장천 쓸 수 있습니다.ㅋ

요양 병원에 있으면서 제가 놀랐던 사실 하나.
이 병실만 그런 것인지 효자,효녀가 참 많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시어머니가 15년,친정엄마가 2년 가량
요양원에 계시는데
이곳 요양병원에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음식을 보내주는 아들,딸들이 있어요.그것도 많이요.
갖다주는 음식도 다양해서
고추,배춧잎,깻잎,머윗잎부터해서
사과,바나나,요플레,고추장,된장,커피까지 그 종류가 무한합니다.
저는 10년이 넘도록 요양비 대는 것도 부담스러워
가족들이 하는 총무 짓도 관둘 참이었는데
이곳에 입원한 환자들은
집에서 보낸 사식에 영양제까지 골고루 챙겨 먹고 있어요.게다가 손주니 며느리니 아들 딸까지
때마다 안부 전화도 줍니다.
이쪽에선 귀가 멀고 입이 말라 환자에겐 들리지도 않을 텐데
상대는 뭐라 뭐라 걱정스런 말들까지 해줍니다.
저는 나이 많은 친정 엄마가 치매로 입소할 때
핸드폰부터 정지시켰는데
여기는 콧줄 꽂은 환자까지 폰이 있어요.
10년이 넘어가고 이젠 면회도 어려우니 저에게 어르신들은
슬슬 잊혀지는 존재인데
아들 딸 며느리라고 다 저같지 않나봅니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그네들의 화목함이 부럽더군요.

그리고 희한했던 풍경 둘.
한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면
무슨 종교인처럼
옆에 있는 환자들이 같이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전에는 치매 엄마의 밑도 끝도 없는 노랫소리에
성질이 날 정도였는데
여긴 모두 남의 어머니시라 제가 너그러워지네요.
밥도 먹었고 기저귀도 새로 찬 나른한 오후,
한 사람이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 두고 그리운 사람~"하고 선창하면
없는 줄 알던 환자들이 하나 둘 줄지어 떼창합니다.
처음엔 시끄럽기도하고 낯이 설어 자는 척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저도 모르게 같이 따라하고 있네요.
할마씨들이 똥 싸는 것도 보여준 동지니까요.^^

천국에 있는 사람들.
입원 전엔 식구들 세끼 밥 차려줄 생각에
짜증이 많던 하루 하루였는데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도 나름 괜찮습니다.


IP : 121.168.xxx.26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1.5.3 7:57 AM (223.38.xxx.37)

    어디가 안좋으셔서 요양병원에 계시나요?..
    먹고 싶은거 상상하면서 빨리 쾌유하세요~

  • 2. 안녕
    '21.5.3 8:00 AM (211.243.xxx.27)

    빨리 나오셔서 맛난거 많이 드세요^^

  • 3. 건강
    '21.5.3 8:04 AM (222.234.xxx.68) - 삭제된댓글

    살아 있음에 감사한-3
    오~~그냥 갈치도 아니고 노릇노릇 구운갈치
    정말 아름답고
    마음이 짠하고
    저절로 공감되는 글이예요
    얼른 퇴원해서 드시고 싶은거
    드실수 있는 날이 오길...

  • 4. 건강
    '21.5.3 8:07 AM (222.234.xxx.68)

    살아 있음에 감사한-1을 읽어보면
    과정이 나오네요~^^

    오~~그냥 갈치도 아니고 노릇노릇 구운갈치
    정말 아름답고
    마음이 짠하고
    저절로 공감되는 글이예요
    얼른 퇴원해서 드시고 싶은거
    드실수 있는 날이 오길...

  • 5. 음식이 다양
    '21.5.3 8:08 AM (222.97.xxx.219) - 삭제된댓글

    하네요.
    이런거 뚜렷한 분들 부럽더라구요.
    어쨌든 입맛 있으면 복 받으신거죠.
    회복징후니까요.

  • 6. 적어두고
    '21.5.3 8:16 AM (211.117.xxx.241)

    하나하나 다 먹어보고 싶네요
    빨리 쾌차하세요
    1,2읽으러 갑니다~

  • 7. 같은 50대
    '21.5.3 8:17 AM (116.34.xxx.209)

    퇴원하셔서 저걸 다 드셔야지요.^^
    빠른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요양병원에 음식 보내는게 되는 줄 몰랐어요.
    울시어머니 좋아하는 빵 자주자주 보낼수 있었는데....또 다른 후회가 생기네요.

  • 8. 음식파티
    '21.5.3 8:25 AM (121.130.xxx.17)

    리스트가 왠지 제가 외국있을 때 먹고 싶었던 음식들이랑 비슷하네요
    저도 한국가면 먹어야지 하면서 리스트 작성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살짝 웃음지었습니다.

    얼른 퇴원하셔서 맛난 거 드시고, 행복한 일상 보내세요

  • 9. 라디어
    '21.5.3 8:26 AM (223.39.xxx.132)

    라디오 듣기도 힘드신가요?
    요즘엔 어플깔고 다들 핸드폰으로 듣던데..
    안쓰는 핸드폰 갖다가 들으세요
    (은근 재미있어요 듣는것도)
    어떻게든 시간을 잘 보내셔야죠
    빠른 쾌유 기원해요
    힘내세요

  • 10. morning
    '21.5.3 8:27 AM (119.203.xxx.233)

    올려주신 음식들중엔 제가 안먹어본 것들이 꽤 많네요.
    봄날님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씨가 글을 읽는동안 읽는 사람 마음에도 봄날 홀씨 날리듯 날아듭니다.
    오늘도 좋은 생각하시며 따뜻한 하루 되세요.

  • 11. ....
    '21.5.3 8:29 AM (14.43.xxx.51) - 삭제된댓글

    빨리 나으셔서 도장깨기 하시길 바랍니다.
    리스트보니 저도 먹고 싶은게 많네요.

  • 12. 봄날
    '21.5.3 8:31 AM (121.168.xxx.26)

    저도 시어머니가 당뇨시라 음식 선물은 최대한 절제했는데
    사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건강보다 돈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마음만 있으면 택배를 보낼 수도,
    병원 간호원이나 간병인들에게 전해줄 수도 있었는데
    어머니가 병원밥이면 됐지 무슨 욕심을 또 내냐고
    큰소리 치던 거,
    반성합니다.

  • 13. 흠흠
    '21.5.3 8:33 AM (125.179.xxx.41)

    저보다 나이많으시지만..
    귀여우셔요ㅋㅋ
    어여 퇴원하시고 리스트 도장깨기하는 내용도
    글 꼭 올려주셔요^^

  • 14. ...
    '21.5.3 8:41 AM (114.201.xxx.171)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15. 지난번
    '21.5.3 9:03 AM (180.68.xxx.100)

    자전거 타다가 부상 당하셨다고 했던가요?
    입원 일정은 퇴원 기간이 정해진 것인지...
    어여 회복하고 퇴원해서 저기 쓴 맛난 음식 다 드세요.^^

  • 16. 봄날
    '21.5.3 9:10 AM (121.168.xxx.26)

    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기는 이제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언니가 그날 죽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잡다한 근심들은 다 우스워지고 사소해졌다고 하네요.
    동생이라도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퇴원하면 당연 도장깨기 할 겁니다.암요,

  • 17. ..
    '21.5.3 11:51 AM (175.223.xxx.225) - 삭제된댓글

    아휴,
    아프신대도 글 넘 잘 쓰시네요

  • 18. ..
    '21.5.3 1:23 PM (175.223.xxx.225) - 삭제된댓글

    언제쯤 퇴원 예정이세요?
    서울이시죠?

  • 19. 봄날
    '21.5.3 1:53 PM (121.168.xxx.26)

    제가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기가 어려워요.
    왼팔 골절로 휠체어도 한손으로 겨우 끌고요.
    뼈가 다 붙어야 재활도 할 수 있다는데
    언제 퇴원할 수 있을런지 아직 저도 모르겠어요.
    저 사는 곳은 지방이고 서울에서 나고 자랐어요.

  • 20. ..
    '21.5.3 2:43 PM (175.223.xxx.225) - 삭제된댓글

    라디오 ???? 다시듣기 많이 하세요.
    정신이 건강 하심에 감사하시고요.

  • 21. ..
    '21.5.3 3:10 PM (175.223.xxx.225) - 삭제된댓글

    라디오 다시듣기 많이 하시고요.
    클래식에프엠 많이 들으세요.
    저는 대구입니다.

  • 22. 봄날
    '21.5.3 7:12 PM (121.168.xxx.26)

    라디오 어플 깔았어요.
    귀에 익은 클래식도 들리니 좋네요.
    이어폰에 안대까지 끼고 있으니 잠이 스르르 옵니다.

  • 23. ㅁㅁ
    '21.5.5 1:26 PM (110.70.xxx.193) - 삭제된댓글

    ㅠㅠ주변이 으 ㅡㅡㅡ
    선택의 여지없음인가요?


    저 리스트중엔 퇴원전에도 가능인것들 많은데요?
    영감을 살살 구스르시길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병원생활

    얼른 기약있는 시간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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