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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등산의 힘!

장애인엄마 조회수 : 3,438
작성일 : 2021-03-24 13:54:56
또 지난 글에 이어 8개월? 만에 글 쓰네요 ^^
가끔 사는 이야기 들려달라고 하셨던 분들이 항상 생각나 간만에 끄적여봅니다.

지난글들도 궁금하다는 분들이 계셔서 부끄럽지만 순서대로 링크 걸어봐요 ^^





지난 번 글에 일을 시작했다고 적었었는데 
제가 1년 일을 하는 동안 저희 딸이 살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쪘어요 ㅠㅠ
원래대로라면 제가 일하는 동안 학교에 가 있어야 할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어서 생긴 부작용이랄까요 
우울증세도 좀 보이고..
코로나만으로도 불안했을 텐데 엄마도 일한다고 집에 없으니 
힘들었나봐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계약기간이 끝나고 연장을 안 하고 그만뒀답니다

그 때부터 집에서 딸을 졸졸졸졸 쫓아다녔어요 ㅋㅋ
운동을 보내는 데도 살이 안 빠져서 2월달부터 같이 등산도 시작했어요.
1시간이 조금 넘는 코스인데 초등생 딸이랑 쉬엄쉬엄 가다보니 총 2시간 등산 
하루도 안 쉬고 오늘로 50일째
비오는 날은 1시간반 산책했어요 
내리막길에 계단이 없고 완만한 등산로라 아이랑 제가 다니기 딱 좋은 길이예요.

2시간동안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같이 하는 대화
막 피기시작한 봄꽃
사랑스러운 바람과 연두빛 새싹들
띄엄띄엄 들리는 물소리
이런저런 힘든일로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걱정들이 사라지는 2시간

하나도 빠짐없이 너무 좋아요.

몇일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글 하나를 보고 너무 빵터졌었는데요 
"첫째를 낳아보니 말도 잘 듣고 예뻐서 둘째도 낳았는데 이거는 이상하다"
란 글이요 ㅎㅎㅎㅎㅎ
둘째인 저희 딸이 그렇거든요 ㅋㅋ

사랑하는 만큼 너무 힘들게 해서 운 적도 많았는데
등산하면서 내가 낳은 내 아이에 대해 깊게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가족이 다 같이 뭔가를 하는 것도 좋지만
남편과 나
아들과 나
딸과 나 
관계가 깊어지려면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등산이나 스마트폰 없이 하는 둘만의 여행은 
쌓일수록 깊어지는 시간들을 만드는 데 최적인 것 같아요.
전 부모님들과 단둘이 가진 시간들이 부족해서 인지 
깊이있게 잘 알질 못해서.. 잘 몰라서 부모님을 오해하는 일이 잦았거든요.
어쩔 수 없는 시대였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사랑합니다 아빠엄마^^

딸과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튼튼한 두 다리가 있고
아직 딸의 시간이 많이 늦지 않았음에 감사하답니다.

중학생인 사춘기인 아들과는 힘든 시간들이라 아쉽네요.
아들과는 어렸을때 단 둘이 국내여행을 많이 했음에 그나마 위안을....
아들은 요즘 피아노에 관심이 아주 많아져서 대화 하려고 
평생 관심 쌀알만큼도 안 가져 본 클래식과 음악가들에 대해 공부하느라 죽을맛이여요 ㅎㅎㅎㅎㅎ
모르는 척 하면서 너 리스트 알아???? 물어보면 아닛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하면서
눈빛이 반짝거려요 ㅋㅋ 
그렇게 시작부터 얘기가 잘 풀리면 평소엔 안 들려주는 피아노 연주도 자기방에 초대해서 들려준답니다 ㅋㅋㅋ




등산 50일 후기가 궁금하신 분이 계실 것 같아요

운동을 싫어하던 딸의 대근육이 많이 좋아졌구요 
체육시간에 칭찬을 자꾸 받는다고 자랑을 해요 
대화한 시간이 쌓이는 만큼 모녀간 유대도 돈독해졌구요
요즘 자꾸 유년기때 하던 것 처럼 자기전에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귀엽고 귀찮아요ㅋㅋㅋㅋ
갑자기 안 하려고 노력하던 숙제를 잘 해 가고 
생각이 좀 넓어져서인지 체력이 늘어서 인지
스스로 자기방 청소를 하네요 언제부턴가 
이전보다 자신감이 조금 늘어서 안 하던 발표도 했다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담임이 되신 선생님께 연락도 와요.

먹는 걸 그대로 먹어서 인지 단시간에 급격히 찐 거에 비해 살이 많이는 안 빠졌어요 3키로 정도?
저도 3키로정도 빠졌는데 근육치환이 되서인지 빠진 중량보다 사이즈가 줄었네요
예전엔 일 하나 하고 쉬고 일 하나 하고 쉬고 일 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많았는데
체력이 늘어서인지 쉼없이 일하는 시간이 조금 늘었네요 ^^
제작년에 폐기능이 일반사람들의 60%라고 진단받았는데 
처음보다 숨이 덜 차서 폐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어느새 모녀등산 시간이네요~~
이만 줄이고 가방을 챙겨서 으쌰으쌰 가 보겠습니다 
어서어서 코로나가 물러가서 모두 예전같은 삶이 허락되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더불어 저희딸 소원이라는 축제구경갔다가  코인노래방 갔다가 샐러드바가서 푸지게 먹는 날도 ㅎㅎ 

항상 감사드립니다 82님들♥
행복과 건강이 항상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IP : 222.238.xxx.21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1.3.24 1:59 PM (175.192.xxx.178)

    대단하세요.
    축하드립니다. 3킬로와 아이와의 관계 개선

  • 2. 쓸개코
    '21.3.24 2:01 PM (118.33.xxx.83)

    운동 하나로 얻는게 많으셨군요.
    걷기운동 하려고 했는데 원글님 글 읽고 야산이라도 올라가야 할지 갈등됩니다.ㅎ

  • 3. ..
    '21.3.24 2:07 PM (39.7.xxx.244)

    끈기있는 모녀시네요.
    바람, 봄꽃, 연두빛 새잎들, 햇살이 너무 좋은 때입니다.
    함께할 딸을 두신 것도 근처에 야산이 있는 환경도 따뜻하고 여유있는 원글님도 참 부럽습니다.
    늘 행복하십시오.

  • 4. 반가워요
    '21.3.24 2:35 PM (121.176.xxx.28)

    저도 아들과 지난주부터 등산 다녀요
    새싹이 돋아나는게 너무 이뻐서
    요즘 등산다닐맛 나요
    님도 저도 화이팅입니다~^^

  • 5. t상상
    '21.3.24 2:36 PM (115.94.xxx.252)

    아주 이쁜 시간을 같이 보내고 계시네요.
    딸아이의 평생 기억에도 아주 든든하게 자리할 것 같아요.
    글이 수필처럼 잔잔하게 예쁩니다.
    등산의 힘, 저도 느껴보겠습니다.

  • 6. ..
    '21.3.24 2:51 PM (1.237.xxx.26)

    하나있는 사춘기 아들녀석덕분에 하루에도 롤러코스터를 서너번 탑니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어린 동무가 있어 부럽습니다.
    요즘은...집값 올라 재산증식되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보다 딸 가진 엄마가 제일로 부럽네요.

  • 7. ...
    '21.3.24 4:31 PM (222.112.xxx.213)

    저도 작년 봄에 코로나로 집콕하고 있을때 초딩 아들 둘과 거의 석달을 아파트 뒷산 산책을 했어요.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고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애들이 게임에 맛을 들여 이젠 절대 같이 가질 않아요 ㅠㅠ
    원글님은 따님과 계속 즐거운 등산하시길 바랍니다!!

  • 8. ...
    '21.3.24 4:52 PM (39.123.xxx.70)

    화목한 가족, 조곤 조곤 대화하는 모녀. 모자 모습이 그려지네요.

    건강하시고 다들 행복하게 지내세요. ^^

  • 9. 어느
    '21.3.24 6:19 PM (118.235.xxx.71)

    코스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내려오는 길이 완만하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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