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하나씩 알려주세요
요즘은 시집을 읽고있는데
좋은 시 한편씩 소개해주세요
전 다들 아시겠지만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1. ㅇㅇㅇ
'20.12.21 10:23 AM (220.86.xxx.234)사랑은 야채같은 것
2. 저도
'20.12.21 10:28 AM (119.193.xxx.19)좋아하는 시~~ㅎ
최근에 읽은 류시화님의 *시로 납치하다* 에서 본 시 추천드려요~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저 책에 좋은시 너무 많아요~^^3. ㅇㅇ
'20.12.21 10:28 AM (61.254.xxx.91) - 삭제된댓글칼릴 지브란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4. 입속의검은잎
'20.12.21 10:31 AM (203.247.xxx.210)엄마 걱정
詩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5. ㅠㅠ
'20.12.21 11:11 AM (210.105.xxx.4)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 며칠 전에 우연히 듣고 눈물 철철 흘렸어요 ㅠㅠ
6. ..
'20.12.21 11:20 AM (210.105.xxx.4)아침 -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 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7. 음.
'20.12.21 11:22 AM (1.245.xxx.138)기형도시인의 엄마생각이 초 3때 쓴 시라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이미 그 천재성은
어릴때부터 번뜩였던 거였어요.8. 음.
'20.12.21 11:22 AM (1.245.xxx.138)정작 기형도시인 엄마는 글을 읽을줄 몰랐다는데, 아들은 천재적인 시인...
9. ....
'20.12.21 11:28 AM (119.198.xxx.28) - 삭제된댓글하늘은 지붕 너머로
【시】- 폴 베를렌(Paul Verlaine)
하늘은 지붕 너머로
저렇듯 푸르고 고요한데
지붕 너머로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신(神)이여, 저것이 삶이다.
소박하고 고요한,
이 평화로운 소요(騷擾)는
도시에서 오는 것.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줄곧 울고만 있으니,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10. ㅎㅎ
'20.12.21 12:18 PM (116.123.xxx.207)행복
첩첩산중 산마을에 노부부 살고 있다
사는 게 밋밋해서 강아지와 닭을 키운다
그 모습 하도 싱거워 바람 불고 눈 내린다11. ㅎㅎ
'20.12.21 12:21 PM (116.123.xxx.207)풀잎
한 아이가 두 손 가득
풀을 쥔 손을 내밀며
'풀이 뭐죠?'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어찌 대답할 수 있었을까요?
풀이 무언지
그 아이처럼
나도 알지 못했으니까요
아마 그건 휘날리는 푸른 희말
생명의 천으로 잔 깃발이 아닐까요?
아니면 신의 손수건 인지도 모르지요
일부러 떨어드린 향기로운 선물이자 징표,
한 쪽 구석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누구의 것인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손수건 말이예요
아니면 풀이란 바로 어린아이가 아닐까요
식물에서 태어난 어린아이 말이예요12. 우와....
'20.12.21 12:42 PM (36.38.xxx.24) - 삭제된댓글82쿡 회원임들의 품격!
이 글은 앞으로 보내서 추천을 받고 싶어집니다.
좋은 시 추천 감사해요.13. 우와~~
'20.12.21 1:09 PM (36.38.xxx.24)82쿡 회원님들의 품격!
이 글은 앞으로 복사해서 보내서 계속 추천을 더 받고 싶어집니다.
좋은 시 추천 감사해요.14. 1111
'20.12.21 1:18 PM (58.238.xxx.43)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15. ditto
'20.12.21 1:38 PM (39.7.xxx.40)김남조, 너를 위하여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가만히 눈 뜨는 건
믿을 수 없는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 버리고
못다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16. ditto
'20.12.21 1:40 PM (39.7.xxx.40)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타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17. 저도
'20.12.21 9:16 PM (61.98.xxx.47)나비
---박진성 詩
너 있던 곳에서
나 있는 곳으로
나비가 한 마리 날아왔다
온 세계가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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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좀 알려주세요)...이병률 詩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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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지던 날...윤인완 詩
그저
손만 잡았을 뿐인데
붉은 꽃향기
질펀하게 스며들어
넋
이
나
간
다
당신의
깊고 뜨거운 심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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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詩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 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