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돌아가는 세상 - ‘5.18 왜곡처벌법’ 통과를 지켜보며
2020.12.10.
5.18 관련하여 정부가 규정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언론이나 SNS 등 정보통신망에 게재하는 경우, 5.18을 왜곡하였다고 하여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률을 민주당이 오늘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모양이다.
민주당의 이런 반민주적 무소불위의 작태에는 당연히 분노하지만, 7년을 5년 이하 징역으로 낮추자고 협상한 국민의힘에게 더 분통이 터진다. 국민의힘은 자유주의 가치를 신봉하는 정당이 맞는가?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이런 법률에 대해 의원직을 걸고 막지는 못할망정 협상으로 통과시켜주다니...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대상 법률에는 이 ‘5.18 왜곡처벌법’은 들어가 있지 않다. 이는 국민의힘이 이 법률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국민의힘이 자유주의 우파 정당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5.18 관련하여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사안들이 많다.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 여부와 옛 광주 교도소 암매장 여부, 발포 명령과 일제 조준 사격 여부 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사실여부가 규명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실 검증도 없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의해 기정사실로 못 박혀 영원히 역사적 진실로 둔갑될 판이다.
무엇이 객관적 사실인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자칫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앞으로 5.18 관련한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노력들은 움추려들 수밖에 없고 시간이 갈수록 현 정권과 자칭 진보진영이 규정한 대로 5.18은 후대에게 전해질 것이다.
이 법은 5.18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고, 5.18 희생자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민주와 자유를 외쳤던 모든 사람들의 노력들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87년, 아니 80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역사적 퇴행이다.
보수 진영이 집권하여 ‘천안함 폭침 왜곡처벌법’, ‘6.25사변 왜곡처벌법’, ‘5.16혁명 왜곡처벌법’, ‘박정희 모독금지법’ 등을 만들어 폭침과 다른 사고원인을 제기하거나, 6.25에 대한 기존의 시각과 다른 내용을 발표하거나, 5.16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글을 게재하면 처벌한다고 하면 수용하겠는가?
세상사는 절대적인 선과 악은 없으며,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측면의 해석이 가능하다. 정의롭고 선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에 의해 자신과 가족이 피해를 받았다면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다.
과거 사건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시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또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되면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5.18 왜곡처벌법이 허용되면 ‘세월호 왜곡처벌법’, ‘위안부문제 왜곡처벌법’, ‘강제징용 왜곡처벌법’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법들이 통과되면, 세월호 사고는 단순 해상 교통사고라고 주장하거나 세월호 특조위 연장에 반대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다. 윤미향과 정대협이 정의하는 위안부가 역사적 사실로 굳어질 것이고, 위안부의 실제적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입은 닫힐 것이다. 1920년대 홋카이도 탄광에서 일하던 일본인 광부의 앙상한 모습이 모델이 된 동상이 전국에 설치되고, 조총련계 조선인 감독이 연출한 군함도를 그린 영화에 나오는 “엄마 보고 싶어요. 배가 고파요.”라는 손톱으로 긁어 쓴 글은 실제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쓴 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필자는 ‘공수처법’도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악법이지만, ‘5.18 왜곡처벌법‘은 ’공수처법‘보다 더 개인의 양심과 사상을 황폐화시키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두 가지 법 모두 통과시키지 말아야 하겠지만, 둘 중 하나만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필자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의 말대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의 도래가 임박한 것 같다.
내 생애에 이런 파시트적이고 몰염치한 정권을 경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