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친정집에 갔다가
어제 돌아오는 길 4시간이나 걸려 집으로 왔습니다.
주말이면 늘 비슷하게 막히는 곳이라 놀라울 것도 없고
이렇게 먼 거리에 살다보니 그저 늘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에요.
커피 한 잔 마시다가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서요.
엊그제 친정엄마 모시고 친정집 근처 조용하게 바람쐬러 다녀오려고
준비하는데
평소 친정엄마는 화장을 안하세요.
딸인 제 생각에는 바람쐬러 가는 길이니 예쁘게 화장도 하시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친정엄마는 평생 농사만 지어오신 분이고
행동이 빠르신데다 의존적이지 않고 뭐든 알아서 추진력있게 하시는
살짝 남자 같은 성격이신데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시집와 시부모에 시동생들
자식들까지 보살피고 먹여 살려야 했으니
타고나길 얌전한 새색시처럼 타고났어도 집안 상황이 이러하면
자연스레 여장부 스타일이 되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다 젊다면 젊은 나이에 남편 먼저 떠나 보내고도
여자 혼자 몸으로 힘든 농사일을 다 해내셨으니까요
"엄마 세수는 하셨지?"
"했어~ 했어~"
"엄마~ 그럼 스킨이랑 로션도 바르고 그래야징~"
"안발러~ 귀찮아~"
귀찮다는 엄마 돌려 세우고 제가 손바닥에 스킨이랑 로션 덜어내서
엄마 얼굴에 톡톡톡 발라드리니
아기처럼 눈을 감고 얌전히 얼굴을 내미시네요
톡톡톡. 톡톡톡. 몇번 바르고 흡수시키고서 끝.
여기서 더이상은 허락하지 않는 엄마시기에 (색조화장은 엄청 싫어하세요)
사실 집에서 살림 하시면서 화장도 자주 하시고 하셨으면 좀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일흔셋인 엄마는 햇살과 바람을 있는 그대로 다 맞고 살아온 분인데다
화장을 아예 안하시는 분이라 어쩌다 색조화장 해드리려고 해도
엄마와 엄마의 피부가 허락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결론은 피부에 화장이 잘 먹지 않아요. ^^:)
엄마가 바지는 이걸 입고.. 윗도리는 이거 입을까? 하시며 가리킨 옷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웬지 더 쨍~한 원색 옷이 예쁘길래
"엄마~ 요거 요거~ 요 밝은색 입고 저 검은색 패딩은 혹시 모르니 챙겨가는게 어때?"
"그럽시다~"
그러시고는 옷을 다 입으신 후 살짝 고민을 하시네요
"가방을 메고 갈까? 그냥 갈까? 가방에 뭐 넣을 건 없는데..."
그러시더니 제가 뭐라 답을 하기도 전에
"음.. 그냥 메고 가야겠다. 멋쟁이들은 가방을 메니까. 나는 멋쟁이니까~"
하면서 혼자 자문자답을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엄마도 웃고 저도 웃고. ㅎㅎ
시골 농사짓는 분인데다 꾸미는 것도 관심 없으시고 옷도 마찬가지셔서
그냥 편하게 입을 옷 몇가지만 가지고 계신 분이고
가방도 시장표 그냥 편한 가방이지만
그날 엄마는 가방을 사선으로 멜줄 아는 최고의 멋장이가 되셨어요.
아직도 귓가에 멤도네요
" 나는 멋쟁이니까~" 하시던 엄마의 음성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