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요즘 문득

... 조회수 : 682
작성일 : 2020-08-10 17:38:03
평소엔 잘 자는데 어젯밤엔 왠지 잠도 안 오고 해서
시그널 찾아서 보니 참 재미있더군요.
괜히 입도 심심해서
냉장고에 오래 전에 두었던 캔 맥주 하나 까고
이리저리 찾아보니 스낵 봉지 하나가 보여서 그걸로 큰 캔 혼자 다 마셨어요. 
맥주 정말 오랫만인데
남편도 애도 자고 해서 저 혼자 호젓하니 그렇게 시간 보내니 그것도 괜찮더군요.
월요일이면 또 출근해서 바쁜 일주일 보내는데 일요일 마지막 시간을 홀로 조용히 즐겼어요.
괜히 방에 들어가기 싫어서 소파에 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봐요.
아침에 추운 바람에 깨서 보니 소파위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오늘 출근해서보니 급히 처리해야 할 용무가 있는데
일이 너무 한심하고 속상해서 남편에게 카톡을 했는데
이 사람이 카톡을 읽지도 않아요.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요. 맨날 이런 식이에요. 정말 맥이 빠져요.
나중에 전화해도 안받데.. 이러면 그랬어? 몰랐어.. 이런 답이죠.

하여간에 서둘러서 급한 불은 껐는데 그러느라 몸과 마음이 완전 지쳤어요.
나머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한심한 생각에 정말 입도 벙긋 할 기운도 없는데
남편이 그때서야 전화하네요.
그래서 아.. 아까는 할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해결되었고
내가 지금 너무 피곤해서 나중에 집에서 얘기할께.. 이랬는데도
자꾸 지금 말하래요.
어휴.. 정말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안 맞아요.

생각해보니
나는 결국 즐기는 것도 나 혼자,
나를 위로하는 것도 나 혼자,
일을 해결하는 것도 언제나 나 혼자..
힘든 일 있어 말을 해도 시간적으로 소통이 안되거나, 
때로는 내용상 제가 말하는 것의 의미를 모르더라고요.
내가 느낀 것을 설명해도
이 사람은 아주 단순하게 그걸 희화화하거나 아니면 무시해버리는 식이예요.

요즘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요.
어제 오후에 집 화장실 벽 위쪽에, 제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날벌레가 하나 앉아있는게 보여서
남편보고 이거 좀 잡아줘.. 했더니만 말로만 응.. 이러더라고요.
날벌레인데 이거 날아가면 못 잡아.. 어서 와.. 이래도 응.. 대답만 하고 있더라고요.
이때 제가 정신이 퍼뜩 들더라고요.
평소엔 제가 혼자서 그런거 다 처리했거든요.
이 사람은 제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이런거 못 잡는거 알면서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거에요.
부인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말만 앞서고 실제로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엔
응.. 응.. 대답만 하고 언제까지나 몸으로 하지는 않는거죠.
제가 작년에 우리 관계에 대해 크게 고민했을 때 
남편은 잘못한거 미안하다.. 당신에게 최선을 다 하겠다..이랬지만
실제로 변한 건 없는거 같아요.

결국 남편은 언제나 제게는 부재중인 거나 마찬가지 같아요.
내가 힘들게 가장 노릇해도 이 사람은 그런거 하나도 몰라요.
그냥 아침에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면서 자기 번건 자기가 다 쓰고
자기에게 의미 있다 싶은 것만 즐기고
자기에게 의미 있다 싶은 것만 알아듣죠. 
나머지는 외계어처럼 들리지도 않는거죠.
제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면서 내 역할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원래 그런 줄 알고 있지만 요즘 들어 더 그게 뚜렷이 느껴지네요.

어쩐지 쓸쓸해요. 
부부가 이런 식이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렇게 살아가는거 아니지 않나요.
IP : 112.186.xxx.4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8.10 6:37 PM (110.12.xxx.4) - 삭제된댓글

    너무 외로우시겠어요.

    전 남편놈하고 비슷해서 답글 달아요.
    부부가 정이라도 있든가 의리라도 있든가 아니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라도 있어야 마지막까지 갈수 있는거 같아요.
    자기 벌어서 자기 다 쓰면 왜 같이 살아요.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게 부부인데요

    다시 잘 생각해 보시고
    별거도 좋을꺼 같은데요.
    그러면서 님의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가세요.
    인생이 행복만 있는건 아니지만 한번 사는데
    책임을 질수 있는 동반자는 지금의 남편은 아닌거 같아요.
    건강 잘 챙기시고 남을 위해서 살때는 나를 위해 사는 사람에게 일때 랍니다.

  • 2.
    '20.8.10 6:40 PM (110.12.xxx.4)

    너무 외로우시겠어요.

    전 남편놈하고 비슷해서 답글 달아요.
    부부가 정이라도 있든가 의리라도 있든가 아니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라도 있어야 마지막까지 갈수 있는거 같아요.
    자기 벌어서 자기 다 쓰면 왜 같이 살아요.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게 부부인데요

    다시 잘 생각해 보시고
    별거도 좋을꺼 같은데요.
    그러면서 님의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가세요.
    인생이 행복만 있는건 아니지만 한번 사는데
    책임을 질수 있는 동반자는 지금의 남편은 아닌거 같아요.
    건강 잘 챙기시고 님에게 헌신하는 사람에게 님도 헌신하세요^^

  • 3. 구조
    '20.8.10 6:43 PM (182.225.xxx.233)

    그런 말 있죠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고요
    남편한테 구구절절 이야기해봤자 대답없는 메아리겠죠 그리고 남편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을 겁니다 들어보면 어처구니 없는 것도 많겠지만 아무튼 많긴 많을 거에요
    그리고 남편에게는 원글님의 그 괴로움과 하소연이 또 별로 와닿지 않을 거구요

    님을 탓하는 게 아니고, 앞으로 더 잘해보라든가 남편을 바꿔보라든가 그런 말씀도 안 드립니다
    그런 걸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진작 해결됐겠죠

    적당히 놓아버리고 적당히 포기하고 예쁘게 굴 때는 적당히 또 예뻐해주고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게 주어진 이 생은 단 한 번 뿐,
    지금 내게 주어지고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만 최대한 취하면서 살아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62484 혹시 애견 파양하시는분 계실까요 20 몽이 2021/01/24 4,444
1162483 아이학원 그만둘때 쌤께 어떻게말해야할까요 4 학부모 2021/01/24 2,056
1162482 노로바이러스 원인이 굴? 딸기? 9 노로바이러스.. 2021/01/24 4,340
1162481 집에서 커피 어떻게 드세요? 11 원두커피 2021/01/24 4,831
1162480 요양원계신 아버지가 위중하신데ㅠ 병원으로 모셔야할까요 11 apehg 2021/01/24 4,524
1162479 허리가 쓰라린 느낌~ 4 ㅇㅇ 2021/01/24 1,104
1162478 회사가 직원의 자기개발을 바라나요? 16 ㅇㅇㅇ 2021/01/24 3,004
1162477 [주진우 라이브] "국정원 사찰 문건 돌려받았지만 내용.. 7 이런 2021/01/24 1,589
1162476 이공대 박사과정 유학은 학비 없나요? 16 .... 2021/01/24 2,775
1162475 식기세척기 6인용 설치하신분들 중, 공간이 아슬아슬 할때 어떻게.. 2 82사랑 2021/01/24 1,769
1162474 "군복무 승진우대 조항 없애라…남녀차별" 28 ... 2021/01/24 3,050
1162473 류이서씨는 (전진부인) 머리발인듯요.. 77 2021/01/24 25,443
1162472 세상 힙한 90년대 패션 19 ㅇㅇ 2021/01/24 4,175
1162471 리모델링 6개월만에 Led등이 나갔는데 10 ㅇㅇ 2021/01/24 3,114
1162470 강릉 아파트 추천 부탁드립니다 3 소심녀 2021/01/24 2,718
1162469 무시하는 학원 그만두는게 나을까요 15 무시 2021/01/24 3,381
1162468 장@영 동명이인들은 요즘 괴롭겠어요. 4 동명 2021/01/24 2,260
1162467 장하영 부모가 최근 설교 중 한 말/펌 28 허걱스럽네 2021/01/24 6,858
1162466 주식공부 처음시작할때 책과 유투브 중에 뭐가 좋나요? 12 .. 2021/01/24 2,733
1162465 MB정부 당시 국정원, 좌파 연예인 방송활동 차단 강화 등 전방.. 3 ... 2021/01/24 1,192
1162464 포장이사가 아닐 경우 3 ... 2021/01/24 985
1162463 신경치료 한지 십수년된 이는 왜 갑자기 찌릿한걸까요? 4 ,,,, 2021/01/24 1,787
1162462 초콜릿 보관 어떻게 할까요? 4 달콤 2021/01/24 986
1162461 하~ 친정엄마가 이런말 하시네요 5 ... 2021/01/24 5,093
1162460 바르게 살려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5-60대 25 000 2021/01/24 4,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