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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누구나 무섭다고 했던 집.

모카롤빵 조회수 : 6,566
작성일 : 2020-06-23 16:13:44

14년동안 이사를 7번을 했으면 참 많이 한거겠죠?

돌아보면, 비슷비슷한 집이었는데 집마련을 하기전이었으니까

집값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청을 못들어줄때라던지.

2년마다 옮겨다니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생활의 이벤트처럼

다른집으로 옮겨 살수있는 가벼운 맘으로 가버린 경우도 있고.


이런저런 집들이 생각나요,

결국은 비슷비슷한 구조라던지, 평수였는데

그래도 그중에 기억이 남는 집이 있어요.


급전세로 나온 집이었어요.

주인할머니가 요양원에 가계신다고 해서 시세보다저렴하게

나온 집이었어요.

우리가 집을 보러 갔을땐 거의 남아있는 짐들은 없었고

현관앞에 말라죽은 큰 화분이랑 거저줘도 안걸것같은 먼지쌓인

풍경화 한점이 벽에 걸려있었어요.

신축으로 지어진지 6개월도 안되었던 집이어서

그동안 발품팔며 다녀봤던 여러 다른 집들보다 깨끗했어요.

4층계단 오른쪽에 위치한 24평 그 집을 우리가 맘에 들어하는것같자

부동산 중개인이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했어요.

반은 떠밀리다시피 비교적 저렴하게 전세계약하고 들어와 살았는데

지내면서 느낀게 뭔가 편안하지가 않았어요.

그건 그당시 12살이던 딸아이도 그런 말을 했어요.

별 특이사항은 없었어요.

특이사항이라면, 부엌싱크대가 어두운 원목색깔로 좀 크게 지어진거랑

무거운 샹들리에가 식탁바로위에 있었어요.

낮에, 갓 돌지난 아기랑 있으면 인기척없는 그 조용함이 낯설었어요.

그리 크지않은 집이었는데도 늘 등골이 서늘했어요.

늘 채광이 밝은 집이었는데도 그 집은 편안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살던 그 4층에는 늘 원룸이 비어있었고 우리가 2년뒤에 이사갈때까지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않았어요.

제 친구도 그집에 놀러온적 있었는데, 어딘지 무서웠다고 했어요.

친구랑 이야기를 하고 딸이나 아기랑 텔리비젼을 봐도 이야기를 해도

기본적으로 고요가 서려있던 집이었어요

제가 아기랑 병원에 갔을때 그당시 초등생이던 딸아이가 친구랑 함께

집에서 놀았었던가봐요.

그 친구도 야아, 은근히 집이 무서워.

라고 했다는데 그  기분은 딸도 느끼고 있었다고 해요.

누구나 그 집은 다들 무섭다고 했던 그집..

그러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우리집에 오던 그 어떤 사람들도

절대 편안해 하지 않았었던 그 집이 가끔 생각나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그집을 떠난지 4년넘었는데도 그집은

그냥 조용히 무서운 ,그러나 아무도 무엇때문에 그런 기분이 들어야 했는지

절대 모르고 찜찜했던 그 집.

이사나가면서 마지막으로 그집의 4층 창문들을 차안에서 올려다볼때

다시한번 그 무서운 기분이 들었던 그집..

가끔 그집이 생각나요. 텔리비젼을 틀어놓아도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고있어도,

친구가 와서 이야길할때에도 뭔가 깊은 고요가 드리워져있던집이

가끔  생각나곤해요.

IP : 121.184.xxx.131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6.23 4:16 PM (223.39.xxx.197)

    ㅎㅎㅎㅎㅎㅎ호

  • 2. dd
    '20.6.23 4:21 PM (119.205.xxx.107) - 삭제된댓글

    집 구조가 보통 규격화된? 아파트 같은 구조가 아니었나요?
    생소한 느낌에 아마 그랬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요
    벽 위치에 따라 말소리 울림같은 것들도 달라지니까요

  • 3. ...
    '20.6.23 4:21 PM (39.7.xxx.211)

    소오오오름

  • 4. 소름은 무슨
    '20.6.23 4:22 PM (121.133.xxx.137)

    그런 집에 기 센 사람이 살면
    대박나는데

  • 5. 원글
    '20.6.23 4:26 PM (121.184.xxx.131)

    다시 생각을 더듬어보면 특이한 구조도 아니었어요,,
    사실 바퀴벌레 나오던 속끓이던 반지하도 살아봤는데, 그런 짜증남과는 아주
    달랐어요,
    현관문을 들어서면, 바로 거실이 있고, 안방, 작은방 두개. 욕실 ,부엌.
    다 평범했어요..

  • 6. zzz
    '20.6.23 4:29 PM (119.70.xxx.175)

    121.133 / 제가 들어가서 살걸..ㅋㅋㅋㅋㅋㅋㅋ

  • 7. 원글
    '20.6.23 4:31 PM (121.184.xxx.131)

    그느낌은, 그전에도 그후에도 가져보지못했어요, 오직 그집에서만..
    그리고 그 느낌은 저만 갖고있는줄알았는데 집에 놀러왔던 친한친구도 가끔 오기만 하면
    그런 말을 했었어요, 주위를 돌아보면서 야아,왜 이렇게 집이 무섭냐, 이렇게 환한데..
    가끔 그때일을 딸이랑 이야기하면 술래잡기하다가 친구가 무섭다고 해서 그냥 관두고
    밖에 나간적도 있었다고 했었어요, 뭔가 우리가 그곳에서 눈치보면서 벽이랑 천장이랑 곳곳
    훑어보면서 지냈던 곳인데 나중에 이사갈때 집을 훑어보면서 또 그런 기분이 드는 집은
    제가 못만나봤어요.

  • 8. ...
    '20.6.23 4:31 PM (118.221.xxx.151)

    마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가 생각나네요

  • 9. ....
    '20.6.23 4:40 PM (1.237.xxx.189) - 삭제된댓글

    벽속에 뭐라도 있었던걸까요
    전 푸켓 여행가서 느껴봤어요
    그집은 엄청 큰 2층집이였고 화장실이 세게나 됐는데
    넘 커서그랬나 무섭더라구요
    특히나 무서운 방이 있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은 어디가 있었는지 집안에서도 내옆에 잘 없었고
    난 무서우니 예민 곤두서 있고 샤워도 힘들 정도
    하루 일과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편치 않았어요
    그곳은 자동차로 10분가량 달려야 벗어나는 풀빌라촌이였고요
    사람이 근방에 거의 없으니 음기가 쌓였나 싶고
    으슥한 동남아 분위기는 별로에요

  • 10. 원글
    '20.6.23 4:45 PM (121.184.xxx.131)

    그래서 전 그후로 부동산 중개인이 먼저 닥달하면서 계약체결해달라고 재촉하면
    전 안해요,
    나갔다가도 집에 들어와 현관문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냉정한 고요가 공기중에
    있고, 눈은 안방, 부엌, 등등 살펴보게되요.
    마쓰다 신조의 집은 어떤곳인지 모르지만, 이사짐 다 뺀 빈집창문을
    자동차창문안으로 올려다볼때 그 기분, 후련하면서도 저 집안에 누가 있나 다시 살펴보게 되는
    그 마음, 옆에 앉은 딸이랑 서로 눈빛으로 주고받을때 그 기분은 다시는 안만나려고요..

  • 11. ㄱㄴㄷ
    '20.6.23 4:46 PM (121.190.xxx.138)

    영화 같아요
    사시는 동안 아무일도 없으셨던 거죠??
    우와 무섭다.....
    님도 기가 약하진 않으신 듯...

  • 12. ㅁㅁ
    '20.6.23 4:53 PM (211.173.xxx.152)

    그러게요.원글님뿐 아니라 온 가족이 기가 상당히 쎈듯요..그런 이상한 기운을 누르고 아무일없이 나왔으니까요다행이에요

  • 13. 감정이입 대박
    '20.6.23 5:19 PM (39.7.xxx.163)

    정체없고 형태와 소리조차 없는 기운이라니 신기한 이야기네요.
    무서운 소설을 읽고있는 기분도 들어서 소름돋았어요ㅠ

  • 14. 원글
    '20.6.23 5:23 PM (121.184.xxx.131)

    정말 제가 기가 좀 셌을까요??
    그러고보니, 혹시 욕실에서 씻고있을때 수건이 없다든지 어떤 이유로든지 제가 큰애를 불렀었어요.
    큰애가 집에 있는 소리가 났거든요.

  • 15. 기가
    '20.6.23 5:35 PM (180.229.xxx.17)

    약하신거 같은데요

  • 16. 스토리에 매혹
    '20.6.23 5:54 PM (39.7.xxx.163)

    저두 기가 약해서 기 눌릴 타입인듯..
    이야기가 일본 공포영화를 보는듯이 흥미진진하면서 기이해요

  • 17. 원글
    '20.6.23 6:19 PM (121.184.xxx.131)

    아, 쓰다가 잘렸는데 아무리 불러도 애가 수건을 들고 나오질 않으니까 제가 결국은 욕실문밖에 나와봤어요.
    그런데 큰애가 친구랑 전화하는 목소리가 도란도란 들렸는데 제가 나오자마자 뚝 끊기고 조용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큰애도 언젠가 저랑 안방에서 자다가 눈을 뜨자마자 현관문이 열리면서 제가 들어오더래요.
    그래서 엄마하고 옆을보니, 아무도 없어서 혼자 어리둥절하다 말았다는데 그렇게 전혀 믿기지않고 꿈을꾸었겠지 하는 일들은 종종 있었어요. 꿈으로 여겨지고 그냥 그렇게 잊혀지는 하루처럼요.

  • 18. ..
    '20.6.23 7:16 PM (221.162.xxx.233) - 삭제된댓글

    집구할때 낮인데도 너무 무겁고 어두운느낌들어서 결국 취소했어요
    두번을가봐도 도저히 아이랑낮에 못있을것같아서요
    태어나처믐느낀기분이였어요

  • 19. ...
    '20.6.23 7:35 PM (180.70.xxx.144)

    글 너무 잘 쓰셔서 그런 집 안 살아봤는데도 그 고요한 기운에 짓눌리는 느낌이 같이 느껴지네요. 갑자기 무서워요 우리집이. 낮엔 혼자 있는데..
    원글님도 기가 센분 같네요
    큰애 에피소드 댓글 읽고 나니까요. 그런 경험 하는 집 거의 없죠ㅠㅠ괴담엔 많지만..

  • 20. 원글
    '20.6.23 7:45 PM (121.184.xxx.131)

    큰애가 그일이 제일 기억이 나나봐요, 몇번이고 제게 이야기를 했는데 전 솔직히 못믿겠는거에요.
    꿈꾸다가 일어난것일수도 있어서, 그렇게 긴가민가한 일들이 많지는 않지만 몇번은 있었는데 스치듯이 찰나에 일어났다가 없어지곤해서 , 또 혼자만의 당황스런 경험이기도 하니까 잊기도 하고, 진짜 그일이 있긴한건가.
    마음속이 혼자서 북새통이었어요.

  • 21. ...
    '20.6.23 10:03 PM (220.76.xxx.168) - 삭제된댓글

    저도 여러번 이사다니며 여러집 겪어봤는데 한집이 기억에 남아요. 2년 사는동안 네시구 모두 크고작은 사고와 질병으로 병원을 다녀야 했어요. 두명은 화상,두명은 골절..
    질병으로 대학병원도 가고, 그집 나오기전 법적인 일에 휘말려 고생하고..
    신기한건 그집에서 나오고나서는 다 잘 해결됐고 더이상 사고로 병원가는일도 없었네요
    지난 20년동안 돌이켜보면 그집살때 평생겪을 온갖일을 다 겪은것같아요

  • 22. 그래도
    '20.6.23 10:34 PM (223.38.xxx.204)

    층간소음 미치기 일보직전 집 보다는 낫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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