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시집오기 훨씬 전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남편나이 7샇.
음력 11월.
얼마나 추웠던지 선산에 삽질이 되는 곳이 딱 한 군데였대요.
가파른 길을 올라 봉분과 돗자리 하나 펼 정도의 땅이 햇살이 내리쬐고 있어서 그 땅만 안 얼었다고....
그 땅위로는 온갖 잡목이 얽혀있고 올라가는 길도 무섭지만 내려가는 길도 @@
명절이 싫은 이유중 하나가 아버님 산소 방문이였더랬죠.
세월이 흘러흘러
아버님 산소 아랫자리에 있던 산소들은
새로 토목공사를 싹~ 해서 봉분도 새로 올리고 다디는 길도 정비하고 잔디며 주변의 나무며 돌이며
얼마나 럭셔리하고 뽀대나던지요.ㅎㅎ
초라한 아버님 산소를 보다 아래쪽을 보면 별천지.
산소에 왜 돈을 들이는지 알겠더라고요.
덕분에 저희도 많이 편해졌어요. 전에는 처음부터 깍아지른 달동네였다면 지금은 부촌을 지나 달동네가는 느낌.
잔소리 엄청 했어요.
몇 백만 들이면 된다는데.. 제발 길좀 내고 봉분 좀 어캐 해봐라..
해가 지날수록 잡초조차 잘 자라지 않아서 아무리 떼를 입혀도.. 빡빡머리 봉분.
오르기 힘들고 산소 보면 짠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저의 운전연습 코스로 아버님 산소 다니기를 하고.. 거의 모든 리퀘스트가 다 있거든요. 여기만 잘 다니면 어지간한 도로는 다 다닐수 있다는 남편의 꼬임에 얼쑤하고,,
그래서 둘이 매주 가서
잔디도 심고..금방 말라죽었어요.ㅠ 남편이 수분 보존한다며 비닐 씌워놨는데.. 비가 많이 왔고.. 비닐 밑에 잔디는 말라.,.죽...ㅠㅠ
막잔디 씨 뿌리고
이주후 가보니 가파른 오르막길에 마치 푸른 카펫을 깔아놓은 듯 막잔디가 곱게 자라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둘이 신이 나서
산소 주변의 잡목들도 정리하고 수북히 쌓여있던 낙엽도 긁어내고
점점 욕심이 나면서
잔디 씨랑 잔디랑 다시 사다
밭 갈듯이 산소주변 싹 갈아서 새로 뿌리고 심고
비료도 좀 주고
집에서 물 까지 가져왔어요.ㅠ
주변 길도 조금씩 정비해서 오르내리기 편하게 하고
어언 한 달이...지났습니다.
이번주엔 앵두나무, 살구나무 기타등등 묘목 몇개 산소 주변에 담장처럼 심어두려고요.
먼 훗날 우리 손자들이 놀러와서 따 먹을 수 있도록요.
남편은 이렇게 매주 조금씩 손보면 그게 돈 버는거지 뭐 있냐면서
나는 자연인이다가 따로 없다고 으쓱하네요.
으..음.. 그래도 시골에 갈거면 혼자 가세요. 했어요.
마무리가 좀 이상한데.. 암튼 부부사이는 좋아졌어요.ㅋ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