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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매주 시아버님 산소에 갑니다.

**^^ 조회수 : 6,801
작성일 : 2020-06-17 14:02:02

저 시집오기 훨씬 전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남편나이 7샇.

음력 11월.

얼마나 추웠던지 선산에 삽질이 되는 곳이 딱 한 군데였대요.

가파른  길을 올라 봉분과 돗자리 하나 펼 정도의 땅이 햇살이 내리쬐고 있어서 그 땅만 안 얼었다고....

그 땅위로는 온갖 잡목이 얽혀있고 올라가는 길도 무섭지만 내려가는 길도 @@

명절이 싫은 이유중 하나가 아버님 산소 방문이였더랬죠.

세월이 흘러흘러

아버님 산소 아랫자리에 있던 산소들은

새로 토목공사를 싹~ 해서 봉분도 새로 올리고 다디는 길도 정비하고 잔디며 주변의 나무며 돌이며

얼마나 럭셔리하고 뽀대나던지요.ㅎㅎ

초라한 아버님 산소를 보다 아래쪽을 보면 별천지.

산소에 왜 돈을 들이는지 알겠더라고요.

덕분에 저희도 많이 편해졌어요. 전에는 처음부터 깍아지른 달동네였다면 지금은 부촌을 지나 달동네가는 느낌.

잔소리 엄청 했어요.

몇 백만 들이면 된다는데.. 제발 길좀 내고 봉분 좀 어캐 해봐라..

해가 지날수록 잡초조차 잘 자라지 않아서 아무리 떼를 입혀도.. 빡빡머리 봉분.

오르기 힘들고 산소 보면 짠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저의 운전연습 코스로 아버님 산소 다니기를 하고.. 거의 모든 리퀘스트가 다 있거든요. 여기만 잘 다니면 어지간한 도로는 다 다닐수 있다는 남편의 꼬임에 얼쑤하고,,

그래서 둘이 매주 가서

잔디도 심고..금방 말라죽었어요.ㅠ 남편이 수분 보존한다며 비닐 씌워놨는데.. 비가 많이 왔고.. 비닐 밑에 잔디는 말라.,.죽...ㅠㅠ

막잔디 씨 뿌리고

이주후 가보니 가파른 오르막길에 마치 푸른 카펫을 깔아놓은 듯 막잔디가 곱게 자라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둘이 신이 나서

산소 주변의 잡목들도 정리하고  수북히 쌓여있던 낙엽도 긁어내고

점점 욕심이 나면서

잔디 씨랑 잔디랑 다시 사다

밭 갈듯이 산소주변 싹 갈아서 새로 뿌리고 심고

비료도 좀 주고

집에서 물 까지 가져왔어요.ㅠ

주변 길도 조금씩 정비해서 오르내리기 편하게 하고

어언 한 달이...지났습니다.

이번주엔 앵두나무, 살구나무 기타등등 묘목 몇개 산소 주변에 담장처럼 심어두려고요.

먼 훗날 우리 손자들이 놀러와서 따 먹을 수 있도록요.


남편은 이렇게 매주 조금씩 손보면 그게 돈 버는거지 뭐 있냐면서

나는 자연인이다가 따로 없다고 으쓱하네요.

으..음.. 그래도 시골에 갈거면 혼자 가세요. 했어요.

마무리가 좀 이상한데.. 암튼 부부사이는 좋아졌어요.ㅋ



IP : 203.142.xxx.241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0.6.17 2:04 PM (221.154.xxx.186)

    헐,7살에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낭편분이 잘자라
    좋은아내까지 두셨네요.
    앵두나무 이쁠듯.

  • 2. 결혼하고
    '20.6.17 2:07 PM (203.142.xxx.241)

    바로 아버님의 환갑이래서 제사를 좀 특별하게 지냈는데요..
    형님이 그러더라고요. 아버지 돌아가실때 &&이(제 남편)보다 젊으셨는데...
    가끔 남편이 짠할때가 있어요.
    어제 밤에 목욕물 펄펄 끓는 뜨거운 물로 받아두고 너무 뜨겁다며 식힌다고 얼릉 목욕 안하길래 잔소리했는데.. 잘 달래야겠단 생각이 급 드네요.. 불쌍한 우리 영감.

  • 3. mm
    '20.6.17 2:10 PM (117.111.xxx.135)

    산소주변에 과일 나무는 좀...
    그냥 관상수가 나을텐데요

  • 4.
    '20.6.17 2:14 PM (106.102.xxx.32)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ㅎㅎ 요 며칠 82에 공해같은 글 투성이라 제목만 봐도 찡그려지는데 좋은글 좋은분 이네요^^

  • 5. 산소가..
    '20.6.17 2:14 PM (203.142.xxx.241)

    mm님이 꺼림직하실만 한데 주변이 아니라 정확히는 아버님 산소를 둘러싸고 있는 윗쪽에 잡목들 바로 앞이에요.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요.. 그냥 봐도 산소와 1도 연관없어보이는 위치랍니다.

  • 6. 호수풍경
    '20.6.17 2:15 PM (183.109.xxx.109) - 삭제된댓글

    산소가 산에 있음,,,
    과일 열리면 주변 온갖 짐승들 다 올텐대요...
    그냥 와서 열매만 먹으면 다행인데..........

  • 7. .........
    '20.6.17 2:18 PM (211.192.xxx.148)

    산소 주변에 과일 나무는 왜 안될까요?

  • 8. ..
    '20.6.17 2:19 PM (117.111.xxx.52) - 삭제된댓글

    좋은뜻으로 가꾸시는 건 알겠는데
    윗분들 말씀대로 산짐승이 파헤칩니다.
    나무 잘 아는 분들께 다시 알아보세요.

  • 9. 헐..
    '20.6.17 2:21 PM (203.142.xxx.241)

    117님.. 그 생각은 못했어요.
    아. 감사합니다.

  • 10. ,,,
    '20.6.17 2:29 PM (203.175.xxx.236)

    역시 부부는 비슷하게 만나네요 아들이나 며느리나 인성이 굿

  • 11. .....
    '20.6.17 2:31 PM (112.144.xxx.107)

    맞아요. 산소 주변에 과일 나무 심으면
    멧돼지가 그거 떨어진거 먹으려고 와서
    봉분까지 다 파헤쳐요. 엄청 골치아픔

  • 12. 제 주위에서는
    '20.6.17 2:34 PM (211.201.xxx.53)

    다들 산소 이제 정리하는 분위기예요
    우리세대까지는 그래도 산소 가꾸기도하고 그렇지만 힘든 산에 있는 산소 가꾸기 힘들다구요
    윤달에 유골 깨끗하게 거둬서 수목장 납골당 이장 많이 했어요

  • 13. 님네에서 끝내
    '20.6.17 2:40 PM (112.167.xxx.92)

    산소 정리하는 추세구만 그게 님네에서 관리하지 그밑으론 안한단 말이에요 세월가면 볼쌍하납게 되지

  • 14. ..
    '20.6.17 2:56 PM (223.39.xxx.219) - 삭제된댓글

    두분 마음은 알겠는데
    먼훗날 손자들이 올거라는 생각은 접어두세요.
    차라리 텃밭 마련해서 농사를 시작해보세요.

  • 15. Ddd
    '20.6.17 3:10 PM (223.62.xxx.100)

    본인들까지만 즐겁게 하시고
    그 다음 대에는 땡

  • 16. ㅡㅡ
    '20.6.17 3:14 PM (116.37.xxx.94)

    자손들이 안오게 만들어주는게 진짜 좋은 조상

  • 17.
    '20.6.17 3:22 PM (203.142.xxx.241)

    저희는 재미로 하는터라..^^ 아이한테 부담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기력 떨어지면 산소있는 자리에 예쁜 나무르 심어 수목장을 해도 되니까요.
    일단 매주 늙은 부부가 함께 성취감을 맛보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우선 산소가 너무 초라하기도 하고요.
    남편이 즐거워하니 저도 좋구요.

  • 18. ...
    '20.6.17 3:41 PM (122.39.xxx.248)

    제목만 보고 불길?했는데 내용이 반전 있는데요? ㅎㅎ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취미생활처럼 두분 재미있게 다니세요

  • 19. 그르게요
    '20.6.17 5:20 PM (218.147.xxx.140)

    제목만보고는 불만블일줄알았는데
    따뜻한글이네요
    글 잘보고가요~
    운전하며 오고가는길 무탈하시길 바래봅니다~

  • 20. ..
    '20.6.17 5:34 PM (124.53.xxx.142) - 삭제된댓글

    복 받으시겠네요.
    자식들 유하게 잘자라고 무난히 잘 풀릴거고..^^

  • 21. 죄송한데
    '20.6.17 5:34 PM (223.62.xxx.142)

    산소에 잔디씨 뿌리면 잘 자라나요? 친정아버지 산소가 떼를 입힌게 잘 안됐는지 사년 지난 아직도 듬성듬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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