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춘기도 안겪었는데 갱년기인가봐요
고등아들둘 1월부터 지금까지 쭉 같이 외출도 거의 못하고
3월까진 조심하느라 외식 배달음식도 못사먹다
4월부터는 힘들어서 외식도 하고 뽀장 배달음식도 먹으니 그나마 몸은 좀 편해졌네요
재택했던 남편도 이제는 출근하구요
정신없고 고생스럽던 몇달이 좀지나서 그런가
제가ㅈ상실감 우울감이 막밀려오네요
우리아이들 저에게 뭐뭐 해달라 뭐 필요하다 말하면 저 많이 잘해줘요
특히 우리 고1 둘째..속마음도 많이 하고 고민거리 저에게 상담하고요 요즘 여드름 걱정에 저랑 피부과 다니는데 코팩도 해달라
요구사항이 많은데 그런말 들으면 저는 참 좋아요
먹고 싶은게 너무 많은 아이들..밖에 잘못나가서 맛난거라도 많이 해줘요
시험공부한다 힘들어하고 문제집 뭐 필요하다 그럼 늦게라도
서점가거나 인터넷 빠른배송으로 원하는 날짜 맞춰 사다줍니다
공부한다는 그자세가 참 감사해서요
그런 자식들을 보고 있노라니
제 어린시절이 생각나 저녁에 잘때만 되면 서럽고 옛생각이 나서 제가 한없이 가여워 미치겠어요
먹는걸로 차별하고 딸이라고 중학교때부터 등록금 늦게 주고
대학 못가게 막고
공부한다고 하면 밤늦게 설거지 시키고
아들들 돈들어가는거 제 월급으로 다 충당하고
아들들 결혼시킬때도 내 월급으로 적금넣고
문제집은 커녕 생리대 한번을 엄마가 안사줬어요
그런 걱정거리 달고 살고
고민을 털어놓긴 커녕 학교서나 사회서는 큰소리 치고 리더역할 많이 했는데 집에선 늘 주눅들어 말한마디 못하고 살았어요
결혼후에도 남들은 친정이 최고라고 편히 쉴수 있는곳이 친정이라는데 저는 친정 명절날 가는것도 너무 큰 스트레스로 몇일전부터 잠이 안올정도로 가기 싫어요
재래식 낡고 무섭던 부엌
쥐가 가끔 돌아다녔는데 낮은 불빛으로 컴컴해 잘보이지도 않던 그부엌이 저는 너무 무서웠거든요
엄마가 가끔 나만 설거지를 시켰는데 초등학교때 그게 싫어 밥 후다닥 먹고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도 공부하지말고 설거지 하라고 엄청 혼내면 쥐가 왔다갔다 했던 그부엌에서 울며 설거지를 했어요
우리아이들 밥먹고 설거지통에 그릇 잘 넣어놓는데 나는 그것만 해줘도 얼마나 이쁜데..
등록금벌고 용돈까지 내가 벌어 대학간다고 해도 절대 안된다고
돈벌어 오빠 등록금 내줘야 된다고 구박을 그리 했는데
우리아이들 공부만 하면 남편고 저는 거실 tv못보고 하루종일 시끄러울까 안방서 안나와요
갱년기인지 자꾸만 하루를 마감할때면 나도 나같은 엄마가 있는
그런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관심받고 뭐 해달라는 소리 맘껏 거침없이 해볼수 있는 ..그렇게 다시 태어나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임신했을때도 엄마에게 맛있는거 해달란소리 한번도 못했고 안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아빠에게 조금도 정이 없어요
남들은 기쁜일 슬픈일 생기면 부모님 생각난다는데 저는 전혀요
혼자 어렵게 대학갔을때
혼자 어렵게 취직시험 붙었을때
어려운일이 닥쳤을때..몸이 아팠을때 집에서 오롯이 혼자 다 해결하고 살았어요
19살부터 돈벌었지만 늘 돈이 없었고 늘 고생스럽게
비싼거 좋은거 한번도 못해보고 남들 다 배운 자전거도 못타고
학원가서 돈내고 뭘 배위도 못보고
결혼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데도 참 어릴때의 습관들은 버려지질 않네요
머릿속에선 몇천원 아끼느라 몸 쓰고
비싸고 좋은건 나를 위해선 하나도 못해보고 아니 맘먹고 해보려고 하지만 그게 도저히 안됩니다
자꾸 어릴때 고생스러웠던게 너무 억울하고
집에만 있으니 더 그런거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선 밤에 했던 생각들이 참 바보같고 철없는 것 같아 나를 위로하며 옛일은 잊자 다짐하는데 저녁되면 또 그러고..
이리 글을 쓰니 참 제가 바보스럽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속마음을 누구에게 터놓고 속시원이 말을 한적이 없어요 ㅠㅠ
갱년기라 주책인가봐요
1. 동동
'20.5.18 1:44 AM (122.45.xxx.13)혼자 어렵게 대학갔을때
혼자 어렵게 취직시험 붙었을때
어려운일이 닥쳤을때..몸이 아팠을때 집에서 오롯이 혼자 다 해결하고 살았어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원글님... 토닥토닥...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참 대견 멋지십니다
저도 요즘 갱년긴지... 뭔지 모르게 우울해지기도...
우리 같이 힘내봐요2. ㅠ
'20.5.18 1:55 AM (210.99.xxx.244) - 삭제된댓글그나이때 사춘기가 있었나요 대부분없었죠 그냥 낙엽굴러가는거보고 운다느니 뭐 그정도였지 요즘처럼 그런 사춘기는 없었어요 저땐 50초반
3. 토닥토닥
'20.5.18 2:00 AM (1.224.xxx.169)참 쉽지 않은 어린 시절을 살아오셨네요.
원글님이 아이였을때 정말 고생많으셨어요...토닥토닥...
그때의 애처로웠던 '나'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좋은 옷도 사입으시고 맛있는것도 사드시고요^^
지금 원글님의 아이들에게 부족함없이 다해주실수있으니
얼마나 좋으셔요. 좋은 생각을 해야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잖아요.
저도 갱년기인데^^ 우리 같이 힘내봐요!!!♡♡♡4. ..
'20.5.18 7:36 AM (49.161.xxx.18)잘 살아오셨어요 그래도 원글님 덕분에 아이들은 내가 꿈꾸던 엄마를 얻었쟎아요 저도 어린시절 나를 떠올려보면 너무 불쌍하고 안쓰럽고 나의 십년 넘는 시절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래도 죽지 않고 나쁜길 가지 않고 살아준 내가 기특해요
이제 스스로를 많이 예뻐해주면서 살아야할거 같아요...5. ...
'20.5.18 8:13 AM (183.98.xxx.95)다 지나갔어요
훌륭하세요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세요6. 원래
'20.5.18 11:44 AM (211.179.xxx.129)갱년기가 인생의 큰 언덕을 넘어 정리하는 단계라
어릴적 결핍에 대한 강한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네요.
님의 경우는 부모의 사랑이겠죠.ㅜ
아직 사십대 이실텐데 그 정도 차별 받고 자라셨으면
참 억울하고 힘드셨을텐데.. 홀로 잘 자라서 자식에게 사랑도 듬뿍 주는 어른으로 살아오셨으니 참 잘 살아오신거에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시고 많이 아껴주세요.
내가 나를 위로하고 아끼며 갱년기 이후엔 더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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