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은 요즘 학교를 못가는대신
숙제가 은근히 있어요,
연필과 지우개를 일상생활속에서 하루 한번은 쓸일이 생겨요,
아침9시부터 온라인 개학을 하는데, 다행히 선생님들이 이쁘고 상냥해서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친구들, 와아~~~잘했어요오?선생님보다 더 잘하는데요?"
화면속의 선생님들이 살짝 웃어주면서 상냥하게 말해주면 흐..
넋놓고 바라보고있기도해요.
"친구들, 선생님이 기다려줄께요, 천천히 해도 좋아요, 울것까진 없어요~?"
아, 저렇게 따듯하고 온화한 말투를 어디서 들어봤더라,
소싯적엔 나도 저렇게 말을했을테지?이런생각도 하기도 하다가, 나중에
숙제를 하기도 하고 문제도 풀을때쯤 되면 지우개가 참 많이 사용되더라구요.
말랑말랑하게 슬슬 잘 지워지는 지우개들을 보면
가난하고 허기졌던 제 초등시절이 떠올라요,
그땐 왜 그렇게 지우개가 늘 닳아없어졌는지, 엄마에게 지우개살돈을 달라고 하면
늘 엄마는 그돈을 여간해선 잘 주지 않았어요,
어릴때는 가난하고 척박한 가정환경에서 밥도 늘 굶는 날이 더 많아서 지우개를
가질수 없는게 당연한 일이었으면서도 왜 우리엄마는 지우개는 매일을 잊고
못들은척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탄모양의 까맣고 향이 나는 지우개가 문구점에 있었어요,
문구점 주인은 색깔은 까맣지만 잘 지워진다고 했어요.
갖고싶었고 지우개가 없어서 필요했는데도 엄마는, 그냥 돌아섰어요.
그 무렵에도 체념이 빨랐어요, 지우개대신 틀린글씨는 연필칼로 살살 지웠어요.
종이에 구멍이 났어요.
그땐 힘들여서 지워도 글씨가 잘 안지워지고 딱딱했는데
요즘 지우개들은 한번만 살살 문질러도 깨끗이 지워져요.
이렇게 많이 지울일이 있나,
그래서 어릴때 나도 지울일이 많아서 지우개가 늘 없었나,
늘 그런 생각이 아이의 공책에 수도없이 등장하는 지우개를 보면 떠올라요.
유난히 지우개사주는 것에 인색했었던 엄마라고 추억할 일이 있다니,
한편으로는 너무 웃기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