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회 -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우파
2020.05.06.
총선 참패에 충격을 받은 여파인지 4.15 총선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우파 진영 내에서 사전투표 조작설이 기승을 부린다. 처음에는 일부 코인 팔이 유튜버나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잠시 거론했다가 말겠지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우파 진영에서 사전투표 조작설은 근거가 있는 주장으로 인식되고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미통당에서는 민경욱, 김소연 등 이번 총선 출마자들 중 일부가, 유튜브 방송으로는 가로세로연구소가, 오피니언 리더들로는 공병호, 추부길, 지만원, 이봉규 등이, 학계에서는 6천명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스투포(SNU Truth Forum), 박영아 교수, 박성현 서울대 명예교수(전 통계청장) 등이 이 사전투표 조작설을 선두에서 주장하며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다.
사전투표 조작설은 허구이며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이 조작설에 맞서 싸우는 우파 인사들은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정규재 펜앤마이크 주필, 조갑제 대표 등이 있지만 이들은 현재 소수에 불과하고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
필자도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연휴 내내 설전을 벌이고 싸웠지만 이들로부터 좌파가 꽂아놓은 세작이니 배신자니 하는 인신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5월 5일 어린이날, 과천 중앙선관위 앞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우산을 들고 부정선거를 규명하라며 블랙 시위를 했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시위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하던 꼴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행태와 매우 흡사하다. 겉으로 보이는 행태 뿐아니라 사유구조도 똑같은 샴 쌍둥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진영주의에 매몰되어 내 편이면 무조건 옳다고 쉴드치고, 허물도 덮어주고, 주장의 정합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며 내 편을 들지 않으면 배신자라며 왕따시키는 것이 어쩌면 둘 다 똑같은지 신기할 따름이다. 진실은 진영 앞에서는 개 껌보다 못한 취급을 하고, 양심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Fact와 논리, 합리성, 객관성, 형평성, 정합성은 안드로메다에 보낸 지 오래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고, 자유한국당에 자유주의에 대해 제대로 답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없듯이, 서초동에 몰려가 정경심을 사랑하고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사람들이나 과천 선관위 앞에서 블랙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지향하는 이념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탑재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정당에 그 지지자들이라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김어준이 K값을 들고 나오며 2012년 18대 대선의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것과 똑같이 사전투표 조작론자들은 조작상수니 Z값이니 하며 조작 증거가 통계적으로 나왔다고 설레발을 친다. 김어준이 내세운 K값은 개표 부정의 증거가 아니라 부정이 없었다는 반증이었듯이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운 통계적 수치 역시 조작 증거가 아니라 조작이 없었다는 반증이라는 것을 이들은 모른다.
김어준이 개표 부정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영화(더 플랜)를 만든다며 30억을 끌어 모았듯이, 가세연은 투표함 보전 보증금과 소송 비용이 필요하다며 6천만원을 펀딩했다. 앞으로 더 투표함 보전과 소송을 늘릴 예정이라 얼마 더 펀딩을 추가로 할지 모르겠지만, 가세연이 자체적으로 펀딩한 돈을 돌려주지 못하면 사기로 소송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검표하여 당락이 바뀔 일도 없고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가세연은 펀딩한 돈을 다 날릴 것이다. 가세연(강용석)은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반드시 이 말에 책임지고 사기로 감옥 가는 일은 없길 바란다. 김어준은 막판에 선관위가 재검표하겠다고 하니 발을 빼기라도 했는데 가세연은 끝까지 갈 것 같다.
김어준과 그 추종자들은 18대 대선이 부정이라며 백악관 청원 운동을 전개했는데, 21대 총선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세력들도 백악관에 청원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김어준은 공개토론회에 나오라고 하면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가세연이나 박영아 교수 등도 공개토론회를 철저히 기피한다.
김어준은 자동개표분류기를 사용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없는 사항으로 자동개표분류기를 사용한 18대 대선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는데,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QR코드 사용은 현 공직선거법에 없는 규정임으로 21대 총선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한다.
김어준은 자신이 주장한 K값 이론이 논리적으로 반박 당하자, 이에 대해 재반박은 하지 못하고 무효표, 유령표 등 관리부실로 발생한 사소한 문제를 들고 나오며 18대 대선에서 개표 부정이 있었다고 개표 부정의 논거를 바꾸었는데,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조작의 증거라며 제시하는 수치들이 모두 반박 당하자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재반박은 하지 않고 역시 참관인 싸인, 봉인지 훼손, 유령표 등의 예전 선거에서도 발생했던 관리부실에 의한 문제를 들고 나오며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논리에서 밀리면 인신공격하는 것도 김어준류가 했던 것과 똑같다. 토론은 fact와 논리로 주장과 반박, 그리고 재반박을 하면서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논거가 반박을 당하면 인정하거나 아니면 논리적으로 재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학벌이나 권위를 내세우며 겁박하거나 인신공격으로 토론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김어준과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가 있다. 김어준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었을 때에 자신이 주장한 K값이 그대로 나타나자 더 이상 18대 대선 개표 부정 주장을 하지 않고 있지만,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20대 총선에서도 21대와 유사한 수치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집회하는 세력들이 민주당(좌파) 진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듯, 지금 조작설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미통당(우파) 진영의 주류가 된 것 같다. 좌우 양진영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미통당의 참패의 충격보다 오히려 총선결과를 수용하지도 않고 반성도 없이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우파 지지자들의 모습에 더 충격을 받았다. 우파 수준이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이번에 그 바닥을 본 것이다. 총선 참패는 우연이거나 국민들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패배의 원인을 차분히 살펴보고 자성하는 시간을 갖기는커녕 조작설로 날을 지새는 야당(미통당)과 그 지지자들을 보노라면 민주당(좌파)의 20년 집권은 꿈이 아닐 것 같다.
필자는 사전투표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얼마나 우리나라의 지적 수준이 엉망인지 확인했다. 좌파들만 꼴통 천지인 줄 알았는데 우파에도 그 못지않게 꼴통들이 많음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것도 이번 사건에서 얻은 수확일지 모른다.
필자는 민주당에 표를 준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민주당도 잘 못하고 탐탁치 않지만 미통당은 믿을 수 없고 더 밉다는 그들의 말에 이제는 필자도 반박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