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정도 우리집에서 지내던 엄마가
이젠 혼자서도 지낼수있다고 용감하게
우리집을 떠났어요.
늘 소파에, 화장실에, 식탁앞에
앉아있던 엄마가,
처음 없던 그 언젠가 저녁날은
유난히 더 조용하고, 마음한구석이
더 허전했어요.
그렇게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꼭 있을것만 같았어요.
그러나 엄마의 부재는, 늘 정해진 시간마다
보던 드라마도 켜져있지않고, 가끔 개어놓지못한
빨래들이 접혀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늘 여실히 증명되곤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저도 엄마가 없는
우리집이 적응이 되어버렸어요,
엄마는 늘 그렇듯이 잘 지내고, 씩씩한 목소리로
전화도 잘 받았고 꽃도 잘 키우고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설거지를 다 마친 저녁, 화장실에서
양치가 다 끝나갈동안 칫솔걸이를 보았어요.
파랗고 노랗고 빨간색의 칫솔들이 다섯개 걸려있어야하는데
네번째가 비어있어요.
엄마가 가고난뒤 얼마간 두었다가, 오지않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슬그머니 버려지고 이젠 빈공간으로 남아버렸어요.
하나,둘,셋,넷..
속으로 저절로 칫솔들의 숫자를 세고 그 칫솔들의 주인들이
떠오르고 빈자리로 남은 엄마의 공간에서 엄마의 모든것들이
떠올랐어요.
뭐든지 잘 버린다고 잔소리가 심했던 엄마.
늙어서는 암투병으로 고생하고 젊은날, 알콜중독이던 아빠를 대신해
직접 돈을 벌어야 했던 날들.
동네에 불이 나던날, 행여 우리들이 죽었을까 걱정되어 달려왔던
엄마의 작업복에 붙은 톱밥들.
5월은, 이래저래 문득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달이군요.
뜬금없이,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