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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되니 이제야 좀 살만하네요

엄마 조회수 : 2,296
작성일 : 2020-04-14 20:53:28
딸 하난데..
마흔넘어 결혼해서 삼년만에 딸 하나 낳으니 첨엔 좋았다가 키우느라 정말 죽을 고생하며 겨우겨우 키웠어요..

미국으로 시집와서 아는 사람하나 없고 친정부모님도 한국 계시고 도와줄 사람은 남편밖에 없는데 출근해야 하니 출근하기 전에 화장실 가고 남편 퇴근할 때까지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2층 아파트라 계단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하루종일 집에 갇혀서 애만 바라봐야했던 신생아시기..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육아정보도 하나도 모르고.. 애 잘 때는 꾸역꾸역 인터넷 뒤져가며.. 그래도 뭐라도 더 좋은 거 먹이려고.. 이유식 만들고.. 전 결혼하기 전까지 화사에서 식판밥 먹었어서 요리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죠.. 애기밥, 어른밥 하느라 애 보는 것보다 밥하는 게 더 스트레스가 쌓이거라구요.. 미국이라 식재료도 마땅치 않아서 창의성도 요구되구 항상 애 신경쓰면서 집안일을 해야하니 멀티태스킹 기본이구요..

덕분에 몸은 많이 망가졌죠.. 워낙에 산후조리라는 게 없는 나라여서 어디 치료받을 데도 없구 항상 몸을 쓰면서 일을 했어야 하니까요.. 애도 까다로운 스탈이라 하루종일 안겨 있는 건 기본이구 잠이라도 재울려면 세시간 어르고 달래고 각종음악에 이방갔다 저방갔다 별의별 방법을 동원했죠.. 휴.. 아찔해요.. 어떻게 삼년을 키웠는지.. 그래도 사진이랑 동영상 조면 웃는 얼굴만 있네요..^^ 완전 울보 떼쟁이였는데..

돌 때는 확 좋아지는지 잘 몰랐었구.. 두돌 되니까 좀 신경이 덜 쓰인다 싶더라구요.. 엄마랑만 붙어 산 아이라 말도 느리고 행동발달도 전반적으로 느린 편이어서 소아과 의사도 것정한 편이었는데 근처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해도 아주 대성통곡을 하고 저한테 딱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해서 두군데 시도해 보다가 둘다 이틀 정도 저랑 같이 교실에서 어물쩡하다가 돈만 내고 못 가고.. 한 군데는 막 토를 하면서 우는 통에.. 에고.. 말이 느리면 어떠냐구.. 그냥 데리고 오는데 마음이 찢어지는줄 알았네요.. 저만 이역만리서 애 키우느라 힘든줄 알았는데.. 이 어린 것도 지 부모밖에 믿을 사람이 없는 걸 알았나 보더라구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데요.. 두돌 반 되니 이젠 좀 데리고 밖에 다녀도 낯을 덜 가리거라구요.. 마트도 같이 가고 백화점도 슬슬 좋아하게 되구요.. 이제 차차 낯선 사람한테 손도 흔들고 눈도 맞추고 마침 한국에서 친정엄마가 오셔서 같이 놀아주시니 엄마 아빠 아닌 사람도 안심(?)하게 되더라구요.. 이 때다 싶어서 얼른 어린이집을 도전했죠.. 첫날에 제가 같이 있고 장난감도 많아서 잘 지낸다 싶더니.. 제가 한시간 떼 놓기 시작하니까 그 한기간 내내 울더라구요.. 교실 밖 복도에서 서서 지켜 보는데.. 이그.. 이번엔 적응시키리라 독하게 마음먹었죠.. 언제까지나 이렇게 고립된 상태로 키울 순 없었어요.. 언어나 발달도 많이 느리고..
그렇게 일주일을 한시간동안 밖에서 지켜보다 우는 애를 안고 집에 오고.. 오는 길엔 지가 좋아하는 마트 들러서 리프레시 시켜 주고.. 담날 어린이집 갈 땐 차 탈 때부터 울더만요.. 그래도 두돌반 정도 되니 덩치가 이젠 좀 되서 울어도 안 죽겠다 싶어서 그냥 놔 뒀어요.. 더 어릴 땐 우는 게 넘 안끄럽더니..

아뭏튼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며 한 4개월정도 되니 드디어.. 적응하더라구요.. 마침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 산타옷 사서 입혀주니 이제 어린이집 갈 때 콧노래를 흥얼흥얼하네요.. 이젠 말문도 트여야겠다 싶어 소아과 추천 받아 언어치료도 그 때쯤 시작하구요.. 근데 언어치료는 효과를 잘 못 본 거 같구.. 것보다 이젠 애가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친구들이랑 놀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말문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집에서야.. 말이 필요있나요? 땡깡만 부리면 뭐든 엄마 아빠가 다 해 주니.. 그러지 말아야지.. 해두 워낙 고집쟁이에 소리지르는 게 더 스트레스라 그냥 집어주고 말았죠.. 아뭏튼 어린이집 적응하고부터는 많이 좋아졌어요.. 저도 드디어 쉬는 시간이 생기고.. 비록 하루에 네시간이지만... 아.. 정말 행복했네요..

코로나로 어린이집 못 간지 이제 한달짼데..
그래도 이전보단 많이 좋아진 거 같애요..
애도 이젠 아기티를 많이 벗고 말문이 틔어서 그런지 잡에서도 꾸준히 말이 느는 게 보이네요.. 영어랑 한국말을 섞어서 쓰는데.. 것도 신기하구.. 이젠 말 느린 걸로 많이 신경 안 쓰고 몸무게만 좀더 늘었음 싶어요.. 입이 통 짧은 통에 이제 세돌인데 아직 12키로도 안 나가니.. 어찌 더 먹여야 하나.. 먹을 때 되면 먹겠죠.. 말도 그리 안 트이더니 좋아졌으니까요..

4월 21일이 생일이에요.. 다음주..
확실히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걸 배우고.. 노는 거나 말하는 거나..
이젠 막 문장도 여러개 말하고 알파벳, 숫자 그런 거 알아보는 거 보면 너무 신기해요.. 불과 몇 달 전엔 완전 아기 같앴는데 이젠 노는 것도 큰애갔네요.. 혼자 레고 맞추고, 집에 그네 달아줬더니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시간을 타질 않나..

어린이집 다시 가게 되면 저도 이젠 뭔가를 시작해도 되려나 싶어요..
우선 좀 저한테 투자를 하고 싶고..
그동안 철저히 후순위였던 제 건강상태, 외모, 마음도 돌아보고..
제 커리어도 슬슬 스탠바이 해도 되겠죠??

애 하나도 이런데.. 둘씩 셋씩 키우는 분들은 정말.. 언빌리버블..
코로나 락다운 끝나서 저도 사회생활 맛을 보고 싶네요..

애도 점점 더 독립적이 되겠죠?? 요즘 젤 예뻐요.. 아이러뷰 마미~ 이럴 때가 젤 예쁜데 잘 안해 주고 아일러뷰 대디~ 아일러뷰 토끼~ 이러다가 어쩌다 한번..ㅋ
이대로만 커 줬음 좋겠네요..
담주 생일 땐 뭘 해줘야 할까요?? 레스토랑도 못 가고.. 집에서 촛불이나 불아야 할까봐요..
IP : 108.253.xxx.17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만 읽어도
    '20.4.14 8:54 PM (211.215.xxx.107)

    넘 이쁠 것 같아요.
    늘 행복하시길.

  • 2.
    '20.4.14 8:57 PM (175.116.xxx.158)

    어머 너무 고생하셨어요
    꼬꼬마가 많이 힘들게 했군요
    그래도 부럽습니다

  • 3. ....
    '20.4.14 9:07 PM (61.41.xxx.213)

    고생많으셨네요. 쭉 행복하시길~

  • 4. 동감
    '20.4.14 9:16 PM (211.228.xxx.123)

    저도 다음달이면 세돌되는 아들 마흔 넘어 키우고 있어서 그 심정 잘 알아요. ㅠ
    요즘 정말 이쁜 짓 많이 하죠? 왜 둘째 셋째 낳는지 알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5년만 젊었어도 둘째 도전했을텐데...ㅎㅎㅎ

    깨끗하게 마음접고 저도 이제 새로운 일 하려고 슬슬 준비 중이에요. 아기랑 늘 행복하세요~

  • 5. 어이구
    '20.4.14 9:19 PM (116.126.xxx.232)

    저도 늦게 낳아 질질 울면서 제때 밥도 못먹으며 고생했는데 만 세돐 지나니 말끼 알아듣고 사람꼴이 나더군요. 인간이 제일 늦게 걷고 늦되다는말을 이해하겠드라구요. 원글님 타지에서 고생 많으셨어요. ㅎㅎ

  • 6.
    '20.4.14 10:17 PM (182.211.xxx.69)

    둘째딸이 27개월인데 희망얻고 가요^^
    몇달만 더 기운내야겠어요

  • 7. ㅡㅡㅡ
    '20.4.14 11:09 PM (70.106.xxx.240)

    그래서 노산은 하는게 아닌듯요.
    몸이 확 늙어요.
    게다가 미국 아파트면 진짜 힘드셨겠네요.
    한국은 놀데라도 많고 놀이터도 잘되있지 미국에선 ..

  • 8. 노산이면
    '20.4.15 12:40 AM (1.241.xxx.109)

    어때요?글에 늦둥이 키우는 행복이 한가득이신데요^^
    저도 30대후반에 둘째 낳았어요.낳은지 엊그제 같은데,벌써 4학년,시간이 너무 빨라서 늘 애기같은 둘째인데 어느새
    이리 자라서 제품을 벗어나려 하겠죠,
    귀요미아기랑 예쁜추억 많이 쌓으세요.코로나도 조심하시구요

  • 9. 꿀단지
    '20.4.15 1:10 AM (180.69.xxx.104)

    반가워요~
    저도 마흔 넘어 결혼, 28일에 세 돌 되는 딸 키워요.
    아직도 힘들어서 그런지 잘 때가 젤 예뻐요^^

  • 10. ㅎㅎ
    '20.4.15 1:29 AM (116.33.xxx.77) - 삭제된댓글

    36개월 48개월 정말 마법의 개월수입니다

  • 11. 일부러로긴
    '20.4.15 4:46 AM (39.7.xxx.230)

    그래요? 세덜 이제 반년 남았다! 아자! 저도 40대 맘 ;;;

  • 12. 어머...
    '20.4.15 7:10 AM (124.5.xxx.18)

    고생 많이 하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한테 얼마나 좋은 엄마였는지가 글에서 느껴져서
    (힘들어도 애한테 짜증이 안느껴짐)
    글이 넘 예쁘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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