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의원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imbookyum/
<부탁드립니다>
행안부에서 일할 때, 소방청장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생존율이 높은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불이 나면 가장 먼저 조명이 나간다고 합니다. 사방이 깜깜해집니다. 그 다음은 냄새와 연기입니다. 한 모금이라도 마시는 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독한 게 연기라고 합니다.
사방이 깜깜해지면 사람은 방향 감각부터 잃습니다. 공포심이 확 밀려듭니다. 공포심은 판단력을 앗아갑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결정된다는 게 소방청장의 오랜 경험입니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여기저기서 고함과 비명이 마구 터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무턱대고 사방으로 내달리게 됩니다. 서로 부딪치고 넘어집니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줄줄이 그 위로 넘어집니다. 화마보다 더 무서운 게 질식사와 압사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경우는, 영화관이라 치면 안내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평소 대피 훈련을 합니다. 관객을 탈출 시킬 경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대피하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안내원이 똑똑하고 리더십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관객들이 따라주기 때문입니다. 비명을 지르는 대신, 침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꼭 고함치고 악쓰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안내원의 목소리가 그들의 고함에 묻혀 전달이 안 됩니다. 힘센 남자들이 먼저 살겠다고 달려나가다 안내원을 밀어 넘어뜨리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요컨대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를 믿고 따라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40년 경력 소방관의 지혜입니다. 가만두면 잘할 것을 자꾸 흔들어대 망치는 경우, 우리도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오늘 대통령께서 대구를 다녀가셨습니다. 추경 편성을 공식화하셨습니다. 오늘 저녁부터는 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며 ‘중대본’을 지휘하기로 했습니다. 사회경제적 피해를 덜기 위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는 이상으로 특단의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제1야당과 일부 언론에 말씀드립니다. 더 잘하라는 뜻으로 비판하는 것인 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너무 지나칩니다. 자칫 영화관 안의 고함과 비명이 될 수 있습니다. 안내원의 말이 좀 들리게 해주십시오. 비판할 때 하더라도 지금은 좀 참아주십시오. 대구・경북민들이 불 난 영화관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십시오.
오늘 이성구 대구 의사협회 회장님이 동료 의사들에게 ‘병동으로 달려와 달라’는 눈물의 호소문을 내셨습니다. 수성못 인근의 한 건물주는 임대료를 안 받겠다고, 또 어떤 원룸 건물주는 석 달간 월세를 인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대구는 지금 스스로를 돕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삼가 부탁드립니다. 의료진들이 피곤에 절어 쓰러져 잠든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송구스러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만, 지금은 피로회복제 하나라도 대구엔 큰 힘이 될 듯합니다. 대구 경북이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힘을 주십시오. 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힘내자_대구경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