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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 이것저것 바꿔보신 분

많으실듯 조회수 : 2,402
작성일 : 2020-02-13 20:53:04
보통 사람 안바뀐다고 하잖아요
저도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울 남편은 많이 바뀌었거든요..
우선 결혼 전에 금연을 했어요
제가 담배피는 남자 연애는 괜찮은데 결혼까지는 안한다고 얘기했거든요
하지만 이건 본인이 의지를 갖고 해야 되는 일이라 제가 한건 동기 부여 정도일거에요
어찌어찌 즐거운 연애를 하고 결혼하고나니 생각보다 저랑 안맞는 부분이 훨씬 많더라구요
일상생활의 사소한 것들 말이죠..
예를 들어 그 유명한 치약 짜기 같은 일요 
전 중간에 막 짜쓰고 막판에 정성스럽게 밀어서 짜고 더 이상 안나오면 꽁지 잘라서 안에꺼 남김없이 다 써야 만족하는 스타일이구요
남편은 뒤에서부터 천천히 밀어쓰다 안나오면 그냥 버린답니다
남편은 청소할 때 바닥에 널부러진거 아무데라도 올리고 바닥 쓸고 닦고 나중에 정리하는데 전 이것저것 제자리에 갖다놓기부터 시작.. 책이 있으면 펼쳐서 다시 읽기도 하고 세월아네월아하며 청소하지요
전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번 냄새맡고 먹을 수 있을거 같으면 먹는데
남편은 보았다 하면 바로 갖다 버리구요
남편은 예능보면서 웃는데 전 예능보면서 욕해요
이런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에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상대를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고 봐요 (제가 그런 편이라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맞벌이긴 하지만 왠지 집이라는 영역에서는 내 마음대로 하고픈 그런 마음?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얘기 때문일까요?
해탈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암튼 신혼때는 남편한테 무지 지적질을 했답니다
지적질은 싸움을 낳고 결국 남편한테 네가 우리집 선생이냐뭐냐 라는 소리를 듣고 대오각성하였죠
아 선생아닌데? 
그래서 전 지적질을 멈췄습니다.. 
남편이 버린 치약은 제가 꺼내서 따로 제가 사용할 때 뒤에 꽁지 따서 쓰고 (근데 쓰면서 남편한테 이봐봐 치약 엄청 많지 자랑은 함. 나 혼자 쓰니까 남편도 그냥 가만히 있음)
유통기한 지난 요거트 남편이 버린거 다시 숨겨놨다가 나 혼자 퍼먹음 (어 뭐 먹어? 나도 줘 하면 이거 유통기한 지나서 안돼 나 혼자 먹어야 돼)
남편이 청소에 열중할 때 도망감.. (약속이 있는데 혼자 할래? 하면 오히려 좋아하며 보내줌)
남편이 예능볼때 귀마개하고 같이 봄 (제가 진지열매 오억개 먹은 스타일이었는데 10년 넘게 같이 예능보니까 헐렁이 다 됐어요. 음 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적질 안하고 제 의견 전달은 꼭 하고 (분위기 좋을때.. 일상적으로.. 난 이렇게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 나 화법)
시집일도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건 꼭 얘기를 했어요 
도련님 호칭에 대한 것이나 명절에 나도 친정 먼저 가고 싶다거나 평소에 제 의견을 항상 얘기하고 그 근거도 (남편은 비록 난 그렇게 생각해본적 없는데? 라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제시하면서.. 근데 대부분 싸움으로 가지 않는 것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감정은 별개로 두는 것..)
참 이것저것 많이 얘기해요 저희는 병원, 노후, 유통기한, 신자유주의, 시집, 친정, 직장, 돈, 그때그때 관심 분야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서 의견을 내요. 
보통 제가 생각해보고 제 의견을 얘기하면 남편도 반론하거나 동의하거나 무시하거나 ㅋㅋ
암튼 제가 지적질안한거 최고봉?은 남편이 나 회사 그만둔다 통보하고 바로 사직서 제출했을 때.. 그 이후 1년6개월간 띵가띵가할 동안 한마디도 안한거에요.. 힘들면 좀 쉬어야지 하고.
그 이후에 아르바이트하다 쉬다 몇년 지낸 다음에는 이제까지 하고 싶은 일 못찾았으면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야? 하고 제가 말 꺼낸 다음에야 제대로 된 직장을 구했지요.
울 남편이 가장 고마워하는 부분이고 그래서 이제는 힘들어도 그만두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된 이유지요.. 
제가 이렇게 해라 하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라 하면 저렇게 하는게 참 많은데 (다는 아님)
이유는 제가 옳은 말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이와 관련해서 저 혼자 감동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제가 친정엄마와 조금 사이가 안좋아요. 서로 의견이 다른 일들이 많거든요.
어느날 친정에서 엄마와 말다툼끝에 엄마가 푸념조로 0서방 얘가 너무 고집이 세서 0서방이 힘들겠네 하셨는데 친정부모님 어려워하는 남편이 어머니 00이가 고집이 센 건 맞는 말씀이지만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다 오래 생각하고 여러모로 고민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전 00이 하는 말은 다 귀담아 들어요 그랬거든요
저 혼자 감동먹음 ㅋㅋ 
저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편한테 도움되는 쪽을 선택하려고 스스로 공정해지려고 많이 노력해요
예전에 마님되는법이라는 책을 재밌게 열심히 읽었는데 그 책이 저한테 큰 길잡이가 됐습니다
아 그 책을 읽어보시면 참 좋으실텐데.. ㅎㅎ
제 얘기가 일반론은 아닙니다.. 케바케죠.. 이런 케이스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지리멸렬한 글 한번 써봤습니다.. =3
IP : 211.184.xxx.2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저냥
    '20.2.13 8:56 PM (111.118.xxx.150)

    사소한 생활습관은 서로 터치하지 말아요.
    모든게 상대적이어서 상대를 나에게 맞추려는 순간 스트레스

  • 2. 사이좋은
    '20.2.13 9:11 PM (203.226.xxx.205) - 삭제된댓글

    부부는 서로를 버꿀려 안한데요. 글만봐도 질려요

  • 3. ..
    '20.2.13 9:15 PM (118.44.xxx.68)

    내가 바꿀수 있는건 나 자신일 뿐이죠.

  • 4. 맞아요
    '20.2.13 9:16 PM (211.184.xxx.28)

    저를 바꿨더니 남편도 바뀐거네요..
    진리네요 진리.. ㅋ

  • 5.
    '20.2.13 9:19 PM (121.167.xxx.120)

    남편의 그릇이 크고 인성이 좋네요
    물론 원글님의 매력에 남편이 감동 받은 이유도 있고요
    남편이 훌륭한 분이네요
    대부분의 남편들은 청개구리파예요

  • 6. 원래
    '20.2.13 9:33 PM (175.123.xxx.2)

    남편은 그런사람인 거에요.님이 바꾼게 아니라..

  • 7. ~~
    '20.2.13 9:33 PM (58.123.xxx.18)

    전혀 지리멸렬하지 않아요,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 8. 현명한 부인
    '20.2.13 10:24 PM (169.252.xxx.23)

    그러니까 원글님 같은 분이 사랑 받을수 밖에 없지요. 직장 없을때 용기주고, 힘주고, 잔소리 안하고... 남자들이 일일이 간섭하는거 싫어하는데, 지혜롭게 잘 대처하시네요.

    저도 남편 처음 만났을때 담배 피워서, 난 담배냄새 싫어해서 못 만나겠다고 하니 끊었어요... 맞아요. 내가 바뀌어져야 상대방도 바꿔줘요. 저도 결혼 30년 넘게 했지만, 첫째로, 말조심해요. 함부로 내 기분대로 말 안해요...

  • 9. 하트
    '20.2.14 1:08 AM (59.4.xxx.24)

    우리집 이야기 보는줄 알았어요
    대화 많이하고 감정세우기 전에
    나의 느낌 대화로 서로 이해하며
    폭넓게 안아주는게 가능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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