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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 - 고등학교 때 내 도시락까지 싸오던 친구들

이런 인생 조회수 : 8,715
작성일 : 2020-02-12 21:40:44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오스카 상을 수상하면서 연일 봉감독의 모든 것이 장안의 화제입니다.


작품에 내한 조명뿐 아니라 촬영장에서 화를 한번도 내지 않았다는


봉감독의 인성은 물론이거니와


어린시절 봉감독이 데리고 온 배고픈 친구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따뜻한 어머님의 인품까지 우리들을 흐뭇하게 해주고 있어요.





고아원에서 자랐던 저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죠.


국민학교 다니던 때는 도시락 대신 점심시간마다 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해서 교문앞을 지키시던 주번선생님들께 혼나던 시절이었고요.





고아원을 옮겼던 중학생때는 장아찌 일색이었던 꽝보리밥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모.





고등학교 때는 새벽에 일어나 원장님실의 부엌에서 원장님 가족의 식사준비를 하고 등교해야해서 도시락은커녕 아침도 제대로 못먹고 황급히 학교로 가기


일쑤였지요.


3월이 지나고 4월무렵 어느정도 서로를 파악하던 때 우리반 아이들 전체가 저의 신상( ?) 신분(?)을 알게되고 약간은 주눅든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갔어요.


친한 아이들도 생기고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점심시간만 되면 홍길동처럼 숨어버렸어요.


점심시간이 끝난후 친구들이 너 아까 어디 갔었냐고 물으면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모면하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친구중 하나가 자기가 오늘 배가 아파서 밥을 먹을수 없으니 자기 도시락을 먹으라고 하더군요.


싫다고 거절했으나 4교시후 저를 납치하다시피 도시락파티 자리에 억지로 앉쳤어요.


그러고 저는 놀랐죠. 별반찬은 없었으나 이렇게나 풍성하고 따뜻한 느낌이라니. 마치 소공녀 세라를 위해 인도아저씨가 푸짐하게 차려놓은 음식처럼 나를 설레게했어요.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친구들의 수다들. 그속에 저도 낄수 있다니.


그날의 점심시간은 그 교실도 책상배열도 같이 있었던 친구들도 지금도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며칠후부터 어느 친구가 도시락을 2~3개씩 싸오기 시작했어요.


반찬은 주로 김치나 장아찌 종류였으나 다른 친구들도 밥을 지나치게


많이씩 싸와서 제가 그 정겨운 그 오찬에 참석해서 밥을 먹어주지 않으면 욕을 들어야만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어요.





염치도 없이 떠들며 아무런 부담없이 입만 가지고 그 오찬에 기꺼이


초대해주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의 따뜻하고 현명한 배려덕에 배곯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답니다.


가끔씩 친구들에게 밥을 사지만 더 자주 사야겠어요.



IP : 180.229.xxx.38
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ㅡ
    '20.2.12 9:41 PM (70.106.xxx.240)

    진짜 이런게 바로 인복이죠

  • 2. 아름다운 이야기
    '20.2.12 9:43 PM (211.177.xxx.34) - 삭제된댓글

    가슴 뭉쿨한 추억이네요.

  • 3. 아름다운 이야기
    '20.2.12 9:43 PM (211.177.xxx.34)

    가슴 뭉클한 추억이네요.

  • 4. ufghjk
    '20.2.12 9:44 PM (114.206.xxx.93)

    어머
    저 눙물이..
    감동이고요.
    그시절 그친구들 보석이네요

  • 5. ...
    '20.2.12 9:44 PM (1.236.xxx.76)

    원글님은 힘드셨겠지만
    참 따뜻한 이야기이네요
    예전엔 이런 일들이 많았어요
    인정이 넘쳐났던 그 시절

  • 6. 어머
    '20.2.12 9:45 PM (222.232.xxx.107)

    어머머 글 읽다 눈물 났어요.따스함이 느껴져요 ^^
    인복많은 원글님 늘 행복하소서~~~

  • 7. ...
    '20.2.12 9:45 PM (210.219.xxx.214)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네요.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 8. 나옹
    '20.2.12 9:46 PM (39.117.xxx.119)

    세상에.. 원글님도 정말 좋은 분일 거 같아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9. ...
    '20.2.12 9:46 PM (58.122.xxx.27)

    세상에 저런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준 친구들이 있었다니...원글님 정말 복 많으신 분이네요.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 친구분들도 인품이 정말 훌륭하고요. 원글님 행복하세요~

  • 10. ......
    '20.2.12 9:47 PM (211.187.xxx.196)

    중고등학교때 별반찬없어도
    삼삼오오모여 깔깔대며
    나눠먹는 그 시간을 고등때나마 누리실수
    있었다니.
    동화같아요.ㅜㅜ

    그.친구들 다 잘됐을겁니다

  • 11. 우와
    '20.2.12 9:47 PM (211.215.xxx.107)

    어머
    이런 보석 같은 글
    정말 고맙습니다

  • 12. 0⁰
    '20.2.12 9:48 PM (182.215.xxx.73)

    슬펐지만 너무 따뜻하고 행복한 결말이네요

  • 13. 아~
    '20.2.12 9:49 PM (113.10.xxx.49)

    너무 따뜻한 얘기에요.
    회피하거나 외면하지않고 챙겨주었다는 건, 님이 그만큼 인성도 좋고 착한 친구이기에 가능했을 거에요. 사실 아무나 대접해주나요? 너무 속깊은 좋은 친구들을 가지셨었네요.

  • 14. 눈물
    '20.2.12 9:49 PM (125.252.xxx.13)

    눈물 나네요
    어쩜 저런 좋은 친구분들이..
    원글님이 멋진 분이라 친구분들이 알아본거 아닐까요

  • 15. 오늘
    '20.2.12 9:51 PM (111.118.xxx.150)

    본 글 중 베스트입니다.
    따뜻한 감동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 16. ...
    '20.2.12 9:52 PM (116.127.xxx.74)

    그 친구분들 너무 좋아요~~

  • 17. 아니
    '20.2.12 9:52 PM (110.70.xxx.23) - 삭제된댓글

    도시락이 문제가 아니라
    글을 디게 잘쓰신다

  • 18. 토닥토닥
    '20.2.12 9:53 PM (222.237.xxx.56)

    원글님~~
    많이 힘드셨겠어요.
    고등학생한테 자기 식구들 아침 준비하게 했던 원장님 넘 나빠요ᆢㅠㅠ 도시락도 못 챙겨가게 했나봐요.
    원글님도 또 원글님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신 친구분들도 다들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19. 눈물이 줄줄
    '20.2.12 9:59 PM (1.238.xxx.248)

    도시락은 나눠준 친구들 , 사정알고 도시락 더 준비해주신 친구어머님들 모두들 넘넘 따뜻하신분들이네요.

  • 20.
    '20.2.12 10:01 PM (59.10.xxx.135)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 온 건
    곁에서 힘이 되어 준 누군가의 사랑이었네요.
    그때를 기억하는 친구들도 따뜻한 추억일 거예요.
    원장님 나쁘네요.
    행복한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 21. 아자
    '20.2.12 10:01 PM (203.130.xxx.29)

    아직까지 인연을 잇고 계신 것이 더욱 감동이에요. 행복하세요.

  • 22. 이런 인생
    '20.2.12 10:02 PM (180.229.xxx.38)

    봉감독님 덕분에 어린시절 좋은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게으르고 일을 미루는 습관때문에 써야지 하는 마음이
    들때 끝내지 않으면 영원히 못쓸거 같아 휴대폰으로
    총총히 쓰고선
    다시 읽어보고 고치고 하다보면 귀찮아서 퇴고도 하지않은 채
    글을 올렸더니 지금다시 읽어보니문맥도 띄어쓰기도 이상하네요.

    저의 아름다운 추억에 기꺼이 동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다시 글을 읽으니 그 시간들이 생각나 한참 울다가
    댓글 씁니다.

  • 23. .....
    '20.2.12 10:02 PM (112.144.xxx.107) - 삭제된댓글

    저희 아버지도 제가 다니던 학교 앞에 불교재단에서 하는 고아원에 기부도 하시곤 했는데.... 친인척이며 남이며 어려운 사람 많이 도우셨는데 노년이 왜 이리 되셨는지 진짜 안타까워요. ㅠㅠ 복만 받아도 모자란 분인데...

  • 24. noddy
    '20.2.12 10:06 PM (221.151.xxx.85) - 삭제된댓글

    그동안 82에서 많은 글들을 보아왔지만 눈물 흘리며 보긴 처음이에요. 친구들 마음도 따뜻하고 그런 친구들을 두신 원글님도 참 좋은 사람이셨나봐요.

  • 25. 동고비
    '20.2.12 10:06 PM (122.34.xxx.62)

    원글님 글 참 잘 쓰시네요.
    고3때 저녁 도시락 함께 먹던 따뜻한 추억 떠오르네요

  • 26. ㅇㅇ
    '20.2.12 10:12 PM (182.224.xxx.119)

    성별이나 나이대에 따라 상상되는 장면이 다를 거 같아요. 훈훈한 장면 상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27. ..
    '20.2.12 10:16 PM (114.206.xxx.75)

    마음씨 착하고 고마운 친구분 두셨어요. 근데 정부에서 세금이 나올텐데 원에서 도시락이 안나오나요. 조리샘 있고 그러지 않나요.

  • 28. 너무 좋아요
    '20.2.12 10:18 PM (124.56.xxx.51)

    이런 이야기가 가끔씩이라도 있으니 82가 좋아요.

  • 29. 예쁜시절
    '20.2.12 10:18 PM (14.52.xxx.180)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같이 해피엔딩을 꿈꿔요.

  • 30. ..
    '20.2.12 10:18 PM (211.221.xxx.87) - 삭제된댓글

    전 배 굶던때 하루 한끼 밥 남겨주던 같이 일하던 언니가 있었어요
    툭하면 돈을 끊던 부모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알바를 해서 학비를 냈었는데 밥 사먹을 돈은 안돼서.. 물로 배채우고 수업시간에 꼬르륵 소리날까봐 허리띠 졸라매고.. 일하러 가면 그 언니가 남겨준 밥 먹는게 그렇게 고맙고 맛있었어요
    생각날때마다 그 언니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마음속으로 바랍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식탐이 있지만 대신 힘든 사람들 보면 마음 쓰이고, 특히 밥은 남들에게도 허투루하지 않게됩니다
    원글님도 행복한 기억들만 이제 많이 만드세요~

  • 31. 별이
    '20.2.12 10:22 PM (119.207.xxx.21)

    눈물이 찔끔 나고 감동이네요.
    건강하게 행복한 삶 영위하세요.
    좋은친구들 부럽네요.

  • 32. 친구들이
    '20.2.12 10:26 PM (119.196.xxx.125)

    단체상 받아야겠네요^^ 원글님이 함께 어울려줘서 친구들도 고마왔을 것 같아요.

  • 33. 수필집내세요
    '20.2.12 10:39 PM (175.208.xxx.235)

    원글님 이곳 82에라도 글을 꾸준히 올리셔서 수필집 하나 내셔도 될거 같아요.
    이전에도 어린시절의 글 올리셨죠.
    글이 따듯하고 밝아서 읽고나면 가슴 한켠이 뭔가 가득 차는 느낌이예요.
    행복하시길~~

  • 34. 중학생때
    '20.2.12 10:41 PM (223.38.xxx.150)

    아 저도 이글보니 생각나네요..중학교때 도시락 못싸우는 친구들이 2.3명 있었어요..어쩌다가 제 도시락을 3명.4명이서 나눠먹었는데....ㅋㅋ 엄마가 이사실을 알고..그이후로 저에게 밥이랑 반찬을 엄청많이 싸주셨어요. 뭐 그래도 부족하긴했지만..그땐 깔깔깔 재밌기만했던 기억이네요 우리 지금 도시락 1개 몇명이서 먹는거냐며..ㅋ
    친구들아 잘사니?^^

  • 35. 테나르
    '20.2.12 10:42 PM (183.98.xxx.232)

    어머나 친구들도 예쁘고 그 호의를 기꺼이 받고 누린 님도 예뻐요
    지금도 만나시나봐요

  • 36. happ
    '20.2.12 10:52 PM (115.161.xxx.24)

    지금도 밥사줄 만큼의 친구로 지낸다는 게
    더 감동이네요.

  • 37.
    '20.2.12 10:56 PM (180.224.xxx.210) - 삭제된댓글

    저도 엄마가 도시락 두 개 싸주셔서 나눠 먹었던 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날 점심 먹으니 오후에 졸려서 싫다고 정색하길래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만...

    신세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져, 걔속 강권한다면 그 또한 실례라고 생각돼서 그만 뒀어요.
    엄마는 그냥 계속 들고가서 주라 하셨고...전 중간에서 난감

    어떤 부분에서 살짝 천재끼가 느껴졌던 친구였는데 안타깝게도 대학진학을 포기했어요

    전 여전히 철부지였던 대학시절에 지하철 밎은 편에 앉은 그 아이를 우연히 봤는데 동행들이 너무 험상궂은 인상의 아저씨들이어서 아는 척을 못했어요.

    미*아, 어디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원글님도 행복하세요.

  • 38.
    '20.2.12 11:01 PM (180.224.xxx.210)

    저도 엄마가 도시락 두 개 싸주셔서 나눠 먹었던 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날 점심 먹으니 오후에 졸려서 싫다고 정색하길래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만...

    신세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져, 계속 강권한다면 그 또한 실례라고 생각돼서 그만 뒀어요.
    엄마는 그냥 계속 들고가서 주라 하셨고...전 중간에서 난감

    어떤 부분에서 살짝 천재끼가 느껴졌던 친구였는데 안타깝게도 대학진학을 포기했어요

    전 대학시절에도 여전히 철부지였는데...
    지하철 맞은 편에 앉은 심각한 얼굴의 그 아이를 우연히 봤어요.
    하지만 동행들이 너무 험상궂은 인상의 아저씨들이어서 아는 척을 못했어요.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미*아, 어디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원글님도 행복하세요.

  • 39. 잔잔
    '20.2.12 11:22 PM (112.152.xxx.155)

    잔잔하지만 너무 감동스런 글이네요.
    원글님 친구하고 싶어요.
    항상 행복하세요~^^

  • 40. 나무
    '20.2.12 11:45 PM (124.111.xxx.101)

    이런인생 ...가슴이 먹먹해요
    씩씩하게 살아내신 님에게 박수 드립니다

  • 41. ㅇㅇ
    '20.2.13 12:07 AM (110.70.xxx.180)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예요.
    과거의 인정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런데 윗님의 친구이야기는 마지막이 안타까워요.
    험상궂은 표정의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있던 심각한 표정의 친구..ㅠ
    댓글님도 그 모습으로 기억된 친구가 맘 아프고 걱정되었을것 같습니다. 님의 친구가 가난을 꼭 극복해냈길 바랍니다..ㅜㅜ

  • 42. 아유~
    '20.2.13 12:26 AM (119.207.xxx.228)

    착한 사람들...
    원글님도, 그리고 그 따뜻한 친구들도
    지금은 모두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길 기도합니다.

  • 43. 울엄마
    '20.2.13 1:30 AM (1.11.xxx.219)

    울엄마는 두살터울씩의 5남매를 키우다보니 도시락도 5,6개는 싸야했는데 작은 언니반 남자친구(친하지도 않는) 엄마가 아파서 도시락을 못 싸온다하니 그 오빠 도시락까지 싸주셨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언니가 그 오빠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엄마 이야기를 하더래요. 너무 고마워서 잊을 수 없다고...생각해보니 울 엄마도 대단하신 분이었는데 잊고 살았네요.^^;;;

  • 44. 이야기
    '20.2.13 5:39 AM (222.121.xxx.16) - 삭제된댓글

    맘 따뜻한 이야기~~고맙습니다.

  • 45. 소금
    '20.2.13 9:13 AM (49.166.xxx.136)

    어린 애들도(친구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데
    나이먹어 남의 등이나 치고
    갑질하는 인간들 속은
    어떻게 생겼을지....
    원글 눈물나요~~~

  • 46.
    '20.2.13 10:48 AM (175.193.xxx.99)

    이 분 책을 갖고 싶어요.
    예쁜 색연필로 줄치며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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