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희한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별명입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타란티노 영화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아시는대로, 폭력과 피칠갑이 빠지지 않습니다
'펄프 픽션', '킬빌' '바스터지 -거친 녀석들' 등등...
지난 여름? 가을?에 모 멀티 플렉스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기획전'을 했습니다.
그의 전작이 몇편 되지 않아서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상영되었습니다. 아마 '데스 프루프' 한 작품 빼고 거의 다 올라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까지 전 그의 작품은 '장고' 하나밖에 본 것이 없어서 악착 같이 전작을 다 예매했었습니다.
여름에 다른 기획전에서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두번이나 봤기에 그것만 빼고 다~~~
전 '장고'도 딱히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못했고, 케이블에서 '바스터즈'를 몇번이나 시도했지만, 끝을 내본 적이 없어서, 제 개인적인 타란티노 영화의 매력을 확인해보겠노라 큰 작정을 한 참이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은 작품성과 국내 흥행 사이에 이율배반적인 두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평단이건 관객이건 그의 작품은 상당히 높이 평가합니다.
작품성은 둘째고 대부분의 평이 재미있다, 화끈하다, 폭력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등등 나쁜 평이 별로 없습니다
웬만한 평가 사이트에 평점이 대단히 높은 편입니다.
언급되는 경우도 많고요, 평단이건 관객이건 늘 그의 신작을 기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흥행 성적은 참담한 정도입니다.
제 기억이 오류가 있을까 하여 지금 kofic 전산망 통계를 잠깐 봤는데,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더군요.
즉, 이 감독의 작품은 우리나라 관객의 평균적인 취향이라기 보다는,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타입이란 뜻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타란티노의 매력이 뭘까 너무나 궁금했던 저는, 열심히 억지로 성실하게 봤지만, 결론은 제 취향의 감독이 아니구나 였습니다. 제가 판단한 그의 특징과 호불호의 이유는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일단, 타란티노는 엄청나게 수다쟁이입니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상으로는 수다쟁이에, 구라쟁이에, 대단한 스토리 텔러일거라 짐작합니다.
작품의 러닝타임이 대개 깁니다. 할말도 많고 떠들고 싶은 것도 많고 그걸 잘 풀어내는 재주가 있지만, 저같은 사람은 좀 지칩니다. 결국 다소 지루하고 지치지만 그의 왕구라를 끝까지 듣고 있으면 통쾌하고 재미있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만, 저같은 사람은 끝까지 같이 달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타란티노는 감독을 하기 전에 비디오 테이프점 알바를 하면서 거의 모든 영화를 다 봤다 할 정도로 영화 덕후였답니다.
그걸 바탕으로 각본을 쓰다가 감독 데뷔를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규 영화교육을 받고 입봉한 감독들과는 사뭇 다른 날 것같은 표현력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의 덕후력은 단지 스토리 구성만이 아니라 연출, 편집, 깨알같은 디테일 등등 덕후들만이 뽐낼 수 있을만한 것들에다, 기술적 영역까지 아우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모 감독의 의견이지만, 현재 cg없이 역사물을 찍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감독일 거라고 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이 대단한 감독의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다양한 레퍼런스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합니다.
그 깨알같은 재미는 건너뛴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배경 자체에 대한 사실적, 감정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이미 감독이 알고 있는 관객을 전제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강한 삘이 듭니다.
즉, 저같은 라이트한 관객은 따라가기 버겁고 딱히 미친듯이 재미있기 힘들어도, 좀 더 잘 알고 그 의미를 캐치할 수 있는 덕후급 관객이나 영화 관계자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 이해한 평점과 국내 흥행간의 간극은 이것이었습니다.
이번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이런 영화덕후 타란티노이기에 만들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과 비슷한 대체 역사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와서 내맘대로 스토리와 결말을 새로 만드는 것.
이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알려진대로 1960년대 할리우드의 풍경과 더불어 찰스 맨슨 무리의 샤론 테이트 살해사건을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미국적인 소재라서 당시의 사회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만, 저처럼 태평양 건너편에서 그 사건들을 글로 배운 자에게는 그렇게까지 큰 감흥이 일지는 않습니다.
제 경우에 이 작품의 재미는 글로 배운, 딱 그 정도의 재미라서 누군가에게 권하거나 설명하거나 하기 참 곤란한 작품입니다. 심지어 두번이나 본 작품인데도 그렇습니다.
저 같은 관객이 제법 많은지,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인 영화임에도 흥행이 참 미흡합니다. ㅎㅎㅎ
타란티노의 영리한 점은 저같은 가벼운 관객에게 그 지루함을 보는 재미로 메꾸기 위해 연기력 짱짱한 대 배우를 섭외합니다. 배우들에게 타란티노 영화는 그야말로 재미가 철철 넘쳐날 작품일테고, 작업이 즐겁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알 파치노 등등 명배우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만,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제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 상이 '미국 로컬' 영화제임을 감안한다면, 그들에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야 말로 영화적 향수를 가득 끌어올리기에 어느 한 부분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품상 리스트가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보편성을 인정받아 같이 지명된 '기생충'이 있다면 특수성을 인정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도 충분히 납득할만 합니다.
역시 이 영화는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남우조연(브래드 피트), 촬영상을 비롯하여 10개 부문에 지명되었습니다.
빵 아저씨가 독보적으로 남우 조연상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 아니 거의 10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