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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 - 아 아버님

이런 인생 조회수 : 6,243
작성일 : 2020-01-01 16:52:44
고아원에서 부모를 그리워만 하다가 어찌어찌하여 결혼이라는걸 하게 되었습니다.





고아원에서 아버지라고 부르던 원장님은 아주 무서운 분이었지요.


그래도 제게는 끔찍하게 잘해주시고 곁을 가끔씩 내어주셔서 애교랄지 재롱이랄지도 감히 부려보았어요.





아들 셋의 막내 며느리로 시집갔는데 시부모님께서는 살면서 단 한번도 고아원에서 자란걸 허물 삼지 않으셨지요.


시골에서 사시는 순박한 분들이라 어쩌면 고아원이 어떤곳인지 모르셔서 편견이 없으셨을 수도 있어요.





이런저런 실수도 허물도 많았으나 막내라는 이유로 마냥 편드시고 귀여워해주셨어요.


부엌에서 형님들이랑 일하고 있으면 막내야 물 한잔 다오, 막내야 다리 좀 중술러라 하시며 저를 안방으로 부르셔서는 언니들이 너만 너무 힘들게 해서 불렀다며 아랫목에서 잠깐씩 쉬게 하셨지요.





박카스를 좋아하셔서 찾아뵐때마다 고기랑 박카스 사다드리면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올때는 깍은밤을 주시면서 둘이서 맛있게 먹어라 하셨지요.


가끔 만원이나 오천원을 손에 쥐어주시면서 맛있는거 사먹어라 그러기도 하셨어요..





결혼하고 몇달이 지난후 신랑이 부모님께 다달이 용돈을 드리면 어떻겠냐고 하기에 통장을 하나 만들어 드리고 다달이 얼마 안되는 돈을 자동이체해 드렸더니 이런 공돈이 매달 들어오는건 난생 처음이시라면서 아이처럼ㅈ기뻐하셨요.





워낙 소박하신 분이라 아주 약소한걸 해드려도 귀하게 여겨주셨지요.


언젠가는 금기락지를 잃어버리고 아이처럼 낙담하시길래 생신날 큰맘먹고 비슷한걸 해드렸더니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셔서 참 뿌듯했지요.





언젠가는 버스를 타고 읍내에서 열리는 선거유세를 구경하러 오셨다가 갑자기 저희집에 친구분들을 모시고 찾아오셨어요.





아무것도 없었기에 급하게 소고기만 사다가 국을 끓여서 늦은 점심상을 차려드렸는데 산해진미를 대접받은 것처럼 친구분들에게 얼마나 자랑을 하시고 두고두고 말씀을 하셨는지 몸둘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편찮으시면서 자리보전하시면서 가끔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어디어디 있는 땅은 너에게 꼭 주마 이러셨어요.





그러시던 아버님이 돌아기신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요.


어찌하다보니 당신께서 약조하셨던 산과 논은 커녕 돈 한푼 받은거 없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정이 정말 따뜻하다는걸 체험하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지요.





오늘 같은날 차례상이 아닌 주름진 얼굴 뵈면서 따끈한 떡국 한 그릇 같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불현듯이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IP : 180.229.xxx.38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공..
    '20.1.1 4:55 PM (39.7.xxx.169)

    눈물이 나는 아름다운 사연이네요 ㅠㅠ
    원글님의 어여쁜 고운 마음이 전해집니다..
    지금 좋은 곳에서 원글님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드리고 계실거예요

  • 2. ㅠㅠ
    '20.1.1 4:55 PM (175.193.xxx.206)

    아... 글이 너무 아름답고 목이 메입니다. 원글님이 착하게 사셔서 복받으신거에요.

  • 3. 주니
    '20.1.1 4:57 PM (59.23.xxx.175)

    멋진 아버님과 예쁜 막내며느님 이야기
    두분다 참 좋으신분들이라서 서로에게 아낌없이 마음 써 주신거 같네요
    새해 시작 즈음에 훈훈한 글을 읽어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 4. ㅇㅇ
    '20.1.1 4:58 PM (119.64.xxx.101)

    읽는데 눈물이 주르륵...
    원글님이 그 무서운 고아원 원장쌤께 애교부릴 정도로 성격이 엄청 좋으신가봐요.그러니 저런 좋은 시아버님도 만나시고 너무 부럽네요.아버님도 막내 며느릴 유독 아끼셨을것 같아요

  • 5. 원글님
    '20.1.1 5:06 PM (116.37.xxx.69)

    따뜻한 성정을 가진 분 같아요
    사람 귀한 줄 알고요

  • 6. ㅇㅇ
    '20.1.1 5:17 PM (180.230.xxx.96)

    아래 나물에 육전에 떡국 끓였는데 물부어 드신 시어머니 읽다가
    이글 보니 그래 이게 사람의 인정인거지.. 하는 마음 드네요
    좋은추억 남겨주고 가신 아버님 참 훌륭한 인성을 가진 분이셨네요

  • 7. 아큐
    '20.1.1 5:17 PM (221.140.xxx.230)

    감사해요..아름다운 글.

  • 8. ..
    '20.1.1 5:22 PM (106.101.xxx.196) - 삭제된댓글

    이런 좋은 분들이 새해에 게시판에 자주 글 올려주시면 좋겠네요.
    82에 악다구니같은 글 댓글 말고
    선하고 사려깊은 글과 댓글들이 넘치길 바래봅니다.
    82 실망스러워 끊고싶은데 그걸 못끊으니 좋은 분들 글이라도 더 많이 올라오길 기대할려구요 ㅎㅎㅎ
    저도 악플 빈정거리는 댓글 눈앞에선 꾹 참고 안할 소리는 안하고 게시판 이용하려구 하구요.
    오늘도 스트레스 뻔할 글은 아예 클릭을 안합니다.
    쓰다보니 제가 웃기네요. 82가 뭐라고 이걸 못끊고 스트레스받죠?
    원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9. ㆍㆍ
    '20.1.1 5:29 PM (122.35.xxx.170)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고부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0. 쓸개코
    '20.1.1 5:44 PM (218.148.xxx.208)

    이런인생님 글을 읽고 있으면 내마음에 훈기가 돕니다.
    새해 첫날부터 따뜻한글 감사해요.^^

  • 11. 82 고운님들
    '20.1.1 5:50 PM (218.154.xxx.188)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엔 더욱 아름다운 사연
    이쁜글,맘 따뜻하고 훈훈한 글 많이 올려 주시고
    선하고 배려깊은 댓글 많이 달아요~^^

  • 12. 어쩜
    '20.1.1 5:53 PM (210.180.xxx.194)

    이렇게 글을 담백하게 잘 쓰시나요
    종종 글 올려주심 선물같이 읽을 것 같아요 ^^!

  • 13.
    '20.1.1 5:58 PM (125.132.xxx.156)

    와.. 최곱니다 ㅠㅜ

  • 14. nake
    '20.1.1 6:08 PM (59.28.xxx.164)

    땅 주시지 아부지

  • 15. 이런 인생
    '20.1.1 6:09 PM (180.229.xxx.38)

    남편도 저와 같은 마음일거 같아서 글 링크해서 읽어보라고 보냈어요.
    글 고맙다고.
    눈물 난다고.
    잎으로도 건강하고 즐겁게 잘 살자고 하네요.

    아버님과 똑같은 모습으로.
    형님들께서 우리 남편이 늙어갈수록
    아버님과 가장 똑같아진다고들 하세요.

  • 16. .....
    '20.1.1 6:09 PM (223.104.xxx.44) - 삭제된댓글

    여성시대 같은 라디오 프로에 이 사연 꼭 올려주세요.
    새해부터 정말 감동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내용도 좋지만 글이 너무 좋고 따뜻합니다.

  • 17. ㅁㅁㅁㅁ
    '20.1.1 6:54 PM (119.70.xxx.213)

    아 아름답습니다...

  • 18. ..
    '20.1.1 8:12 PM (49.143.xxx.179)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집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19. 사랑
    '20.1.1 8:18 PM (222.236.xxx.99) - 삭제된댓글

    원글님은 아버님의 보물이었나 봐요.
    아버님과 똑 닮은 남편분은 또 얼마나 따뜻하실까요?
    사람은 내가 남에게 잘 한 일은 늘 현재진행형이고, 남이 나에게 잘 해준 것은 과거완료형인데 새해 떡국에도 아버님을 생각하시는 걸 보면 그 분의 정과 사랑이 현재인 듯 생생하신가 봐요.

  • 20. 행복
    '20.1.1 9:51 PM (211.36.xxx.110)

    시아버님이 진정 어른이십니다
    원글님 마음도 예쁘고요
    내리사랑이라고 어른이 먼저 따뜻하게 해주니 원글님도 사랑으로 보답하는거죠
    늘 행복하세요

  • 21. ...
    '20.1.1 9:58 PM (59.15.xxx.152)

    새해 첫날 좋은 덕담 들은듯 합니다.
    한해가 따뜻할거 같아요.

  • 22. 2020
    '20.1.1 10:02 PM (39.7.xxx.218)

    원글님 마음이 시아버지께도 전해진거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3. 오~~
    '20.1.1 10:04 PM (123.111.xxx.13)

    새해 첫날 보석같은 글 감사합니다.
    원글님은 반짝반짝 빛나는 분 같아요

  • 24. ㅠㅠ
    '20.1.1 10:08 PM (223.62.xxx.9)

    이런 어른들이 계셔서 그나마 세상이 살만하고
    아름다운거같아요

  • 25. 콧날이 시큰
    '20.1.1 10:24 PM (124.53.xxx.142)

    잠시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네요.
    원글님 그저 어여쁘게 사시길 바래요.

  • 26. phua
    '20.1.2 10:37 AM (1.230.xxx.96)

    쓰담쓰담..
    2020년에도 이런 따듯한 글을 자주 82에 올려 주셔서
    우리... 함께 행복합시다^^

    원글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27. ..
    '20.1.2 3:13 PM (211.36.xxx.93)

    따뜻한 글 ..
    우리 모두 이런 행복함을
    느껴봐요.

  • 28. ㅠㅠ
    '20.1.2 4:18 PM (110.13.xxx.92)

    늘 행복하시길 바라요 따뜻한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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