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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처음 해드린 떡국

저는 구세대 며늘 조회수 : 2,398
작성일 : 2020-01-01 15:15:43
그때가 23년 전이네요
새집에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셋째 늦둥이를 낳고 백일이 다되어 갈땐데 아이가 밤낮이 바뀌어 정말 죽을 지경이었죠
갓난쟁이는 24시간 돌봐야 하는데 남편과 위에 두 아이까지 세식구의 끼니 챙기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밤새 아이와 씨름하고 아침 즈음 잠이 들면 제 몸도 파김친데 식구들은 삼시세끼를 때맞춰 외쳐대니..
남편은 자영업에 퇴근도 넘 늦을 뿐더러 불규칙했기에 공동 육아라는건 언감생심이었죠

그런데 첨으로 시부모님이 저희 집에서 구정을 쇠고 큰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 전날 오후에 시부모님이 오셨고
제딴에 시부모님의 첫 설상을 차려드린다는 맏며늘의 의무감과 그래서 잘 차려드리고픈 맘이 있었어요
시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부리나케 장봐와서 준비를 하려 했건만 모유수유에 밤낮이 바뀐 아이는 엄마를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장봐온 물건들은 한쪽 구석에서 손질 되기만을 기다리며 시들어가는 상황이었죠
간단한 저녁상을 물리고 시부모님은 잠자리에 드셨고
시어머님이 너 이거 언제 다할래 하시길래 네 저 알아서 할게요 하고 등떠밀어 들어가시게 했습니다

물론 자주 설을 같이 지냈으면 상황이 어찌 되었을지
그땐 시부모님의 첫 방문인지라 마음도 긴장이 되었던것 같아요
어쨌든..
아이를 겨우 재워놓고 새벽녘에야 떡국을 비롯한 갈비찜,나물,잡채 등을 준비해서 설 아침상으로 차려내었습니다
한식상이란게 손볼거며 절차가 들어맞아야 맛도 있는지라
정말 꼬박 시간과의 싸움을 하며 혼자서 동분서주했죠

한잠도 못 잤는지라 눈은 충혈되어 시큰거렸지만 시부모님께 한상을 차려내었다는 안도감이 있었고
드뎌 설 세배를 받으시고 준비된 아침상을 드셨어요
시어머님이 의자에 앉아 상을 휘 둘러보시더니 떡국을 드시고 첫숟가락 첫마디가 떡국에 비렁내(비린내) 나네 하시는 겁니다
저는 나름 밑국물까지 정성껏 내어 만들었는지라 그래요? 하고 당황할 찰나 간은 와이래 짜노! 하시길래 간이요 안짠데요? 짭은데 왜 안 짜? 그 순간 시아버님이 설날 아침에 와이래 시끄럽노? 하시는 겁니다.

저 정말 그때의 상황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그 널부러져 있던 식재료들이 저절로 음식이 되었을까요
아기는 누가 보았을까요
남편은 역시나 그 부모의 자식인지라 아내를 도울줄도 모르고
잠만 자고 차려주는 밥이나 먹지요

23년이 흐른 지금 일부러 반찬 절대~ 안 갖다 드립니다
가끔씩 음식을 해서 들고가면
우리 식구는 이런거 안 먹는다는 말도 들었거든요

최근 아들한테 쟈는 와 내한테 음식을 좀 안해주노 하더랍니다
제가 화장실 다녀오는데 차안에서 모자가 나누는 말꼬릴 들었거든요
남편이 엄마가 한게 있으니까 글치 그 말을 하고 있더군요
시엄니 표정 며늘 보며 엄청 난감해 하더군요

집에서 같이 먹는 밥상은 차릴까
혼자 계신 시엄니한테 반찬은 안해 갑니다
반찬 타령 하시면 제가 그러죠
어머님 늘린게 반찬가겐데 입에 맞는거 사드세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시엄니도 며늘도 같은 여자입니다
밤낮이 뒤바뀐 늦둥이 아이 기르는 며늘이 밤을 꼬박 새워 만든 음식상을 받고 그런 말을 해야 했을까요
그 무례함과 무식함을 저한테 주셨기에 저도 그만큼 하지요
사람은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니까요
IP : 180.226.xxx.5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0.1.1 3:20 PM (119.64.xxx.101)

    맞아요..원글님 한이 되셨겠네요.
    아이 보랴 상차리랴 며느리가 도대체 무슨 죄인지..
    이제 어머니도 아셨겠죠.자기가 복 걷어찬걸

  • 2. ...
    '20.1.1 3:23 PM (220.79.xxx.192)

    받은 만큼 주고, 주는만큼 받고 사는게 맞아요.
    어른이 물질이든 마음이든 베풀어야 밑에서 보고 배우는 겁니다.

  • 3. 날날마눌
    '20.1.1 3:24 PM (110.70.xxx.78)

    넘 속상하시겠어요
    그래도 남편이 그맘알고계신거도 좋은분같고
    또 계속 당하고 사신거도 아닌점도 굿!
    새해꽃길만걸으세요

  • 4. 토닥토닥
    '20.1.1 3:31 PM (125.132.xxx.178)

    저도 그래서 시가에서 음식안해요. 음식해서 가지도 않구요.
    왜 안하냐고 시모가 물으시길래 제가 한 음식마다 뒷말을 하셔서 이제 안합니다. 하고 대답했더랬어요.
    전 간 봐달라는 것도 안해요. 그것도 나중에 짜다 싱겁다 말나와서요~ 밥상앞에서 음식가지고 지청구가 늘어지는 집이라 안합니다. 제가 설거지랑 뒷정리 다 해드릴테니 당신입에 맞는 거, 좋아하시는 거 해드시라고 했어요.

  • 5. 이해해주셔서
    '20.1.1 3:31 PM (180.226.xxx.59)

    감사합니다.
    이제 고부간에 흰머리 맞대고 같이 늙어갑니다
    이래 살아서 큰일이다 하시기에
    안 아프신게 어디예요 건강하세요 합니다

    물론 만나면 하시는 말씀 안아픈 데가 없다죠ㅎ

  • 6. ....
    '20.1.1 3:32 PM (175.194.xxx.151) - 삭제된댓글

    아까 본 떡국 글 및 덧글 보고 고구마 먹고 물 안먹은 기분이었는데 이 글 보니 쑥 내려가네요.

  • 7. ..
    '20.1.1 3:47 PM (223.39.xxx.39)

    시애미들 단체로 학원을 다니는지ㅠㅠ 며느리 종년 취급하고 갑질하려는 건 어디서 배우는건지요?

  • 8. ....
    '20.1.1 6:20 PM (211.178.xxx.171)

    네 맞아요.
    저도 제가 한 음식 타박 듣고는 반찬 안 해가요.
    안 해준다고 남편이 뭐라 하든 말든, 아예 관심 없어요.
    남편이 반찬 한 번 해줫냐 이러길래 당신은 손이 없냐 돈이 없냐. 본인이 사서 가면 될 일을 왜 나한테 이야기 하냐고 그랬어요.
    시모가 반찬타령 한 거 남편 통해서 전달 되었기 때문에 본인도 다 아는 내용인데 아들이라 그런지 다 잊고는 딴소리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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