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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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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중요하군요. 맹자는 되지 못했지만.

... 조회수 : 2,443
작성일 : 2019-11-04 03:03:19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은 아니에요.
수능 선택과목 아닌건 공부를 아예 안해서 내신 10점 받고 그랬어요.
노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대입에 거의 관심이 없었어요.
평준화 지역이라 배정받은 학교로 간 것 뿐인데
내 친구들은 다 나보다 공부 잘 했고 열심히 했고 관심 많고
그래서 저는 학창 시절 내내 살면서 계속 공부 못한 애였어요.
공부는 학교에서 하라니까, 친구들 하니깐 따라 한거에요.
애들이 야 이번주 어디서 사설 모의고사 본대 그거 보구 그 옆에 분식집에서 라볶이 사먹자 해서
사설 모의고사가 뭔지 왜 보는지도 모르면서 라볶이 먹으러 애들 따라가고...
야 어디 학원 국어쌤이 잘 가르친대 같이 다니자 해서 저도 따라가서 등록하고...
수능을 정말 열심히 공부한 건 마지막 5개월 정도?
결국 내신은 참담하니 수능 100% 전형으로 인서울 하위권 대학 갔어요.
친구들은 못해도 다 이대씩은 붙은 애들이고 그래서
난 진짜 공부 못했네 안했네 싶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지 했어요.

대학 가고 나서 다양한 친구들 만나고 세상이 넓어지니,
지방에서 이 악물고 공부해서 우리 대학 온 애도 있고
저보다 세상사에 빠릿했던 애들이 하는 말을 듣고서야 차츰 깨달았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친구들 다 서울에 있는 대학가니까
나도 그냥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간건데 그게 누군가에게는 큰 목표였구나.

뒤돌아 보니 저를 우물가로 끌고가 물을 먹여 준 제 친구들한테 고마웠죠.
보면 걔들은 엄마가 학원 알아봐주면 저도 불러서 등록하고 과외 선생님도 연결해주고 그랬거든요.
저는 부모님 맞벌이시고, 저 중고 때 엄마가 정말 일때문에 많이 바쁘셨어요.
엄마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했던 때라 회사에서 밤샐때도 종종 있었거든요.
고등학교때는 엄마랑 밥상에 같이 앉은 기억도 잘 없어요.
뭐 하겠다고 하면 오케이, 하지만 먼저 뭘 해주신 적은 없고요.
그래서 늘 우리 부모님은 내 교육에 초연하셨다. 라고만 기억하죠.

한참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나름 맹모의 지략이 있었다는 것을.
저 중학교때 엄마가 반년정도 일을 쉬시는 중에 이사를 했는데
걸어서 10분 거리의 옆단지로 이사하는거고
심지어 더 낡은 아파트로 가는거라 저는 우리집 망했구나 했거든요.
그게 학교 배정때문에 이사했던 거더라고요.
본인이 고백하시길,
이직하면 정말 본인이 저한테 해 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고등학교는 꼭 거기 보내야만 했다고.
단순히 성적때문만에 그 학교를 보내야 하는건 아니었어요.
친구들이 다 그 옆 아파트 사는 애들이라 고등학교때 찢어질 수도 있었고,
그 학교가 석식 급식에 자율야자도 해서
학원 안다니는 애들도 학교에 오래 남아 공부할 수 있었거든요.
우리 엄마가 계획이 다 있었더라고요.
제가 서울대에 가고 맹자가 되었다면 이거슨 신화가 되었겠지만 ㅎㅎ
저는 결국 맹모삼천지교도 한계는 있다는 것을 입증 했네요.
친구들따라 강남은 갔으니 어쨌든 엄마의 계획은 반쯤 성공한 것 아닐까 해요.

문득 친구들과 학창시절 수능시험 얘기하다가 생각나서 주저리 써보았어요.
수험생들, 학부모님들 마무리까지 화이팅 하시길...
IP : 73.97.xxx.5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9.11.4 3:41 AM (211.211.xxx.243)

    똑똑한 분인거 같아요. 공부 열심히 안하고도 인서울 대학 가셨으니..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잠재력 다분한 분이신 듯^^

  • 2. 원글
    '19.11.4 3:51 AM (118.220.xxx.52)

    원글님이 공부 안하고 인서울 했다는거 믿어요.
    제가 8학군 출신인데 제친구(지금도 친구)도 수업시간에도 공부 안하고 딴짓만 했는데 인서울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공부 안하고 인서울 했는지
    원글님이나 친구나 궁금하긴 합니다.

  • 3. 재밌어요
    '19.11.4 5:25 AM (116.45.xxx.163)

    근데 수능이 몇년도까지 였지?
    기억도 가물하네요
    어머니의 교육열이 나름 성공하신셈이네요?
    인서울이 요즘은 넘나 어려운일이죠
    설렁설렁 학창시절 보내셨지만
    긍정적이고 유쾌한 분이실듯

  • 4. 둥둥
    '19.11.4 8:02 AM (39.7.xxx.40)

    저도 님말 믿어요.
    제가 8학군 출신. 근데 님 케이스예요.
    이사하고 그런건 아니고
    뺑뺑이 돌려 8학군 갔는데
    학교빨이 있는지, 학원 안다녔고,
    중하위권이었는데..인서울했거든요.
    그러니, 요즘 특목고 꼴찌라도 스카이 간다는 말
    이해해요.

  • 5. ..........
    '19.11.4 10:25 AM (112.221.xxx.67)

    그나마도 엄마덕분맞네요

    인서울 하위권대학도 사실 쉽지않아요 누군가에는 엄청 큰 목표일수도 있는거고 밤새워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도 한거 맞아요 비교적 님이 쉽게 그걸 얻었으니 별거 아닌거같았겠지만 님도 그 친구들 따라 뭐라도 했으니 그정도라도 간거맞고 그냥 놀자판친구들만났으면 같이 놀면서 지방전문대갔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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