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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에서 말하는 시각과 인식 - 세번째 이야기

gryphon 조회수 : 1,062
작성일 : 2019-10-24 09:27:55
1.           “ 아는만큼 보인다 ”

유홍준 교수가 이말을 했을 때는 뇌과학의 시스템을 얘기하는 말이 아니었을거예요 .
그런데 , 이말처럼 우리 뇌의 인식시스템을 정확히 표현하는 말은 없다고 생각해요 .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본다는 행위는 실제 밖의 사물을 보는게 아니라 ,
우리 눈에 들어오는 시각데이타를 가지고 ,
우리 뇌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데이타를 이용하여 새로운 3 차원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어요 .
 
이 미리 저장되어 있는 데이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 기억 ’ 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
그래서 만약 그 데이타가 없을 경우 , 우리 기억에 없는 어떤 데이타가 눈을 통해서 들어온다면
우리의 뇌는 그것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 영상을 만들어 냅니다 .
그것이 처음에는 데이타가 없는중에 만들어 내므로 우리가 그것을 아예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쉽게 말하면 보지 못하는 것이죠 .
그렇게 들어온 데이타는 이때부터 다시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 또다시 새로운 시각데이타를 만들게 되는 거구요 .
이렇게 데이타가 만들어 지면 , 우리는 다시 볼때 그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2.            죄수의 시네마 와 꿈

죄수들을 빛이 전혀 없는 동굴에 가두어 놓으면 ,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어떤 영상이 보인다고 합니다 .
이것은 꿈도 아니고 , 분명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인데도 말이죠 .
비슷한 경우로 우리가 한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걷다보면 신기루가 보이게 되죠 .
우리의 시각 처리는 눈에 들어오는 시각데이타의 차이
즉 앞 화면하고 , 뒤화면하고의 차이를 인식한다고 합니다 . ( 1 편에서 안구의 핏줄이 안보이는 이유 )
즉 보는게 아니라 , 눈에 들어오는 변하는 시각데이타를 가지고 , 뇌에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인데요 .

만약 그렇게 들어오는 데이타가 어떤 변화가 없이 똑같은 데이타만 줄곳 들어오거나 ,
아예 빛이 차단되어서 들어오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이때 우리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뇌가 일이 없으니 아무일도 하지 않고 ,
그냥 있는 그대로 영상을 만들면 되는데 , 문제는 우리 뇌가 쉬지 않는다는 거예요 .
이경우 시각데이타와 상관없는 데이타를 막 생성하게 됩니다 .

영상시스템은 돌아가는데 , 입력 데이타가 없어요 . 그래도 영상 시스템은 돌아갑니다 .
이게 ‘ 환각 ’ 이라는 것이고 , 만약 잠자는 동안이라면 , 바로 ‘ 꿈 ’ 인 것이죠 .
 
우리가 꿈을 꿀때의 보는 영상은 실제로 깨어있을때의 영상과 같은 메카니즘으로 만들어 집니다 .
다른 점이 있다면 , 눈이라는 입력 데이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다르죠 .

그런데 , 한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
꿈과 현실을 구분을 못하면 , 생활에 지장이 크잖아요 .
다행히 꿈을 꿀 때 , 우리 뇌의 ‘ 해마 ’ 라는 부분이 작동을 안하게 됩니다 .
이 ‘ 해마 ’ 라는 부분이 하는 역할은 ‘ 기억 ’ 을 생성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
즉 , 우리는 잠을 잘때도 깨어있을때와 똑같이 보고 듣고 말하고 하는데 ,
해마가 자동하지 않아서 기억을 못할 뿐이죠 .
그런데 , 우리가 잠에서 깬다든지 하는 그 조금의 순간에 해마가 조금 먼저 일어나면 ,
그 순간의 꿈은 기억하게 됩니다 .

나이가 어릴 수록 이런 수면과 해마의 언발란스가 심해서 아이들이 훨씬 꿈을 잘 기억하는 것이구요 .

3.            원효대사와 깨달음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의 물 얘기는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내용입니다 .
해골바가지의 썩은 물을 달콤한 생수물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항상 제 머리속에 따라다녔는데요 .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 전혀 이상하지 않은 얘기가 됩니다 .
우리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이 세계는 실제 세계를 ‘ 객관적 ’ 으로 우리가 인식한다면 ,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죠 .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오감을 통해 얻은 데이타를 기반으로
우리 뇌 – 이때는 다른말로 mind, 즉 마음 – 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서 인식하는 것이니까요 .
과장하여 말하면 , 우리의 오감은 전혀 믿을 수가 없는 것이고 ,
오직 모든 것은 바로 우리의 뇌 – 마음 – 에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
 
어떤 데이타든지 오감을 통해 들어올때 , 그 데이타와 연관은 있지만 ,
최종적으로 인식되는 우리의 세계에 대한 상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 낸다 ……
즉 ,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
그리고 , 이 마음이 사라지면 , 세상도 함께 사라진다 ……
 
4.              소쉬르와 비트겐쉬타인

19 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서양 철학에서 언어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
그동안 신학과 존재론 , 여기에 반발하는 과학까지 서양철학은 어떤 실체의 존재론에 집착했습니다 .
그러다가 , 19 세기에 이르러서야 인간의 인식이란게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게 (?) 되죠 .

그전까지는 우주의 존재 , 혹은 신의 존재를 어떻게 발견해야하고 ( 이를 ‘ 진리 ’ 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 하는것에만 찾아다닌 샘이죠 .
화이트해드가 “ 모든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다 “ 라고 말한 연유도 이때문입니다 .

그 와중에 소쉬르라는 언어학자이자 철학자가 아주 황당한 주장을 하게 됩니다 .
우리는 ‘ 언어 ’ 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 이 언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 것이다 .
 
만약 ‘ 사과 ’ 라는 단어가 없다면 , 이 세상에 ‘ 사과 ’ 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무슨 소리야 ‘ 사과 ’ 가 사과이지 , 사과가 없긴 왜 없어 ?

아프리카 어떤 부족의 경우 색깔에 대한 표현이 두가지 밖에 없다고 해요 .
밝은색 , 어두운 색 …..
그 부족의 세계에서는 노랑 , 빨강 , 주황 , 녹색 , 파랑색은 존재하지 않아요 . 오직 흰색과 검정색만 존재하죠 .
최소한 그들의 인식체계에서는 ….
 
소쉬르는 우리의 인식이라는 것이 바로 이 언어를 통해서 역으로 세상을 그려낸다고 본것이죠 .
그리고 , 그 연장선상에서 비트겐쉬타인은 언어의 활용을 통해서 세상이 인식된다고 본것입니다 .

이 둘의 차이점은 소쉬르가 각각의 언어가 객채와의 일치된 정의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
비트겐쉬타인은 언어의 일치보다 활용에 의한 시행착오의 반복에 의해 형성되어 가는
‘ 판단의 일치 ’ 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만 다를뿐 ,
기본적으로는 언어를 통한 인식이라는 기본 베이스는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뇌과학에서 이미 저장된 데이타 ( 혹은 기억 ) 에 의해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듯이 ,
이미 저장되어 있는 어떤 언어 ( 어휘 , 단어 , 개념 ) 에 의해
우리가 무언가를 ( 세계를 , 관념을 , 생각을 ) 인식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
 
우리는 우리가 이미 어떤 ‘ 언어 ’ 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만 보거나 인식할 수 있으며 ,
만약 우리 뇌에 이 ‘ 언어 ’ 가 없다면 ,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는 것이죠 .
그리고 , 만약 그렇게 우리가 무언가를 알 수 없다면 , 이는 곧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 되는 것이구요 .
 
5.          초월명상 과 종교적 체험

우리의 감각 데이타는 있는 그대로 뇌에 바로 바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
시각을 예로 들면 , 우리가 영상을 만들어 낼때 필요한 데이타만을 골라서 받아들인다고 할까요 ?
이러한 취사선택은 우리 뇌에서 아주 수시로 빠르게 일어나는 화학과정이기도 합니다 .
 
인간은 우뇌와 좌뇌가 있는데 , 각각의 나름대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보통 우뇌는 이 세계의 3 차원 공간인식 , 좌뇌는 자기 자신의 body 영역 (SELF 라고도 표현함 ) 을 관할하는데 ,
이 우뇌과 좌뇌가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현재 자신의 상태를 혹은 세계를 인식하게 됩니다 .

그리고 순간 순간 눈에서 혹은 귀에서 들어오는 각종 데이타들을
취합하고 , 편집하고 , 가공해서 좌뇌와 우뇌의 협업을 통해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죠 .

그런데 , 인간만이 특징인 전전두엽에서 이러한 뇌의 작용들을 인위로 조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
방법은 명상이나 , 요가 , 혹은 수행 등을 통해서 말이죠 .

그래서 전전두엽의 활동을 고도로 제어하는 단계에 이르러서 ,
이 시각 , 청각 , 감각 데이타를 차단해버리고 , 좌뇌와 우뇌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순간을 경험하는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

그 순간은 한 순간 약 0.1 초의 찰라에 일어나는데 , 이순간의 느낌이란 것은
세상의 공간과 내가 하나가 되어 버리는 , 즉 우주와 내가 합쳐지는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

이러한 기묘한 체험이 불교나 요가에서는 ‘ 깨달음의 순간 ’ 이고 ,
이는 중세때 수도원의 수도사나 수녀들이 경험한 ‘ 종교적 체험 ’ 과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
그리고 , 이는 여성들이 느끼는 오르가즘의 순간과도 비슷하다고도 하고요 .

이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한 사람이 앤드류 뉴버그 라는 펜실베니아 대학 교수이구요 .
이에 대한 저서가 ‘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 ’ 입니다 .
국내에서는 뇌과학지인 박문호 교수가 이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
 
6.        마치며...........

미래의 화두로 떠오르는 뇌과학에 대한 얘기를 소개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
쓰다 보니 , 제 나름대로 정리되는 부분도 있고 , 아직 긴가민가 하는 부분도 많네요 .

사실 , 세번째 글은 많이 망설인 글이기도 합니다 . 꼭 동심파괴의 ‘ 잔혹동화 ’ 처럼 느껴져서요 .

하지만 , 뇌과학이 사실이건 아니건 , ‘ 인간 ’ 을 이해하려는 하나의 과정이고 ,
이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을 믿고 싶어요 .

앞서 말했듯이 , 현재 뇌과학은 걸음마 단계이구요 .
많은 주장 , 가설들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

특히 종교 부분은 거부감이 많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는데요 .
인간이해의 다양한 시도중의 하나로 봐줬으면 합니다 .
긴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IP : 45.2.xxx.131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esㅇ
    '19.10.24 9:50 AM (175.223.xxx.185)

    뇌가 작동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하신 분께
    이 글 강추합니다.
    잘 정리해주셔서 저도 생각정리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 2. ...
    '19.10.24 10:01 AM (118.218.xxx.136)

    잘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3. 불교신자인데
    '19.10.24 10:15 AM (218.154.xxx.140)

    종교로 무언가 극복해보기엔 현대에 와서 많은것이 밝혀져버렸지요. 종교는 말그대로 이전 시대의 유물 아이들의 동화가 되어버릴듯 합니다.

  • 4. ㅇㅇ
    '19.10.24 10:15 AM (219.250.xxx.191)

    글들이 많이 밀려들어서 읽기 전에 일단 킵합니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 5. 와우 감사
    '19.10.24 10:38 AM (125.184.xxx.10)

    이 어려운 뇌과학이나 인지과정을
    쉽게 풀어주시고~
    앤드류뉴버그 박사님 책 다시 읽어봐야할듯이여
    저번글도 친구들한테 보내주었더니 좋아하더라구요 ~~

  • 6. ㄴㄱㄷ
    '19.10.24 3:52 PM (211.248.xxx.27)

    우리 인식의 한계를 깨우쳐주시는 글 감사해요.
    요즘 불교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돼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언제든 좋은글 또 올려주세요.

  • 7. ..
    '19.10.24 6:41 PM (223.62.xxx.221)

    좋은글 감사해요

  • 8. 김대식
    '19.10.27 8:50 AM (119.67.xxx.64)

    뇌과학자 김대식의 당신의 뇌 미래의 뇌
    란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 9. ...
    '19.10.27 10:45 AM (49.142.xxx.23)

    잘읽었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모든 욕심 등을 놓아버리면
    앞날을 미래를 진실을 사실그대로를 알 수 있다고 들었는데 같은 맥락인가보네요

  • 10. Dd
    '20.2.16 10:53 PM (120.50.xxx.47)

    다시 읽으러왔어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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