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해고통보를 받은 후 일주일
힘들때마다 읽고 또 읽고 울며 웃으며 저를 다독거리며 일주일을 버티었네요.
10월14일에 2주 후 금요일이 last day라는 통보와 저의 일을 할 New hire가 14일부터 출근한다는 이메일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에게 자기도 갑자기 통보받아서 마음이 아프고 잠도 못잤다던 한국인 XXX과장...
New hire는 저에게 그 분이랑 인터뷰 다 했고 3주전 채용 통보 받았다고 했으니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지요.
울고있는 저를 Security, 메일룸 직원분들부터 매니저급 직원분들 까지 Sorry하며 위로해주고 같이 울어주었습니다.
어떤분들은 저 대신 욕도 해주고 why? 너는 정말 최고였다고 위로해주었어요.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제 소식을 들은 다른팀 매니저분이 저에게 자기 직원이 출산휴가 가는 동안 제가 일해줄 수 있겠냐고 제안을 했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Yes라고 했습니다.
그 팀의 매니저와 VP가 바로 승인해주어서 저는 당분간은 그 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 팀 일이 제 일과 연관되어있고, 그 팀만 유일하게 한국인 speaker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기에 저에게는 앞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모든 직원분들이 잘되었다고 축하해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매니저에게 2주 시간을 준 건 감사하지만 난 이미 지쳐있고 new hire가 있는 상황이어서 일주일만 일하고 나가겠다 통보했습니다.
매니저가 3주를 더 연장시켜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자기 생각엔 new hire가 잘할 것 같지는 않다
트레이닝 시겨보고 안되면 너를 복귀시키겠다...
그러면서 저에게 기회를 준 미국인 매니저에게 3주 동안 저더러 자기팀 일을 돕게하고(원래 제 일) transfer해주는 것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대요. 이게 말이 되나요?
다행히 새 매니저가 될 분이 자기는 이미 저와 얘기가 끝났고, hire 프로세스가 거의 진행 다 됐다고 그 제안을 거절하고 더이상 연락오는것에 대해 응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제 일은 bilingual 영어와 한국어가 안되면 불편한 롤이었어요. 저는 trilingual...한국의 HQ와 연락을 계속 해야 하는 일 게다가 리모트 오퍼레이션이라 혼자 일해야 하는 일을 미국인 청년이 할것이라고 뽑아놓은 저의 옛 상사들...제가 아니면 안된다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분의 능력문제가 아니구요 그 자리가 필요로 하는 조건을 말하는 것입니다.
3주 연장 제안 뿌리치고 어제를 마지막으로 짐 챙겨서 왔어요.
Last day에 밤 11시30분 퇴근ㅋㅋ
1년치 일을 일주일동안 다 한 것 같아요.
오늘 새벽엔 다리에 쥐가 나서 떼굴떼굴 굴렀네요ㅜㅜ
제가 해고된 걸 듣고 '복수'라는 단어를 쓴 아들에게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훨씬 많이 있고, 약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아이로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7살에 아빠 잃고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던 아이가 타국으로 와서 정말 잘해주었어요. 공부 뿐만 아니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가면서 첼로 연습을 해서 결국 State 심포니 오디션에서 1등을 한 기특한 아이에요.
엊그제 학부모 상담에 가보니 선생님들께서 모두 저의 아이가 당신들 반에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며 공부를 너무 잘하고 열심히 해준다고 했어요.
앞으로 3개월의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다른 직장도 알아보고 또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과 미국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약자들의 고통에 공감해주는 '인간'으로 아이를 잘 양육하겠습니다.
위로해주시고 힘 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토닥토닥
'19.10.19 11:46 PM (14.50.xxx.132)전에 한번 글 쓰신 적 있지 않으세요?
정말 용감하고 강단있어 배우고 싶은 분이라고 느꼈었는데
인생에 꽃길만 있으면 좋으련만 가끔 이렇게 힘든 길도 걷게 하시네요.
아마 이일로 전화위복이 되어 더 좋은 직책과 조건으로 일 할 수 있길 기원드릴께요.
그리고 너무 훌륭한 아들 두신거 부럽기만 하네요.
화이팅!!!2. 장해요
'19.10.19 11:51 PM (116.125.xxx.62)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신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기를 빌게요.
당신의 아들도 훌륭하게 자랄거예요. 화이팅!3. ...
'19.10.19 11:54 PM (218.212.xxx.95)능력자분이세요.
인생 뭐 있어? 이런 홀가분한 맘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해외에 계시니 더 외로운 기분 알아요. 저도 해외에 있다보니 ..
고진감래 꼭 더 좋은 날 있다. 더 행복한 올거라 믿어요.
아들이 잘한다니 기특하네요. GOOD LUCK!!4. doriyoon
'19.10.20 1:43 AM (104.11.xxx.54)계약직이었지만 저에게 직장은 생계였고 희망이었기에 극심한 좌절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영어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일주일만 쉬고 다시 세상밖으로 나갈게요.
너 좀 더 잘하지...이런 말 안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말 듣는것이 두려웠습니다.
저도 아름다운 댓글, 그리고 희망을 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5. 나옹
'19.10.20 2:53 AM (39.117.xxx.119)좋은 일이 생기실 겁니다. 원글님처럼 멋진 아들과 행복허세요.
6. 정말 다행
'19.10.20 3:43 AM (93.82.xxx.211)님 정말 다행이고 죽으란 법은 없고 정의는 이기고...
님은 대단하세요.
남의 일인데 이렇게 기쁘네요.
전에 글보고 마음이 참 안좋았는데 정말 다행이에요.7. 응원합니다!
'19.10.20 7:24 AM (175.208.xxx.235)악인에게 용감한 담대한 당신!
응원합니다~~~8. ㅇㅇ
'19.10.20 9:26 AM (219.250.xxx.191) - 삭제된댓글몇 달 후 새로운 곳에서 일하시게 되고 나서는
그때 내가 나온게 얼마나 다행인가 아 하늘에 감사하다
하실 겁니다
씩씩하고 성실하고 삶 좋아보입니다
아들님도요 아드님은 탐나고 부럽네요9. ㅇㅇ
'19.10.20 9:29 AM (219.250.xxx.191)생계를 온전히 자기 힘으로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원글님이 느낀 공포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공포를 넘어서면 정말 무한한 기회들이 있습니다
몇 달 후 새로운 곳에서 일하시게 되고 나서는
그때 내가 나온게 얼마나 다행인가 아 하늘에 감사하다
하실 겁니다
씩씩하고 성실하고 삶 좋아보입니다
아들님도요 아드님은 탐나고 부럽네요
이 변화에 감사하게 되실 거예요 3개월을 즐기세요10. doriyoon
'19.10.20 9:54 AM (104.11.xxx.54) - 삭제된댓글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 했는데 모든 분들이 다 저의 스승이십니다.
'공포를 뛰어넘어서 즐기는 삶'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너가 다른팀에 완전히 채용되지 않고 진행상태에서 퇴사하면 그 매니저가 마음이 바뀌어서 hiring을 취소할 수도 있고 process하는데 시간이 길어져서 너 생각해서 내가 특별히 너가 더 stay하도록 위분에게 말했다'
이 말 듣고 잠시 갈등했지만 뿌리치기 잘했어요.
제 상황 다 아니까 저의 약점을 파고든거죠.
저는 사람이 아닌 악마를 보고 말았습니다.11. ㅇㅇ
'19.10.20 10:20 AM (219.250.xxx.191) - 삭제된댓글예 원글님 인연 끊어진 곳에 연연하지 않는게 좋아요
가령 원글님이 능력이나 에너지가 그 회사보다 훨씬 더 크고 밝을 때
자리를 옮겨야 하는데 당사자가 스스로 결심을 수 없을 때
그렇게 해서 내보내 주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의외로 몇 달 후에 만나면 완전 다른 세상을 살고 있고
내가 그때 거기 왜 연연했을까 그때가 꿈같아 하는 경우들을 많이 봤어요
급여나 복지나 근무환경이 천배쯤 더 좀 좋은 곳으로 가서 말이에요
변화라는게 기회일 수 있더라고요
마치 운명이
그 능력을 갖고 왜 그러고만 살아 더 날아봐
더 날아봐 더 날아봐 하다가 안 날아가니까 엉덩이를 빵~~! 차는 것처럼 말이에요12. 나무
'19.10.20 2:04 PM (14.63.xxx.98)응원합니다.
완전 멋지신 분이네요..
꽃길만 걸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