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정집은,
우리 아이들이 폐렴으로 병원에 5일정도 입원해도 한번도 온적이 없어요,
남편의 직업특성상 관사에서 일하는 날이 더 많다보니까,
지금은 중학교3학년인 큰애가 3살이었을때 아예 친정집부근으로 이사와서
그렇게 곁에 친정엄마,그리고 독신으로 지내고있는 여동생, 큰언니네 식구들,
이렇게 한동네에서 지내고 있어요.
우리 큰애들은 정말 병원입원도 우라질~소리가 날정도로 많이 했어요.
열이 안내리니까 밤새도록 고생할만큼 하고, 병원에 5일정도 입원을 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약만 받아오려고 근처 병원에 택시타고 갔는데,
이런저런 검사끝에 입원해야 한다고 하면 그때마다 얼마나 하늘이 무너지던지.
일단 다인실을 잡아놓고, 곁의 사람들에게 아이를 부탁시키고
빨리 택시를 불러서 집에 달려가 부랴부랴 병원에서 지낼 용품들을 챙기고
다시 급하게 택시타고 오곤했어요.
그러기까지 병원에 아이를 두고 달려가는 심정이 애가탔어요.
그래도 지내다보면, 저도 더 입을 옷이 필요하고 물품이 필요할때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꺼내질 못했어요.
엄마가 그런날은, 우리집에서 물론 큰애 밥도 해주고, 빨래도 돌려주지만,
그냥 집에서 쉬고, 밥먹고 텔레비젼 보고,
다른 자매들도 병원이 맘만 먹으면 버스타고 30분이면 올수 있는 곳이거나,
혹은, 15분만 시간을 내도 올수있는데도,
오지않았어요.
다만, 네 애들은 어떻게 둘이 그렇게 병원입원을 잘 하냐고는 했어요.
같이 병원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왜 아무도 우리를 병문안오지 않는지 신기해했어요.
물론 친구들이 올수도 있겠지만, 전 그런건 굳이 알리지 않았고요,
다른 사람들도, 할머니, 자매들이 오는게 전부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우리 친정식구들은
제가 학창시절 글짓기대회에 상을 타러갈때에도 아무도 오지않았어요.
다들 철저히 관심이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장려상을 받게되었을때
그날, 부서 과장님과, 부장님및 전무님까지 모두 일정을 미루고
따라왔을때 더 놀랐어요.
겨우 장려상 한개에 흥분해하시면서 시상식장에 갈때, 무척
즐거워하셨어요.
고3쯤 되면, 9월부터 취업추천이 이뤄지고, 빠르면, 그때부터
직장생활을 하게 되느라, 학교생활은 더 하지 못하게 되는데
늘 싸우고 조용할날없는 집이 싫어서, 일부러 먼곳의 회사에
지원하게 되고 곧 합격이 되어서 곧 집을 떠나게 되었어요.
두살터울씩의 동생들과도 그다지 친하지가 않은 터라
데면데면 헤어졌고, 엄마도 그냥 현관앞에서 잘가라고
말한뒤 바로 문을 닫았어요.
전 가벼운 배낭한개를 메고, 아직 여름이 가시지않은
햇빛 반사되는 백주대낮, 길을 건너 정류장에 가 서있다가
버스에 타서 한시간뒤에 외지로 떠나는 시외버스터미널에 갔어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오래전, 신경숙 단편소설에서
자매는 친하거나, 그렇지않으면 남들보다 더 서로를 모른다고 하는 글에서
우리는 아마 후자의 경우일수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 글은, 루이제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라는 책속에도 있다는데
전 그 책은 안읽어봐서 잘 모르겠네요.
신경숙 소설책제목들중에
오래전 집을 떠날때라는 책이 있는데 전 그 제목을 볼때마다
그날 처음 집을 떠날때 더위가 가시지않은 그 백주대낮, 하얗게 빛나던 길이
생각나고, 잘가라고 한마디말과함께 현관앞에 서있다가 계단을 내려가는 제
등뒤에서 문을 닫아버리던 엄마와,
친하지않았던 두 동생들이 생각나요.
그런데, 제가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할때
그 90년대 초반은, 폰이 없던 시절이었어요.
기숙사 방마다 달린 수신자용 폰이 있었고
세명이 그 방을 썼는데, 절 찾는 벨소리는 한번도 울리지않았어요.
그게 이상하다는 말을 동기가 한적이있었는데
초등학교때에도 우산 갖다준적없는 우리집이어서 전 그게 이상한줄 몰랐던거에요.
나중에 엄마한테 그런 에피를 이야기하니까
"내가 전화안해도 네가 하니까"
한번은 오랜직장생활을 청산하고 타지의 쓸쓸한 가난한 원룸에서 매일 굶주리며 지낼때
-집에서 제돈을 빚막느라 완전히 썼음.
고갯마루에 있는 전화박스에서 전화할때면-직장구직중이었음.
"저축은 하고 사니?"
라고 물어서 생양파먹을때처럼 눈물이 한방울 맺히려다가 쏙 들어간적은 있었음.
생각해보면,
너무 웃기고 그러면서도 이런방식으로도 살아지고
주변에서는 착하고 순수하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