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조회수 : 679
작성일 : 2019-07-17 10:23:25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을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 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웁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기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리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을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李相和)의 시.



1926년 《개벽(開闢)》지(誌) 6월호에 발표하였습니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고

소박한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는 이 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첫 연 첫 행의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구절이라 하겠습니다.

일제하의 민족적 울분과 저항을 노래한 몇 안 되는 시

가운데서도 이 시가 특히 잘 알려진 이유는

그 제목과 첫 연 첫 행의 구절이

매우 함축성 있게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대의 절약(節約) 속에 최대의 예술이 있다"라는

좋은 표본이 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해설은 두산백과의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출처: https://kwon-blog.tistory.com/677 [여행과인생]

IP : 1.216.xxx.2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7.17 10:26 AM (211.243.xxx.11) - 삭제된댓글

    가슴 저리고 눈물 납니다.
    다시는 빼앗기지 말아야죠.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데요.

  • 2. 언제나
    '19.7.17 10:50 AM (182.215.xxx.201)

    좋은 시예요.

  • 3.
    '19.7.17 11:39 AM (106.102.xxx.60)

    노래도 들어보세요

    https://youtu.be/3c4UVLBNW8M

  • 4. 가슴이
    '19.7.17 1:45 PM (112.152.xxx.131)

    ...저려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서글픈 봄.
    맘껏 즐길 수도 없었던 그 봄, 그 때의 사람들... 그 서러운 봄이 ,,아프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52869 영유 보내시는분들 집에서 많이 서포트 해주시죠? 4 ㅇㅇ 2019/07/17 1,853
952868 목 절개 디자인 니트좀 찾아주세요.. mm 2019/07/17 360
952867 오븐 사용 잘 하시나요 5 ㄷㅈㅅㄴ 2019/07/17 1,371
952866 쇼핑백 다 버리세요?? 34 ㅡㅡ 2019/07/17 7,141
952865 경제공부 스터디 만들겠다 하신분??? 연락없으시네요?? 4 경제공부 2019/07/17 1,203
952864 3살 애보다 내 사정이 더 급하다는 사람들은 부모되면 안됨 16 ... 2019/07/17 3,032
952863 해외출장 후 여행.. 진상일까요? 18 ㅇㅇ 2019/07/17 4,632
952862 샤워커튼을 방에 하면 어떨까요 5 커튼 2019/07/17 2,266
952861 끈적이지 않는 여름용 바디로션 어떤 거? 5 좋은가요 2019/07/17 1,034
952860 김현주 한석규 나오는 왓쳐 재밌네요. 26 .. 2019/07/17 4,693
952859 빌트인 냉장고 교체할때 .....이럴때 어떻게 해야하나요? 조언.. 2 빌트인 2019/07/17 3,510
952858 만두 1개 칼로리 엄청나네요 2 ㅂ ㅂ ㄱ 2019/07/17 3,111
952857 호주산 척아이롤, 너무 질겨서 못먹겠어요ㅠ어떻게 해먹야야할까요?.. 20 ... 2019/07/17 3,581
952856 강제징용 보상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포함" 노무현.. 6 모순 2019/07/17 986
952855 위내시경 후 용종절제ㅜ 4 ㅇㅇ 2019/07/17 2,038
952854 공황장애 치료중인 직원 휴직건 13 아프지마 2019/07/17 5,274
952853 저 요즘 매일 누워있어요 21 ㅇㅇ 2019/07/17 6,902
952852 대통령님 청원 4 힘 내시라고.. 2019/07/17 626
952851 박경리 일본산고 3 이번 달은 2019/07/17 1,278
952850 강성태가 보는 일본 2 블랙커피 2019/07/17 1,885
952849 워터픽 사용시 치아를 중심으로 안팎에서 각각 해 주나요? 3 워터픽 2019/07/17 1,573
952848 재수생) 국어가 너무 불안한데 어쩌면 좋을까요? 5 수능 2019/07/17 1,374
952847 유니클로 사과 분노 일으키는 점 11 궁금증 2019/07/17 2,575
952846 소형차, 뭘로 살까요? 추천부탁드려요 15 소형차 2019/07/17 2,532
952845 Dole 식품도 일본 회사거였네요.. 10 ... 2019/07/17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