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에서 후원계좌 올라오는거 보고,,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또 깜박하고 있다가...
이번주 성당 주보에 씨돌님 얘기가 있더라구요..
전업으로 살림살다보니 사실 만원이만원 아끼고 아끼게되는데,,
휴가준비하면서 펜션에 수십만원씩 입금하면서 고작 몇만원 아까워
미루게 되는 제 자신이 조금 한심했네요..
많이는 아니지만 소액 후원해서 마음의짐을 조금 덜었습니다.
빨리 완쾌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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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사랑, 요한, 씨돌, 용현
정선군 봉화치 마을에 '자연인'이 있었다.
어느 방송국 피디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를 촬영하면서 그이를 만난 후, 매년 휴가 때면 그를 찾아가곤 했다.
그의 집에서 함께 잠을 자게 된 피디는 "장작도 많은데 왜 이리 춥게 지내냐?"고 물었다. 그는 멋쩍게 "방에 아궁이가 두개인데, 한쪽 아궁이에 뱀이 겨울잠을 자고 있어서, 나머지 한쪽으로만 불을 때다보니 그렇다."고 답했다.
그 사람 이야기가 이번에는 'sbs 스페셜-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으로 이어졌다.
그는 산에서 지렁이를 발견하면 접죽 절을 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눈물겨운 사람이다.
그게 사람이든 짐승이든 미물이든 마찬가지다.
6월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을 폭로한 김승훈 신부를 어버이처럼 따르던 용현은 늘 시위의 선두에 서 있었고, 이 때문에 백골단에게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그는 제주도에 있는 장애인을 돕는 자활 마을과 남미 파라과이에서 봉사하고, 동강댐 건설에 반대해 단식했으며
삼척 핵발전소 건립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
삼풍 백화점 붕괴 시 구조활동에 나섰고, 정연관 상병의 군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씨돌'이란 이름으로, 자연인으로 살았던 봉화치에선 토종벌 폐사사건의 원일을 파헤쳤다. 일이 터지면 헌신하고,일이 해결되면 사라졌던 사람이다.
아무런 보상도 원하지 않고,받은 적도 없는 그 사람이 지금 뇌출혈로 쓰러져 '정말 가난한 채로'요양원을 전전하고있다.
그를 찾아서 이큰별 피디가'왜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관계되는 일도 아닌데 그런 일을 했는지'물었을 때,이미 반신불수가 된 김용현은 종이에 왼손으로 서툴게 답변을 써내려갔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나는 강남순 교수의 강의를 듣다가 '연민'이 종교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패션은 "열정"이라는 뜻과 "고통"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려는 열정"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따라서 김용현은 '연민의 사람'이고, 종교적 인간이다.'요한'이란 세례명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다.
편안하고 따뜻한 눈길을 가진 그는 그 길끝에서 쓰러져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는 투병 중에도 웃고있었다. 예수님처럼 "다 이루었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 듯 싶다.
그가 건강할 때는 두 손 두 발로 세상을 버티어 주었지만,지금은 눈빛만으로도 세상을 구원할 듯 보였다. 같은 시절 비슷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지만,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한 번 만나면 영원히 사랑할 것 같은 사람이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나 그러했듯이....
한상봉 이시도로(가톨릭일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