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집이 가난하진 않지만
여유있지도 않았어요.
아빤 농사를 지으셨는데
항상 새로운 작물(버섯, 수박같은)심고
잘 되면 크게 키워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나 잘된 일이 거의 없어
농번기엔 농사를 지으시고
농한기엔 화물트럭 운전을 하셨죠.
항상 부지런하시고 쉬는 모습을 뵌 적이 없었어요.
아빠가 우시는 모습을 몇 번 본 기억이 나요.
젊은 나이에 시골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데
쉽지 않으니 가끔 무너지고 싶을 때가 있으셨겠죠.
마흔이 넘은 이젠 다 이해가 되네요.
엄마는 웃음이 없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단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어요.
스물세살에 시집와 홀시어머니 모시며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농사일을 한다는게
보통일은 아니죠.
이 또한 이젠 다 이해가 되네요.
엄마에게 “아빠한테 제일 고마운건 뭐야?” 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살면서 한번도 때리지 않은 거.”
속으로 깜짝 놀랬어요.
그 시절 시골에선 맞고 사는 여자가 흔해서
엄만 그게 너무 무서웠는데
다행히 아빠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고마웠다네요.
자존감 얘기가 나오면
난 어린시절 하하호호 웃으며 지낸 기억이 없어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저도 결혼을 해 이만큼 살아보니
정말 별 일 없이 살아온 날들이 너무 감사하네요.
이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 없이
노후를 보내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고
특별히 행복한 적은 없지만
불행한 기억도 없는 게 제일 감사해요.
요즘엔 아빠가 가끔 저희집에 올라오시면
제 아들 손잡고 집 앞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주시는 것,
아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이 생기면
제일 먼저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는 것.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앞만보고 열심히 살아온 엄마아빠 청춘의 결과물이
제 행복이 되었네요.
평범해서 감사한 마음.
고마워 조회수 : 1,485
작성일 : 2019-07-01 22:26:59
IP : 222.98.xxx.9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런글
'19.7.1 11:19 PM (124.50.xxx.87)이런 잔잔한 글이 좋아요.
일하고 피곤하고. 삶의 무게도 무겁지만. 특별한게 아닌 작은 평화가 힘을 주네요.2. ^^
'19.7.1 11:40 PM (39.123.xxx.85)글 잘 읽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미소도 지어지고요.
저도 평범하게 살아온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런 잔잔한 글때문에, 82쿡에 오게 돼요.3. 좋아요
'19.7.2 8:07 AM (123.111.xxx.75)평범해서 감사하다는 걸 잠시 잊고 살았네요.
너무 앞만 보고 살았나봐요.
좋은글 감사합니다:)4. 감사할 것에
'19.7.2 10:21 AM (110.5.xxx.184)대해 안목이 있으신 분들이 다른이들보다 행복하게 사는 거 아시죠.
눈뜨고 잘 살펴보면 감사할 것들이 널려있답니다.
그걸 잘 찾아내는 사람들은 감사가 넘치고 행복이 날로 커져요.
원글님은 그 안목을 갖추셨으니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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