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화룡점정(畵龍點睛)에 점(點)이 하나 빠졌구나!
어제 토요일 오후 광화문광장 한 복판 세종대왕이 못난 후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시는 대왕의 동상 앞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무죄”라는 피켓을 들고 수많은 촛불시민들이 모인가운데 주말 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광장 옆 차도를 따라서는 성조기 위에 태극기를 쌍으로 매단 소위 태극기부대와 엄마부대 들이 “박근혜 대통령 사랑해요!”, “박근혜 탄핵 무효”, “문재인 탄핵”등의 문구를 쓴 깃발과 프랭카드를 어지럽게 휘날리며 확성기를 통하여 광장안의 촛불집회를 하는 시민들과 문재인대통령에 대하여 “빨갱이”라는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쌍욕들을 아가리가 찢어져라 외치며 광장 옆 도로를 수도 없이 돌고 있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시위대의 중간에는 경찰병력 수천 명이 동원되어 양편을 가르며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통같이 경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서로 삿대질과 욕설을 퍼 붙는 충돌은 끊이지를 않았다.
내 본업대로 흰 박스판대기 위에 먼저 촛불들을 위로하는 문구를 몇 개 휘갈겨 써서 주변을 돌며 의자에 앉아 연사들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촛불들에게 보여줬다.
촛불 위로 문구는 이런 것이었다.
태극기부대의 눈들은 이명박의 눈깔 같은데
촛불 여러분의 눈은 지혜롭고 슬기로운 김대중-노무현 두 분의 눈 같습니 다.
2. 태극기부대의 눈은 썩은 동태눈깔 같은데
촛불 여러분들의 눈은 새벽 동녘하늘에서 초롱초롱 반짝반짝 빛나는 샛별
같습니다.
3. 촛불 여러분의 고향방문을 뜨겁게 환영합니다.
2008. 5. 2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에서는 “미친 쇠고기 너나 처먹어!”
하면서 최초로 촛불이 타 올랐던 촛불의 탄생지이자 고향입니다.
4. 9년간 촛불 들어 박근혜 하나 내 쫓은 것으로 만족하십니까?
아니지요!
우리 촛불 꺼트리지 말고 여세를 몰아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달려갑시다. 등이었습니다.
그러고 있으려니 광장 밖 태극기부대가 왜 자기들은 위로를 해 주지 않느냐고 편파적이라며 고래고래 악을 써대었습니다.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
즉시 그들을 위로하는 글도 하나 써서 경찰의 저지를 뚫고 그들도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그 문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깝다 국기를 하나만 더 추가했으면 딱 좋았을 것을!
박정희귀신이 자기의 조국 왜의 일장기가 빠져 아주 서운하답니다.> 하고 휘갈겨 써서 경찰의 저지를 뚫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무리에게 보여줬습니다.
그 사람들이 내 위로에 얼마나 감격을 했던지 입에 개 거품을 물고 감사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깃발로 나를 쑤시려 들고, 어떤 여편네는 내가 들고 있는 위로격문을 대대손손 가보로 보관하겠다고 빼앗으려 들고, 그들이 감격스러워 하는 모습이 참으로 볼만 했습니다.
다음 주말에도 또 그들이 흡족하리만치 위로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