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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에게 보낸 간식 상자

신남 조회수 : 5,931
작성일 : 2019-02-13 00:25:11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입원을 하거나 하면 엄마는 꼭 델몬트 과일 칵테일 통조림을 사 갔어요. 할머니가 그걸 좋아하셨거든요.
그땐(80년대) 병문안 선물로 파인애플 통조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제가 단걸 달아놓고 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가끔 웨더스 오리지날 버터 캔디를 사 먹어요. 우연히 그걸 본 엄마가 반색을 하며 당신께서도 그걸 좋아하신대요. 집에 있던 코스트코 대용량 봉지째 다 드렸죠. 그게 한 3-4달 전인가. 설에 내려가면서 설마 그걸 다드셨겠나 싶어 안사갔는데 칠순의 엄마는 그 큰 봉지를 애저녁에 다 드셨댑니다. 아이구 옴마 당뇨 오면 우짤라고 그러시오...... 하면서도 손주 입에 사탕 물려주는 할미 심정이 되어 설 지나 코스트코 첫 장 보러 가던날 냉큼 또 한봉지를 집었어요. 사탕만 보내기 아쉬우니 노인네 간식거릴 찾아보는데 복숭아 통조림 컵이 눈에 띕니다. 외할머니 사다주던 엄마 생각도 나고, 얼른 하나 카트에 담아 집에 와서 포장을 하는데

아뿔싸... 애들이 옆에서 그걸 헐어 먹네요. ㅠㅠ 울 옴마 줄 건데... 겨우겨우 애들과 타협해 16개중 8개는 애들 몫 8개는 사탕과 함께 상자에 들어갑니다. 공간이 남아 사 놓고 안먹고 있던 전병 소포장도 몇개 집어넣고, 애들 간식으로 사다놓은 웰치스 젤리도 한움큼 집어 넣어요. 하리보보다 훨씬 부드러워 노인네 먹긴 좋겠지요.

단 과자가 잔뜩 든 상자를 말도 없이 보낸지 이틀, 요새 택배 빠르기도 하지요, 신이난 목소리의 엄마 전화가 왔어요.

웬 과자를 이렇게 보냈니. 내가 좋아하는 사탕에 이 복숭아는 또 뭐냐, 지금 아빠랑 각자 두개째 까먹고 있다, 이거 참 맛 좋구나...

엄마가 신이나니 저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맛나우? 금방 또 보내줄게 많이 자시우.. 아유 근데 엄마. 내가 참 불효녀요. 당뇨라도 오면 어쩔려고 이리 단걸 잔뜩보낸단 말이오... 쬐깐씩 아껴드시오... 내 곰방 또 보내께. 그거 헐소. 많이 드시오. 먹기도 편하지요? 어떻게 이런 효녀딸을 다 낳으셨소 하하하.

많이 먹으란 건지 조금씩 먹으란 건지, 효녀란 건지 불효녀란 건지 당최 알수 없는 대화를 주고 받는데, 남편보기 민망합니다. 저도 참 그렇지요. 내 엄마 생각나면 내 엄마와 연배같은 시어머니도 간식 챙겨줄법도 한게. 시어머니 좋은 분이거든요.

주말에 또 코스트코 가서 울 옴마 맛나다고 감탄하는 저 과일 통조림 시어머니 몫까지 잔뜩사서 양가에 또 부쳐 주겠다 큰소리 땅땅쳤어요.

단 하나 걱정은 이 달디단 걸 노인들이 많이 먹어도 될 일인가 하는 거예요. 방부제니 보존료니 첨가물은 걱정 안해요. 그냥 적나라하게 말해 그런 나쁜물질이 몸에 쌓여 문제 일으키게 되는 걸 걱정할 연세는 아니고... 걍 입 즐거운게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 무엇보다 평소에 매우 건강한 자연식을 드시는 분들이므로 이정도의 길티플레져 쯤이야...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나 당뇨는 좀 걱정이 되어서... 아주 약간 망설이고 있어요.

돌지난 손주 입에 사탕 물려주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조부모 맘이 이렇지 싶어요. 정작 그 손주의 부모는 기가 차팔짝팔짝 뛰겠지요? ㅎㅎㅎ 이 글 읽고 계신 어느 82님도 그 부모마냥 어머 얘 미쳤나봐. 그 설탕물 덩어리를 부모님한테 사다 앵기다니 정신이 나간거지. 하고 계실지도. ㅎㅎ
저도 제가 참 철없다 싶긴 해요. ^^
IP : 218.51.xxx.216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철없기는요
    '19.2.13 12:34 AM (211.187.xxx.11)

    이쁘기만 합니다. 저도 그리 챙겨드리고픈 친정엄마가 계시면 좋겠네요.
    주식을 건강하게 드시니 간식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에는 열심히 드셔도 드실만큼 드시면 조절되실테니 보내세요.
    글이 참 이쁘고 좋네요.

  • 2. ...
    '19.2.13 12:37 AM (59.15.xxx.86)

    저도 수시로 엄마 요양원 캔디박스 보내요.
    노인들이 달달한거 좋아하시니
    한 층에 계신 분들 다 나눠드시게
    커피캔디 양갱 같은거요.

  • 3. 흐믓
    '19.2.13 12:39 AM (223.38.xxx.205) - 삭제된댓글

    글에 기쁨과 즐거움이 묻어나요.
    요리 한 참 배울 때 식영과 나온 선생님이 있었는데, 설탕이 소화와 대사에 관련이 된대요.
    나이가 들면 소화가 어려워져 단 것을 본능적으로 찾게 된다고 들었어요.
    또 약을 많이 먹으면 침이 써져 입안에서 항상 쓴맛을 느끼고 있어서 단 것을 찾는다고도 해요.

  • 4. ㅇㅇ
    '19.2.13 12:41 AM (121.125.xxx.148) - 삭제된댓글

    울엄마같으면.. 몸에 안좋은거 보냈다고 대놓고 뭐라하셨을듯요.
    어머니가 원글님닮아 성격이 유쾌하신듯해요.

  • 5. ..
    '19.2.13 12:44 AM (58.233.xxx.96) - 삭제된댓글

    어릴때 할머니 박하사탕같은 단거 좋아하시던거 생각나네요..저도 부모님께 입심심할때 드시라고 군것질거리 잔뜩 사다드릴까하다가도 그게다 당분에 밀가루인데 몸에도 안좋은걸 뭐하러 보내나싶어 홍삼이나 찾아보게되는데..
    이글보니 또 보내드릴까싶네요^^;;

  • 6. 은근한 마력
    '19.2.13 12:54 AM (123.99.xxx.215)

    야밤에 소설 한편 읽은듯요^^
    재미나게 쭉쭉 읽었네요

    건강식 드시는분들이면 달달구리 간식쯤은 보약..엥?쯤 될것같으네요..

  • 7. ...
    '19.2.13 1:03 AM (119.64.xxx.182)

    우리 아버지 기운 없거나 밤에 입 심심하면 컵 복숭아 드세요.
    기운나고 좋다시네요.

  • 8. 단편소설
    '19.2.13 3:15 AM (222.109.xxx.61)

    읽은 기분이에요 복숭아 깡통 각자 드시는 어르신들 흐뭇한 얼굴도 상상되구요

  • 9. 쑥과마눌
    '19.2.13 6:55 AM (72.219.xxx.187)

    좋은 글 보고, 댓글 남깁니다.
    비슷한 추억이 있어서, 저도 쓰던 글이 있었거든요.

    동네의 자랑 따님 혹은 며느리가 되고 싶으면, 코스코 대량 사탕과 꽈자들을
    엄니, 시엄니들 자주 가시는 노인정에 엄니 이름으로 택배로 보내는 겁니다.
    엄니들 기 팍퐉 삽니다 ㅋ

  • 10. cookie
    '19.2.13 7:18 AM (175.223.xxx.97)

    병문안갈때
    황도, 백도, 파인애플 통조림 자주 사갔던 이유가
    병실에 보관하기 좋은 이유도 있지만
    팔팔 끓여놓은 거라 멸균도 된 상태이고
    소화도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면역력 약한 80넘은 울엄마도
    생과일, 생야채는 배가 차다 배탈난다면서 꺼리시죠. 암환자들도 생 것 안좋구요.
    야채도 샤브샤브처럼 따끈하게 해서 드립니다.

    예전 시조에 있잖아요, 친구집에서 밀감을 대접받았는데
    집에 싸가봤자
    반가줄 노모는 돌아가시고 없다라고.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장보다 말고 아,이거 사가지고 가면 잘드시겠다 이러면서
    카트에 담는 것도 소소할 재미더라구요.

  • 11. ..
    '19.2.13 7:23 AM (210.183.xxx.220)

    받고 저렇게나 즐거워하시니 사드릴 맛 나지요
    저희엄마는 주는건 좋아하시는데 받는건 표현도 반응도
    ㅠㅠㅠㅜ
    다신 사드리고 싶지 않아요

  • 12.
    '19.2.13 7:38 AM (125.132.xxx.156)

    이렇게 재밌고 신나는 글 읽고 전 지금 왜 눈물이 나죠 ㅠㅜ
    원글님이랑 양가부모님 늘 건강하시길요 ㅠㅜ
    그리고 글 자주써주세요 뭐든지요! 정말 주옥같은 글빨이십니다 그려

  • 13. 전라도사투리
    '19.2.13 7:38 AM (1.237.xxx.156)

    맞나요^^?(전 서울 가까운 경기사람이라..)
    음성지원은 되는데 떠오르는 얼굴이.. 이게 나문희 할맨지 김지영할맨지..ㅎ

  • 14. ㅎㅎㅎ
    '19.2.13 8:00 AM (14.40.xxx.74)

    지역색이 묻어나는 찰진 사투리, 재미있어요
    저도 이참에 마트에 가서 엄마를 위한 간식바구니 제작에 들어가야겠습니다 ^^

  • 15. ㅜㅜ
    '19.2.13 8:13 AM (86.245.xxx.73)

    왠지 코끝이 찡해지는따뜻한글...
    원글님 행복하세요

  • 16. 아잉
    '19.2.13 10:15 AM (116.39.xxx.210)

    ㅎㅎ 원글님 닉이 신남. 진짜 82스러운 글이네요~아 막 읽는 우리도 신나고 좀 착해지고 말랑해지는.
    저도 울엄마 맛난거 요거조거 담아보내고 싶은데.. 울 엄마는 나 중학생일 적 부터 당뇨라 맨날 엄마한테 드시지말라고 잔소리해야하는 처지에요ㅠ

  • 17. 내 딸
    '19.2.13 10:45 AM (115.140.xxx.16)

    그렇소 나이가 들어가니 단게 땡긴다오
    옛 어른들이 입이 쓰다하면 그게 무슨 말인고 싶더니만 70줄에 들어서니
    집안 일이 조금만 힘에 부친다 싶으면 입이 써 지더라구요
    얼른 사탕 하나를 입에 넣어야 쓴 맛도 없어지고 기운도 나고 . .
    저도 걱정스러워 혈당검살하니 설탕과 당뇨는 별 상관이 없다더군요
    제 살가운 딸이 오버랩돼 한 줄 남겼습니다

  • 18. ^^
    '19.2.13 11:41 AM (1.245.xxx.76)

    코스코가시거든 로아커 웨하스도 한봉지 사서 보내시구랴
    울엄마 이거 사다 드리니 세상 이리 이쁘고 맛난 웨하스가
    다 있다냐 감탄하시대요
    난 잘 안먹으니 엄마 사다드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참말 미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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