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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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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장 한권 다 읽어보신 분 계세요?

망고주스 조회수 : 3,024
작성일 : 2019-02-11 22:26:41

우리 민족들은 원래 기록을 잘하는 민족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금속활자외에도 조선왕조실록같은 유물도 남아있는거고,

그 유전자로 인해서 카카오스토리라던지, 페이스북이라던지 블로그들을 섬세하고 재미있게

자세히 사람들이 남기잖아요.


제 취미는 일기쓰기에요.

스무살때부터 35세까지 거의 매일 써왔던 일기가 커다란 트렁크로 한가득있었는데 어느날,

디지털카메라를 찾던 남편이 우연히 꽁꽁 숨겨져있던 제 일기장무더기들을 보게되었어요.

남편은 눈이 벌게지도록, 제가 없는 빈집에서 일기장을 신나게 읽어내려가면서 낄낄거렸대요.


그런데 더 황당한건, 그 일기장을 읽고도 한참 몇달이 흐른뒤에 제게 그 이야기를 한거에요.

그럼 저 트렁크속의 일기장들을 다 읽어놓고, 저렇게 평상시와 똑같은 표정으로 ??

날 보면서 산거였구나?

밥을 차리고 빨래하고, 이불을 끌어안고 귤을 까먹거나 과자를 오도독 먹으면서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유리창 닦는 모습을 보면서 깔깔대는 내 모습을 보았던거야?


그후로, 그 많은 일기장들 다 처분하고,

대신 농협에서 무료로 주는 가계부나, 신협,새마을금고, 우먼센스잡지에서 주는

가계부들을 잘 활용했어요.

그날그날, 하루도 돈을 쓰지않는 날이 없는 날들이라는것, 가계부를 직접 써보면

알게된답니다. 어떤땐 눈뜨자마자, 오늘도 돈을 쓰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해요.

그리고 작은 메모란이 어떤 가계부든 다 있는데 그곳에 그날그날의 하루들을 메모했어요.

그런 가계부가, 벌써 2005년부터 쌓이더니 2019년까지 책꽂이에 꽂혔어요.


어느날, 또 남편이 지금까지 써온 가계부 다 봤다고 하는거에요.

수입,지출란은 관심이없고, 메모란이 너무 작아서 깨알같이 쓴 제 일기들을 다 봤다는거에요.

그러면서 그곳에 자기욕도 써놓았다고, 불평을 하길래

허락도 없이 본사람이 잘못이라고 했더니 더이상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도 가끔  책꽂이의 책들을 둘러보다가 다 낡고 바랜 가계부들을 펼쳐볼때가 있는데

아, 그랬었지 하고 그때 생각도 나고, 콧등이 시큰해져서 괜히 심호흡을 해보기도해요.

아이 분유값을 충당하러 제 금반지들고 금은방가던날, 돈 오만원받고 돌아오던 일도 써있던

지난날들의 그 편린들.


지난날, 내 편지를 숱하게 받던 내 친구들은 다 뭐하고 있나, 문득 궁금해지고

제 인생의 무대에서 주연을 맡고있는 남편의 머리칼이 점점 적어집니다.그래도

보잘것업는 나를 만나 이만큼 와준 사람이라고..


말주변도 별로 없고, 게다가 욱하기를 잘하는 남편,

어느날 그런 단점을 메모란이 모자라도록 썼는데 도리깨질 당한 가슴팍이 퍽이나 아팠을텐데도

내색않고 살아왔고 또 그 젊었고 가난하던 날보다는 많이 사람이 되고 나아졌으니,

일기장을 행여 들키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아요.


IP : 121.184.xxx.222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9.2.11 10:28 PM (222.118.xxx.71)

    역시 글 많이 써본분 티가 나네요

  • 2. 역시
    '19.2.11 10:39 PM (175.223.xxx.239)

    일기는 좋은 거네요.

  • 3. ㅇㅇ
    '19.2.11 10:41 PM (39.7.xxx.112)

    다른사람 일기를 읽는다는 것
    굉장한 사랑과 관심입니다.

    저같으면 지루해서 안 읽을 것 같거든요 ㅎㅎ

    저도 중학교부터 일기를 써와서 그 소중함을 잘 알지요
    기록이 주는 기쁨은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쓰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중에 이불킥하라고 일부러 흑역사를 기록하기도 하고.
    절절하고 힘든 상황도 몇년 뒤에 읽어보면 그저 웃음거리겠지 싶어서 초연해지기도 합니다.

    잘 읽었어요.

  • 4. 원글
    '19.2.11 10:42 PM (121.184.xxx.222)

    가끔, 일기 활용해보세요^^
    제일 좋은게 가계부예요, 그날그날의 수입과 지출들 기록하고,
    이슈가 될만한 일들은 그다지 없어요.
    가끔 남편욕을 써놓으면, 아주 효과가 커요.
    혼자 되새기고, 되새기면서 스스로 변화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가계부들은 굳이 일기장처럼 치울필요도 없고요, 그냥 책꽂이에 순서대로 두셔도 어느페이지에
    그런 욕이 써있나 전혀 찾을수가 없어요,

  • 5. 남의일기라..
    '19.2.11 10:58 PM (175.193.xxx.206)

    제가 남의 일기중 전체를 다 본건 안네의 일기뿐이지만..........

    가계부 이야기는 반갑네요. 저도 결혼전 용돈기입장부터해서 농협가계부 탄생과 함께 써서 습관처럼 쓰고 있어요.

  • 6. ..
    '19.2.11 11:08 PM (115.40.xxx.94)

    남의 일기라도 재미없으면 안읽혀요

  • 7. 안네의 일기
    '19.2.11 11:14 PM (222.237.xxx.108)

    빵터집니다. ㅋㅋㅋㅋ

  • 8.
    '19.2.12 12:08 AM (1.248.xxx.113)

    부럽네요. 제 남편은 제 일기장 무더기를 보고도 관심 없던데요 ㅠ 제 어릴적 사진도요 ㅜ
    절 많이 쫒아다닌 사람인데 흠
    설마 님남편처럼 보고도 시치미뚝?

  • 9. 동생
    '19.2.12 12:56 AM (116.123.xxx.113)

    초딩 때 일기장.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서 깜놀..
    그이후 동생이 무서워졌어요 ㅎㅎ

  • 10. 연꽃
    '19.2.12 1:42 AM (1.230.xxx.27) - 삭제된댓글

    다른 사람 일기장은 관심이 없어서... ^^;

  • 11. 외빠가
    '19.2.12 4:02 AM (169.252.xxx.23)

    내 일기장 다 읽었어요. 중학교때 묵상의 시간이 있었는데, 난 왜 그 아침에 쓸말이 많았는지... 그리고 불우한 환경에 감성적이던 나느 죽고 싶은 날들도 많아서 하소연 했는데, 어느날 오빠가... 엄마한테 다 이른거지요. 엄마는 글을 못읽으셨는데, 니가 죽고 싶은 이유가 뭐냐고... 난 내 공간이 없이 한방에서 서로 아귀다툼하는게 넘 싫었던거고, 나만의 공간, 나만의 책상이 제일로 갖고싶은데, 우리집은 넘 가난했지요.

    그거 다 태워버린지금, 60이 넘으니 그때에 나의 유치했던 생각을 다시 들쳐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 12. 딸둘맘
    '19.2.12 8:39 AM (14.43.xxx.51) - 삭제된댓글

    딸들이 다이어리를 정말 정성껏 써요.
    문제는 일년에 한 서너권쓰나봐요.좀 쓰다 새걸로 갈아타고...여튼 많이 쓰는데 일부러 안봐요.
    예의인것같아서.제 수첩도 여기저기 두지만
    다들 안볼거라 믿어요.
    남편은 문자포비아가 있는지 책한권을 안 읽으니
    자잘한 글씨 안 읽을것 같고 딸들도 내가 지키는 예의 그들도 지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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