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를 잘 알지 못했고, 수요집회 때 멀리서 몇 번 뵌 게 다지만, 먼 발치에서 할머니를 뵌 순간 저는 한 마디로 반했어요.
할머니가 들으시면 맹랑한 소리라 하실지 모르지만, 다 떠나서 그냥 너무 멋있었어요.
그 기개, 그 꼿꼿하고 당당한 자세며 말씀하시는 것도 너무너무나...
그때까지 할머니들을 막연히 피해자로만 생각하고 집회에 참석했던 저였는데,(무지하고 건방지게도 그랬습니다.) 평화, 인권운동가로서 조국을, 후손들을, 전세계를 선도해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김복동 할머니를 통해 확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 때부터 언론에서나 어디서나 할머니를 뵈면 깊은 존경심과 약간 팬심에 가까운 설렘, 동경을 가지고 뵈었던 것 같아요.
작년 초 편찮으시다는 말씀을 듣고는 걱정돼서 정대협에 전화해서 안부를 여쭙기도 했는데....
어느새 수요집회도 무엇도 다 흐지부지 잊고, 뉴스도 안 보고, 왠지 모를 무기력증에 소확행만 좇으며, 내 아이만 간신히 건사하며 주변을 돌아볼 새도 없이 그냥 그렇게 몇 달을 살고 있었네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오늘 동네 현수막을 보고 알았네요. 이미 며칠 지나 노제까지 치루었는데도...
왜이렇게 천치같이 살았는지,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여기 어느 82님이 쓰신 댓글처럼 “인생의 시작은 잔인하였지만 그 끝에는 어느 위인 못지않게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신 할머니”가,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나 다 누리고 살면서도 비겁함과 게으름으로 인해 스스로 의미를 놓아버리고 숨기 바빴던 저를 다시 한 번 깨우쳐주시고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바보라서 조문조차 못했지만, 할머니가 30년간 해오셨던 싸움을 반드시 이어가리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김복동 할머니..
포로리2 조회수 : 1,006
작성일 : 2019-02-01 22:22:30
IP : 175.198.xxx.11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걸크러쉬
'19.2.1 10:24 PM (223.62.xxx.86)복동 할매... 할머니처럼만 살 수 있다면 내 인생도 성공작일텐데... 잘 가요 ㅠㅠㅠㅠ 할머니처럼 용감하게 살게요 진짜로 ㅠㅠㅠㅠ
2. 포로리2
'19.2.1 10:28 PM (175.198.xxx.115)걸크러쉬.. 맞아요. 정말 걸크러쉬를 보여주신 분..!
3. 쓸개코
'19.2.1 10:30 PM (175.194.xxx.220)정말 그렇네요. 걸크러쉬 멋진 할머니.
4. 나비가 되소서..
'19.2.1 10:30 PM (1.244.xxx.152)귀향. 영화로만 봐도
그 끔찍한 모진 세월을 견디신 님.
인권운동가로 거듭나시니
위대하십니다.
이제 귀향하이시어 아픔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5. 포로리2
'19.2.1 10:31 PM (175.198.xxx.115)인생의 방향을 잃고 흔들릴 때 할머니들을 생각하리라 마음먹곤 합니다.
6. 네
'19.2.1 10:33 PM (223.62.xxx.244)사진으로만 봬도 참 당당하고 멋지세요.편찮으신 와중에도 해야될 일을 걱정하시더라구요. 부디 그 곳에선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영정사진이 참 예쁘셔요.제가 지금껏 본 중에 제일 고운 영정사진이었습니다 ㅠㅠ7. 포로리2
'19.2.1 10:41 PM (175.198.xxx.115)우리나라 지폐에 이런 분들의 사진이 게재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할머니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참,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 두 분의 전기소설이 나왔더군요. 김숨이란 작가에 의해... 명절 지나고 사서 읽어보려구요.8. 전
'19.2.2 12:41 AM (218.237.xxx.231)오늘 아침 영결식에 가려고 하다 못갔어요
내몸 조금 아프다고 ..
난 겨우 감기에 이러고 사나 싶어 미안함이 한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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