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방어 좀 하자면, 결국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해오고 알게모르게 근거없는 우월감을 가지며 살아온 저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뒤늦게 깨달은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한 2018 회고글 이라고 할게요^^
10대, 20대를 거쳐오면서 연애를 많이 해본 편은 아니예요. 타고난 성격이 조심스럽기도 하고, 다수 앞에서 조용하면서 생각은 엄청 많은데 그에 비해 드러내는 건 어려워하고.. 그런 성격인데다가 외모도 어디가서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지는 않은 타고난 평범녀입니다^^
그리 평탄하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와서 인지 다행히 유약한 성격은 많이 단단해졌고 30살인 지금은 예전에 느끼던 본질적 외로움, 비현실감, 소외감, 가식,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던 그런 느낌이 모두 사라졌어요. 간혹 슬프고 센치해 지는 때는 있지만 이게 예전에 20대 초중반에 저를 휩쓸던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아요. 최근 1-2년은 그래서 참 마음이 편안해요.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쫓던 “저와는 다른 이상”을 손에 놓은 것. 그게 결국 핵심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엔 자기방어도 강하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다보니, 남들에게 뭐든 잘하는 사람처럼 비춰지길 원하면서 살아왔거든요. 일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좋고 자기관리도 잘하고 그런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었나봐요. 그렇게 살다보니까 그런데.. 결국 제가 원하는 게 뭔지 분간도 안가는 상태가 오더라구요.
이성관계에서도 비슷했어요. 20대에 나를 좋아한다고 한 몇 사람들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나 괜찮다는 인정을 얻고, 거기서 그냥 만족했던 것 같아요. 그냥 그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니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안심했나봐요. 관계가 어렵다고 느껴진 적도 많지 않았구요 사랑을 저도 줄 줄 알고 센스있게 예쁘게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몇 사람도 만나다가 20대 후반에 한 친구를 만났어요.
28살이 지나갈 쯤 만난 이 사람은 정말 많은 걸 표현할 줄 알더라구요. 제가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을 줄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이전 남친들에 비해 이 사람이 특별히 뭔가를 물질적으로 많이 해준 건 전혀 아니었어요(오히려 적었네요) 그럼에도 이 사람이 하는 연락, 말투, 생각, 배려, 이해.. 그냥 다 떠나서 너무나도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니까 저 역시 그냥 많은 걸 주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안들더라구요. 내가 이걸 잘하고 이렇게 할 줄아니까 그걸 이 사람에게 해주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고 행복했어요.
결국 그렇게 몇개월 결혼할 것 처럼 사귀다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헤어지고 서로 많이 힘들어했어요.(그렇다고 전해들었고 저 역시 그랬어요)
주변에서는 걔가 나쁘다고 제 앞에서는 그 친구 욕도 해주는데, 저는 제 인생의 귀인이라고 여길만큼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요. 다시 만나도 헤어질 것 같긴하지만, 그 사람을 만난 이후로 제가 정~~말 많이 달라졌거든요. 그 사람과 헤어진 후로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네요.
누구에게도 인정받기 위해 뭔가를 하지 않게되었어요. 친구를 만날 때도, 회사 일을 할 때에도요. 예전에는 “지금 이 상황에선 내가 이렇게 해줘야 하는 게 맞겠다.” 이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이런 마인드라고 할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디에서든 남들보다 뭔가를 더 하는 엉덩이 가벼운 스타일이긴 해요ㅎㅎ 결국 일을 하는 건 똑같은데 마음가짐이 다르니까요 하루하루가 꽤 만족스럽고 의미가 있네요.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좀 신기한 느낌을 받아요. 제 주변의 공기의 흐름과 향기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요.
별 얘기 아닌데 제목을 좀 거창하게 뽑았죠? 결국 30살의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채워주는 충족감이라는 거였어요. 웃긴게 이러다보니 연애 안해도 되겠다 생각도 들어요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