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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바르셀로나에서 소매치기에게 다 털리고 먹는 빠에야의 맛

깍뚜기 조회수 : 8,121
작성일 : 2018-11-02 23:56:39
그렇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정말 맛있었다는 것!
쌀 한 톨 한 톨이 몸과 마음의 처참함을 위로해줄 정도로 다정했고, 
함께 뒤엉켜 있는 채소의 촉촉한 식감, 근사한 구리? 냄비의 포스
곁들이는 착즙 오렌지 주스마저 눈물나게 맛있었어요. 

때는 바야흐로...
아니, 
불과 지난 주 ㅎㅎ
로마와 더불어 소매치기가 창궐한다던 그 고장 바르셀로나에서 
글쎄 겁도 없이 백팩을 매고 설치다가 다 털리고 말았죠. 
지금까지 대부분의 장기 여행은 거의 홀로 다녔고, 
올여름에 홀로 로마 여행에서도 별 일 없어서 
이번에 남편과 동행한 여정에서 지나치게 방심했나 봐요. 
안 그래도 이번 여정은 참 맘이 편하다, 
혼자 다닐 때 늘 초긴장이어서 배가 사르르 아팠다 이따구 이야기를 하며
구엘 공원을 한 바퀴, 두 바퀴 돌았죠. 
아니 왜 지갑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댕겨! 여기 소매치기 많아. 이리 줘
하며 제 가방에 몽땅 담았더랬죠. 
그것이 바로 불행의 복선! 

안또니오 가우디! 어쩜 저 사람은 어딜 가나 자기가 기획한 건물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니크하게 지었을까. 
굳이 저런 테두리를 빡세게 타이루로 박을 필요가 있어? ㅋㅋ
경의와 호기심과 노동의 수고를 되뇌이며 길을 내려오면서 
기분에 취해서 중심지인 카탈루니아 광장행 버스가 막 도착한 것을 보고 
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 있어봐, 이것도 다 재미난 경험이잖아. 
굳이 백팩을 훌쩍 열어서 
굳이 보란듯이 지갑을 꺼내고
지폐를 세다가 5유로를 꺼내서 
기사님 여기요, 두 명요~ 어설픈 에스빠냐어로 뽀르 빠보르 어쩌구. 

오늘은 껀수가 없나 어슬렁거리던 꾼이 
그날따라 눈에 띄는 동양 아줌마의 모든 몸짓을 스캔했더 거지요. 
관광객이 잔뜩 탄 버스 안에서 남편과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
그러니까 수다의 주요 주제는 오랜 만에 같이 다녀서 좋다 뭐 이런. 
맘이 참 편하다 뭐 그런. 
제 앞에서 쌔근히 자고 있는 유모차 아기도 바라보며 찡긋 웃다가.

갑자기 
목줄기가 서늘하더니 
가방 자꾸가 홀랑 열려있더라고요. 
유난히 스무쓰한 자꾸가 절반 정도 열려 있고 
안쪽 공간에 있던 지갑 두 개가 
당연히! 사라졌더군요. 

순간 너무 많이 당황해서인지, 
어차피 벌어진 일 공공장소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낮은 신음과 식은 땀을 방사하면서 
그렇게 휘청이며 카탈루니아 광장까지 갔습니다. 
저희의 상황을 알아챈 로컬 아주머니들이 손을 몸 앞으로 갖다대며 머리를 끄덕끄덕
그렇게 조심하란 거였죠. 

광장에 내려 일단 카드 신고를 해야겠단 생각에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충전을 하고, 다급히 신고를 했습니다. 쓸데없이 카드는 왜 많이 가져왔는지 다 신고하고, 
그나마 호텔에 두고 온 카드 한 장이 있단 걸 알고 가슴을 쓸어내림...
현금은 10만원 미만이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을지...
후아... 

그런데!!!
이건 데자뷔인데요?

2000년도 초반에 처음으로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에도 소매치기를 당했거든요. 
넋을 놓고 거리 퍼포먼스를 보는 동안 백팩을 열고 지갑 픽포켓. 
예산 빠듯한 배낭여행자에게 충격을 안긴 그 사건 이후로 
경찰서 가서 리포트 작성하고, 친구에게 급히 돈 빌리고 
난리 부르스 지루박 차차차를 땡기느라 2박 3일 바르셀로나를 즐기지 못한 회포를 풀기는 커녕 
또 다시 겪은 소매치기라니요. 
무엇보다 소매치기의 솜씨에 대한 경탄 보다는 
저의 부주의함을 자책하느라 마음이 참 안 좋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당할 만한 짓을 했는지 자책 또 자책 ㅠㅠ 쉬었다 또 자책 ㅠㅠ

아무튼 조심 또 조심입니다!

여정 첫 날 그리 된 이후 
몸을 덜덜 떨면서 크로스백과 한 몸이 된 저는 다행히 카드 한 장을 끝까지 사수했고, 
맛있는 음식과 술, 깊고 푸른 지중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파토스 끝내주는 플라맹꼬, 
FC바르셀로나 구장에서 직접 본 축구 경기, 
카탈루니아 독립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노란 리본이 펄럭이는 풍경을 
그래도 잘 즐겼습니다. 

흠....

돌아오는 공항에서 남편이 가방 하나를 어디엔가 두고 온 일만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ㅜㅜ
이렇게까지 써놓고 보니 글로벌 칠칠이 부부 같네요 ㅠㅠ


IP : 211.206.xxx.50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11.3 12:02 AM (221.151.xxx.109)

    아이쿠...
    속이 많이 쓰리실 듯...ㅠ ㅠ
    불행 중 다행히도 다친데는 없으니 위안삼으셔야겠죠
    담엔 백팩 말고 크로스백 꼭이요 ^^

  • 2. ....
    '18.11.3 12:02 AM (104.195.xxx.83)

    스페인가면 소매치기 조심하란말 믾이 들었는데...당하셨군요.
    전 십년전에 이태리 갔을때도 비슷한 얘기 들었는데 조심하고다녀서인지 괜찮았거든요. 아 택시 바가지는 썼어요. 아무튼 관광객많은곳은 조심 또 조심해야할것같아요.

  • 3. gm
    '18.11.3 12:03 AM (1.233.xxx.36)

    후 ~~~~~~~~ ㅠㅠ
    마지막 줄에서 ... ㅠㅠ

  • 4. 아이고
    '18.11.3 12:03 AM (118.221.xxx.165)

    지난주 똑같은 코스와 똑같은 버스를 탔던 1인인데요...
    전 번거로와도 백팩에도 옷핀달아 두개 지퍼 고리가
    벌어지지않게 단속하고 다녔어요....
    가방안에도 제일 깊쉬한 곳에 넣고 지갑지퍼와
    가방벽을 옷핀으로 엮어뒀구요...
    물론 돈 꺼내쓰려면 옷핀에 찔리기도 하고 귀찮고 힘들었지만
    다른곳도 아니고 바르셀로나 로마 파리는 극조심합니다.

  • 5. 깍뚜기
    '18.11.3 12:14 AM (211.206.xxx.50)

    로마고 파리고 한 번도 뭘 잃어버린 적이 없었는데
    우째 바르샤에서만 두 번을 ㅠㅠ
    담에 또 가서 승리(?)하고 와야겠어요 ㅎㅎ

  • 6. ㅇㅇㅇㅇ
    '18.11.3 12:16 AM (221.140.xxx.36)

    지난주 금욜에 바셀에서 돌아왔어요
    저도 조심하느라
    핸드폰 고리에 걸고
    크로스백 옷핀 잠가 바짝 당겨 메고
    배낭에는 겉옷이랑 간식 물 우산만 넣고 다녔어요
    남편이 저보고 너무 촌스럽다며
    한국 사람들만 이러고 다니는 것 같다고 불평했어요
    그리고는 지하철에서 남편이랑 떨어져 있을때
    수상한 청년두명이 제 남편을 힐긋거리며
    사인을 주고 받길래
    제가 일부러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었네요

    님글 구엘공원 표현이 너무 재밌어요
    까사바뜨요 관람도 너무 좋았고
    성당 내부는 너무 황홀하더군요
    남은 여정 안전하고 즐겁게 보내다 오세요

  • 7. ㅇㅇㅇ
    '18.11.3 12:24 AM (125.187.xxx.19) - 삭제된댓글

    제가 그버스인지 어쨌든
    버스타려고 정거장에 서 있는데
    딱봐도 소애치기인지 알정도로
    동양인 뚫어지게 주시하던 짊은커플 본적있어요
    그때 그차안에 여러 관광객들이 많있거든요
    그래서 제가타서 한국인들이 피해볼까봐
    살짝 한국어로 여기 소매치기 있어요
    말했어요

  • 8. ...
    '18.11.3 12:29 AM (112.161.xxx.111) - 삭제된댓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네요.
    저는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 밤버스 타고 도착했는데 소매치기 2명이 따라붙어서 그 유명한 새똥테러하길래 캐리어 사수하고 현지인한테 딱붙어서 지하철역까지 가서 다행히 새똥만 맞고 끝났어요. 하필 그때가 축제기간이라 다른 동네 소매치기들까지 소집했다고... 캐리어들고 지하철타면 일행이 있어도 에워싸고 털어가려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 9. ㅇㅇㅇ
    '18.11.3 12:31 AM (125.187.xxx.19) - 삭제된댓글

    앞쪽에 있던 한국인으로 보이던 일행들이
    가방단속 하던게 보였고요
    그 의싱스런 커플은 중국인으로 보이던 일행쪽으로슬슬
    저도 소심해서 여기까지만하고
    도착해서 우르르거의다 내리는데
    그일행 뒤쫓아가는것까지 봤네요

  • 10. 바르셀로나
    '18.11.3 12:44 AM (39.118.xxx.140)

    호텔에서 옆에 잠시내려논 가방을 통채로 소매치기당해서 마드리드로 임시여권발급빋으러 다녀오느라 하루를 날렸고 로마에서는 앞장선 가이드의 크로스백을 오토바이탄것들이 낚아채가려해 가이드가 한참을 끌려간거봤어요.
    현금카드는 여권지갑에 넣고 겨드랑에 바쓱 붙여서 매고다니는게 그나마 안전 했던것 샅아요.

  • 11. ..
    '18.11.3 1:09 AM (180.66.xxx.164)

    댓글보니 무섭네요 가방털리는게 낫지 잘못하믄 목숨도 위태롭겠어요 원글님 액땜했다 생각하세요~~

  • 12. ㅠㅠ
    '18.11.3 1:31 AM (112.150.xxx.63)

    동생부부 바르셀로나 공항 도착하자마자
    지갑든 동생가방을 소매치기 당해서 경찰서 가고 난리쳤지만 당연히 못찾았고..
    여행은 뭐 즐겁게 했다더라구요.
    소매치기 진짜 조심해얄듯요

  • 13. 저희부부는
    '18.11.3 1:42 AM (68.129.xxx.133)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가든지 여행가면,
    호텔방에 제공되는 금고에 여권, 카드, 현금 등을 다 넣어두고,
    그 날 그 날 쓸 돈만 호텔로비에서 환전하고, 카드 한장만 가지고 다녀요.

    바르셀로나에서도 그렇게 가방 없이 주머니에 돈 조금, 카드 한장 넣고 다녔더니 소매치기 걱정을 안 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어요.

  • 14. 윗댓글에추가함
    '18.11.3 1:45 AM (68.129.xxx.133)

    근데 원글님 글 참 맛깔나게 잘 쓰셨네요.
    그 당시엔 진짜로 손이 부들거리게 떨리고 힘드셨을건데,
    그래도 여행을 제대로 잘 즐기시는 멋진 분 같습니다.
    전 바르셀로나에서 빠에아에 제대로 빠져서 살이 엄청 쪘어요.
    매일 정말 많이 걸어 다녔는데도 매일 먹고 마신 빠에아랑 상그리아때문에

  • 15. 소매치기 시러 ㅠ
    '18.11.3 1:51 AM (223.33.xxx.240)

    저도 얼마전에 스페인 마드리드 바셀로나 포르투 등 다녀왔어요 남편이 너무 졸라서요 ㅠ ㅠ
    저는 다이소에서 전대... 허리에 매는 속옷재질같은 미니 전대를 상의 속에다 차고 다녔어요
    가기싫은 여행에서 돈까지 분실하면 뿔이 많이 날거같아서요
    저는 우리나라가 최고 편하고 좋으네요~~~^^

  • 16. 남편과
    '18.11.3 7:31 AM (211.108.xxx.228)

    여행 즐거우셨겠어요.
    카드 한장 현금만 들고 이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 17. 헤븐리
    '18.11.3 7:56 AM (220.72.xxx.250)

    그래도 시간 지나면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으시겠죠?
    아 애증의 바르셀로나. 황홀하게 구경하다가도 본능적으로 저절로 가방을 꾹 쥐게 만드는 불안감 긴장감 백배 여행지예요. 진짜. 사그라다 파밀리아 외곽을 혼자 감상하며 돌아보는데 제 가방과 카메라에 와서 꽂히는 게 틀림없던 매의 눈들이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요.

  • 18. 나나
    '18.11.3 8:45 AM (125.177.xxx.163)

    어우어우 고생담은 넘 속상한데

    fc 직관이 넘나 부럽네요!!!

  • 19. 깍두기님방가방가
    '18.11.3 9:35 AM (219.248.xxx.53)

    깍두기님 글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오셨죠?
    ‘깜놀속상은 했지만 바르셀로나는 빠에야 맛’ 인가요?
    놀라고 속상하셨을텐데 여행 잘하고 오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해외여행이랑 운전은 정말 이만하면—- 싶은 때가 조심해야 될 때인 거 같아요.

  • 20. ..
    '18.11.3 11:08 AM (118.39.xxx.210)

    호텔 금고에 넣어두신다는 분 금고 믿지 마세요
    호텔 직원들은 금고 얼마든지 열고 호텔에서의 분실은 다 직원짓이예요
    캐리어에 넣고 잠그는게 더 나아요
    캐리어는 통채로 안훔쳐가거든요

  • 21. 레이디
    '18.11.3 11:59 AM (210.105.xxx.226)

    저희부부는 님,
    호텔금고 털렸던 얘기 심심찮게 있습니다.
    소매치기 많은 나라는 호텔금고도 매우 위험해요.

    크로스백에 눈에 띄는 자물쇠달고
    여권은 가방 안주머니에 넣고 다시 옷핀으로 찔러놓고
    핸드폰에 고리걸고
    기차로 이동할때 캐리어는 자전거체인같은걸로 기둥에 묶어놓고
    그러면서 다녔어요.

    촌스러운게 돈 잃어버린거보다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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