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도
우리 엄마에 대해 글을 올린적이 있었어요.
현재 한쪽눈이 잘 안보이고 청력상실상태이고 6년전에 암환자였다가 지금은 완치판정은 받았지만
여전히 고혈압,심장병,위염,관절염등등의 여러 잔병으로 고생하면서 현재는 우리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는 내용.
현재의 엄마모습은 이런데
초등학생시절이었던 과거형의 우리엄마는
제목그대로 무척 시니컬하고 히스테릭하고 참을성도 없었고 먼저 신경질부터 부렸던 엄마였어요.
설거지하던 컵이 깨지면,
온화하게 그냥 넘어간적이 한번도 없었고 마귀손이라고 욕을 하고
항상 제 이름대신 여러 형용사가 붙은 녀 ㄴ 으로 불렀어요.
나중엔 제 이름만 불러도
겁이 덜컥나고 심장박동소리는 제 귓등까지 울려퍼질정도로 두방망이질을 하는데
뭘 또 혼내려고 하는걸까 하는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보면
늘 언제나 예상했던 대로 무언가를 혼내곤했었어요.
그래도 어릴때는 엄마에게 속절없이 매달렸어요.
그러다가 점점 크면서는 그런 엄마가 문득 부끄러워지고, 맘속에 혐오스런 감정까지 움트는거에요.
단추색깔도 바래고, 낡은 옷차림새의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면
그 한무리속에서도 제일 초라한 엄마였어요.
전 일부러 멀리 서서 그런 엄마와 동행이 아닌척 했어요.
나중에 집에 와서 엄마는 제동생들에게 왜 저아이는 밖에선 날 모르는척하느냐고 불만스러워했어요.
그이유를 저도 잘 몰라서 속으로 벙어리냉가슴 앓듯 답답해했었어요.
나중에 커서 알았어요.
매일 혼내기만 하고 두동생들앞에서 면박만 주었던 엄마에게 거리감이 생기고
밖에나가선 멀리하고 싶을만큼 혐오스런 감정이 생겼다는것을.
그러면서 집에와선 오히려 그런 엄마에게 아양 떨어야 했던 나의 이중적인 모습들까지.
가만히 생각나더라구요.
전 두동생들과도 그다지 친하지 않아요.
대개 자매들은 이 세상 어느 친구들보다 더 친하거나, 아니면 서로 관심이 없는 두 부류로 나뉜다는데
전 후자에요.
늘 우리집에서 루저취급당하고 집안의 밥하고 빨래하고 거둬들이고, 청소하고, 신발 정리하고 설거지하는
그런 일들을 오로지 두살많다고 제가 다 해야 했어요.
그러면서도 동생들앞에서 참 많이 혼나야 했어요.
우리 엄마아빠는,
절대 우리들이 밖에서 억울하게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와도
학교에서 장대비를 맞고 와도
혹시 따귀를 맞고와도,
관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런 일을 당했어도 저도 그런 부모님께 내색조차 하지않고 오히려 더 밝은 척하고 지내왔어요.
그런 엄마가
종종 다른집 딸들과 비교를 많이해요.
어릴때에도 그랬는데 지금도 그런가봐요.
다른집 딸들은 집평수가 몇십평이고, 엄마에게 집사주고
서로 반찬해서 보따리채로 날라다주고 점심사주러 찾아와서 어떤 딸에게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제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없이 해요.
어릴때의 저는 얼굴에 버즘이 잔뜩피고 새옷은 한번도 입어보지못한 손등이 다 터져 피가 늘 맺혀있던
아이였어요.
그런 제가 중학교를 가야 할때
엄마는, 몸만 좀 건강하면 실짜는 공장에 보내는데 그러지못한다고 아쉬워했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를 가야할때는
행여 버스 두번 갈아타야 하는 곳 걸리거든 돈많이 드니까
식모살이 하러 가는게 좋다고,너같은게 뭘 하겠냐고 혀를 차곤했어요.
엄마는 현재 지금도 저와 가끔 싸워요.
왜 너희 집 자식들은 양말을 뒤집어놓냐, 그 손모가지를 다 비틀어놓아서라도 가르치라고.
왜 그릇들은 설거지하면 됐지 왜 더럽게 살균소독기안에 넣고 돌리냐.
발매트를 왜 또사냐,..
우리엄마는 영어가 들어간 아파트는 직접 안에 초대받아 가보고서도 잘 모를정도로 답답한데가 있어요.
며칠전에 성당 자매님이 이사간 아파트가 리빙포레 였는데 산자락이 아담하게 누운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같은
곳이에요.
너무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제대로 말한마디도 못하길래 제가 거의 꿰어맞추듯이 이어나갔어요.
듣다보니 그아파트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잘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어릴때의 우리엄마는, 그런 제게 무척 화를 내고 펄펄 뛰고 욕을 했었어요.
뭐가될래~뭐가 될래~~!!
그런 엄마밑에서 컸고
이젠 제가 그런 엄마를 보살펴 드려야하는데
가슴깊이 꽉차오르는 이 답답함.
솔직히 말해서 한번도 이해심있었고 온화하지 못했던 엄마에게 저는 진심으로 온화해본적이 없어요.
겉으로는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표정관리를 하고있는 저도,
속으로는 요즘 할머니들처럼 트렌디하고 유식하지 않은 엄마의 답답함앞에서
짜증이 많이 몰려와요.
거의 말은 통하지않고요, 우리 엄마는 똑같은 말을 몇번씩 되새김질해요, 듣다보면, 일곱번까지도 도돌이표찍듯이
말할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한번 말한것을 또 한번 말하려면 듣지않고 신경질을 부려요.
우리 애들도 엄마를 안좋아해요..
너무 답답하고 아는게 없다고..
그리고 우리들을 안좋아한다고. 엄마있을때에만 그나마 다정한척 한다는게 이유에요.
둘이서 저녁식사후 거실소파에 앉아 연속극을 보면서 거의 말이 없는편이에요.
가끔 뜨거운 국물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늘 여지없이 엄마는 후우~하고 자신이 먹는듯 입김을 불어요.
우리들 이야기엔 저렇게 경청한적이 없으면서 어떻게 텔리비젼화면은 저렇게 정성스럽게 볼수있는건지.
가끔 제 얼굴을 하염없이 식탁너머에서 볼때가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안좋아지더라구요.
왜냐고 물었더니 네가 이뻐서 라고 합니다.
식사가 끝난뒤의 뒷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기도하고, 제 얼굴이 이쁘고 귀여워서라는데
정말 모욕감이 들어서 기분이 침잠해지는거에요.
이런 기분 정말 뭔지 모르지만,
엄마가 길고 긴 유년시절 동안 좀 너그러웠다면
현재의 나도 겉이 아닌 마음속까지 너그러울수 있지않을까
혹여나 겉으로만 상냥하고 친절한 나의 속마음을 알고있지 않을까
한편 걱정도 되면서
서로가 지난날의 상처로 남았던 날들에 대해 싸우고 또 연속극을 보고 잠들면서도
저는 엄마가 걱정스러워요.
혹시 나때문에 상처받을까봐.
걱정스러워서 살며시 엄마가 잠든 컴컴한 방안을 들여다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깊이 응축된 이 엄마에 대한 미움.
참 답답하고 무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