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분이 보낸 사연인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자 쪽은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국립대로 하양지원해 대학 입학. 집안 어르신들이 돈 사고 치는 일이 많지만(원래 가난이 돈사고를 부르죠) 부모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함.
여자 쪽은 병원장 아버지를 둔 부잣집 따님. 엄마는 여자가 어릴 때 이혼하고 떠남. 부모사랑을 잘 모름.
현재는 사내연애 중>
이런 두 남녀가 연애를 하고 잘 지냅니다. 사소한 이질감은 있지만 서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던데...
남자 아버지가 보증을 잘 못 서서 남자는 돈 5천만원에 쩔쩔매는데 남자어머니가 여친에게 어려운 얘기를 하고 일단 봉합이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여친에게 노발대발 난리를 치고 헤어지자고 통보합니다. 물론 돈도 돌려 주고요.
그런데 여친이 남자에게 찾아와 말합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너만 힘들었는지 아냐, 나도 힘들었다, 너희 집안식구들 서로 아껴주면 알콩달콩 사는 모습 보며 나는 마음이 허했다, 나는 돈밖에 없어서 도와주고 싶었다, 앞으로 안 그럴테니 다시 노력해보자, 등등.
남자는 이 연애를 이어가도 될까요? 이러면서 고민하는데, 저는 너무 현실적인 얘기라 사연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는 결혼 전에 소위 미친놈들 몇 명 만났었는데 정말 대 놓고 저한테 바가지 쒸우고 그거 말하면 "네가 돈이 더 많자너. 있는 사람이 더 쓰는 게 어때서?" 이런 경우 있었어요.
친정이 큰 부자는 아닌데 그냥 동네에서는 잘나가는 정도였나, 그랬어요.
심지어 여자친구한테도 저는 질투를 느낀 적이 많아요.
친구 엄마들은 딸이라면 껌뻑 죽는 분들이었지요.
그게 결혼 이후 더 심해지더라구요.
내 친정엄마는 김치 담가 남동생한테만 갔다주고 애도 남동생 애만 봐주는데, 내 친구들은 친정이 가난해도 결혼하고 나니 더더욱 엄마하고 친해지는 거예요.
저는 친정엄마한테 김장김치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그래서인지 그게 당연한 건지 알았는데... 내 친구들은 엄마들이 다 해서 갖다주는 겁니다.
부러워서 한 마디 했죠. "넌 좋겠다. 김장김치 담궈주는 엄마도 있고"
친구는 막 웃으면서 "대신 너네 엄마는 돈을 주자너"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던 것이 제가 친정에 보태면 보탰지 단 한푼도 얻어 쓴 적이 없었거든요.
엄마 사랑은 어릴 때부터 나이 든 지금까지 다 남동생 차지인데...
무조건 주변에서 '너는 부잣집 딸이니까' 하면서 저를 짐작하는 얘기들이 너무 싫었어요.
어제 그 티비프로그램 느낀 것이, 아 상대는 나를 그렇게 느꼈을 수 있었겠구나...
남자사연자는 찌질해서는 왜 그리 앙탈인 것인지.
대 놓고 돈 요구하는 남자들도 많은데 남자사연자가 멀쩡하니 여친이 저렇게 나오는 건데 그 마음 몰라주면 정말 찌질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 친정은 남동생 앞으로 증여 끝났구요. 저는 결혼 당시 혼수 많이 해간 것 말고는 없는데. 도움 받은 적이 없는데.
제 친구들은 제가 이사라도 하면 친정 도움 얻어 가는 걸로 "너 좋겠다" 이럽니다.정말 듣기 싫어요.
제가 그런 일들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어제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라구요...
쟤는 그런 기분이었겠구나, 얘는 이랬었겠구나, 하는 그런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