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자랑하려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남편은 장남이고, 저는 아이 둘 키우면서 재택근무하는 맏며느리에요.
처음부터 일 도와주는 남편은 절대 아니었고, 어느 순간 갑자기 일을 돕기 시작했어요.
(아마 정확히는 제가 두 번 내리 유산되고 나서였을 거예요.
두 번 모두... 뱃속에서 태아가 잘못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절대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거의 매일 밤 새고.. 주말이면 시댁 가야 하는.. 대책 없는 상황이었죠.)
아무튼 남편이 일을 도와주니 좋긴 좋습니다.
제가 전 부치려고 준비하면, 남편이 먼저 자리 피고 세팅하고 같이 전 부칩니다.
김장 때에도 속 버무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속 넣고, 김치 냉장고에 정리하는 것까지 남편이 도와줍니다.
문제는.... 그 과정을 모두 시댁에서 합니다.
시댁이 사람 많이 모이는 집이고, 사람 많은 데서 남편이 나서서 일을 주도해요.
그러다 보니.. 항상 듣는 소리가 "xx(남편 이름)가 일을 다하는구나."예요.
차례 지내러, 제사 지내러 큰댁에 가는 데요,
항상 들어가면서 시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이번에도 우리 xx가 다 했어."랍니다.
그러면 큰어머님은
"아니 xx댁(저 말하는 겁니다)은 얌전하게 생겨갖고 왜 남편만 부려먹는대?"..입니다.
3년째 매번 이 소리를 듣습니다.
남편이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이런 소리를 들으면... 솔직히 열받습니다.
그럼 전 일을 안 할까요?
내내 같이 일하고, 남편이 쉬는 동안에 설거지 바닥청소 등등은 다 제 몫입니다.
남편이 일을 하게 되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동서고요.
아, 시어머니께서도 도움을 받겠군요.
김장 한다고 해도 김치 냉장고 청소도 안 하고 기다리고 계세요.
남편이 김치 냉장고 청소하고, 전 김장거리 다듬습니다 ;;;;
그러면 그 다음날 동서며 다른 친척들이 모여 김장을 하지요.
전에는 너무 열 받아서 남편한테 일하지 말라고까지 했어요.
남편이 일을 하니까, 시어머니도 동서도 남편 일하는 게 당연한 줄 압니다.
심지어 시댁 가서 요리도 남편이 합니다.
(시어머니가 은근히 요리하기를 싫어하세요. 외식만 좋아하시죠..)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동서가 남편에게 자기 아이 먹일 계란프라이까지 해달라고 하더군요.
자기는 상에 앉아서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저녁을 다 먹은 다음이었고,
전 설거지를 하려고 준비하는 중이었고,
남편은 커피 타먹겠다며 부엌에 서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 시조카(6살)는 다들 밥 먹을 때 밥 안 먹겠다며 떼 쓰다가, 상치우려니까 와서 밥 먹겠다며 앉은 상황이었고요.
전 어이가 없어서 동서를 바라보는데,
시어머니는 그 옆에 앉아서 남편한테 하라고 합니다.
조카가 먹을 게 없는 것 같다면서요.
열받아서 "내가 할게! 당신은 커피 들고 거실로 가!"라고 큰소리로 대꾸했고,
밥 먹고 방에 누워 있던 시동생이 "형수, 왜요? 제가 할게요."하며 나왔습니다;;;;;
됐다고, 계란프라이 하나 해주는 게 뭐가 어렵겠냐면서 시동생에게는 다른 사람들 커피를 타달라고 부탁했고,
계란프라이 해서 동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냥 앉아서 받더군요.
남편은 평일에 절대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설거지 한 번 안 해주고, 쓰레기 한 번 내다 버려주지 않아요.
남편도 직장 다니느라 피곤할 테니까, 저도 굳이 남편 시키지는 않고요.
대신 주말에는 남편이 노력을 합니다.
3끼 식사는 당연히 해주고, 다림질 같은 일은 본인이 합니다.
그리고 시댁 가면.... 많은 일들을 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일을 많이 도와주는 편임에도,
명절이 즐겁지 않습니다.
전 저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많은 일을 해서 녹초가 되거든요.
아무튼.... 결국은 시댁 욕과 일맥상통하는 글이 되고 말았는데요...
이런 남편을 그냥 두는 게 나은 건지.. 가끔은 너무 머리가 아파요.
차라리 제가 막 나가볼까.. 싶기도 하고요.
어차피 남편이 다 했다는 소리를 듣는 거, 남편 다 하게 하고 전 제 일을 하던가요.
(명절이고 휴일이고 없는 일이라... 매일 일에 치여 살고 있긴 하거든요.
이번 추석 때에도 밤새 제 일을 마무리 짓고, 토요일 오전에 시댁에 갔습니다.
그리고 욕 먹었습니다. 금요일에 안 왔다고요.
시동생 부부는....... 토요일 저녁에 저녁상 다 차리니까 오더군요.
그것도 "내일 올 걸 왜 오늘 왔나 몰라." 툴툴 대면서요...)
남편이 일을 안 도와줘도 문제, 도와줘도 문제..
결국 어쩌자는 거냐는 댓글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냥 저도 안 부려먹는 남편, 시댁에서 부려먹는 게 억울하다..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요리, 상 차리기, 전 부치기, 김장 하기 외에도 고장난 수도 고치기, 전구 갈기 등등도 다 남편 몫이랍니다.
아, 시장도 같이 가는군요. 시어머니가 남편 오기만을 기다려요.)
정작 당사자인 남편은, 자기 집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억울하지도 않은 눈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