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에서 어느날 한번도 신지않은 랜*로바 로퍼를 사게되었는데 정가는 108000원이라는 테그도 신발밑창에 그대로 붙어있는 사진을 보고 택포 사만원에 샀어요.
그리고 다음날 오후늦게 받았는데
검은색도 그렇고 신발밑창도 고무로 잇대어져서 가볍고
240이라고도 표기도 되어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현관앞에서 발을 넣는 순간
발전체가 다 들어가지 않아버리더라구요.
작은거에요.
아,
사만원이 그렇게 큰돈은 또 아닌데
왜 그런돈은 아까운건지
결국, 안들어가겠다고 고집부리는 발들을 억지로 넣어서
버스도 타고 병원도 다녀왔어요.
신발무게는 상당히 가벼웠는데
집에 와보니,
제 뒷꿈치가 많이 까졌어요.
신발 뒷꿈치에도 핏자국이 검게 물들어버렸고요.
너무 쓰라리고 아파서 너무 아파서
냉큼 뒤를 돌아볼 용기까지는 안나고
조심조심 천천히 고개돌려 얌전하게 뒤꿈치를 내려다보니
뒤꿈치야,뒤꿈치야 너 왜그래~~
핏자국이 많이 말라붙어서 떡진 그 자리가 제 발이면서도 무서웠어요.
신발은 참 예쁜데
두번다시 신을 용기가 안나서
언젠가 동네어귀 한적한 골목 으슥한 담벼락옆에
허름하게 서있던 구두수선방에 가봤어요.
그 신발을 본 아저씨
이 신발 가죽이 아니어서 늘여지지도 않아요.
그러고보니, 중고나라에서
가끔 이런 일을 몇번 당해요.
직접 신어보았다면 이런 일은 꿈에서도 만나지 않을텐데
핏자국이 말라붙은 그 로퍼는 누구 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어두운 신발장위에 있어요.
그 옆에는 만원짜리 로퍼가 있고요.
착잡한 심정으로 보니까 그리 달라보이지도 않네요.
전 그렇게 인색한 편은 아닌데
아이 키우면서 한가지 취미가 생겨버렸어요.
그건 중고나라 가서 클릭해가면서 보는것.
그러다가, 사기도 맞아보기도 하고
또 이렇게 240이라고 해놓고 정말 그 몇센치가 안들어가서
누구 줘버리는 그런 일도 생겨요.
날씨가 이리 쾌청하고 밝으니,
그 신발신고 가볍게 보도블럭을 걸어가면 좋을텐데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