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며느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 어쩔수 없이 남편과 비교해보게 되네요.
영화에 나오는 며느리는 할말 다하고 싫은 건 절대 안하는 스타일의 며느리인데
처음에는 시어머니와 잘 지내다가 하나둘씩 사건이 쌓이면서 왕래는 물론
명절이나 시댁행사도 전혀 참석하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각으로 지내요.
이 며느리는 시어머니, 남편 다 있는 자리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 빼고손주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어머니 제안에 화나는 말투로 싫다고 따박따박 거절해요.
고부갈등으로 남편은 부인과 언성 높이며 싸우고 심하게 갈등하는 것 같지만
극단의 선택을 하지는 않고 전반적으로 순한 느낌의 반응을 보여요.
타고난 성격이 온화하기도 하고, 부인을 많이 좋아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안가는거 같기도 하구요.
저는 시어머니 앞에서 언성 높이는 건 상상할 수도 없고
거의 대부분 고분고분 스타일로 살았는데, 얼마전 남편의 반응이 엄청나게
말도 안되는걸 이 영화를 보고 새삼 알게됐어요.
남편은 어머님한테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을 하게 되면 하늘이 무너지는줄 아는 타입.
흠 생각만해도 숨이 막히네요.
일화를 하나 얘기하면 저희가
얼마전에 이사를 오게 됐는데, 어머님이 첫방문 때 화분을 사오셨어요.
오종종한 화분이 10여개 넘게 있어 화분을 처분할 생각을 하던 차라
그닥 반갑지는 않은 선물이었어요.
더군다나 계속 꽃이 피고지는 거라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종류…
저는 일단 감사하다고는 하고 화분이 너~무 많아요라고 한마디를 보탰죠.
그런데 얼마 안있어 어머님이 또 화분을 샀다며 가져다 주시겠다는 거에요.
남편이 운전하는 차안에서….
짜증이 났지요.
저: 화분이요? 화분 많다고말씀드렸는데…..
어머님 : 많기는 뭐가 많아….퉁명스럽게
중간에 뭐라고 더 얘기하다
저 : 제 생각이 중요한거 아닌가요?
어머님 본인 생각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여 저도 말이 곱게 안나갔고
분위기가 좀 냉랭해졌죠.
저도 좀 아차했어요. 좀더 유들유들 넘어갈 수 있게 말할 수도 있었는데
그때는 감정에만 사로잡혀서 그런 지혜로운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도 B급 며느리에 비하면 암것도 아니구만….
이 정도가 십여년 정도 살면서 어머님한테 한 최고 수위의 발언이에요.
어머님도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분이시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지냈던터라
심각한 갈등상황은 없었죠.
그날 저녁부터 남편이 한마디도 안하고, 표정도 굳어있었지만
바쁜 일이 있어 그일로 삐졌나보다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도 계속 인상쓰며 있길래
먼저 어제 내가 좀 더 이쁘게 말하지 못한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하지만 어머님도 굳이 내가 사양하는는 걸 본인 의견대로만 관철시키려는건
아니라고 했더니
엄마가 그 화분을 사주려고 몇번을 왔다갔다 했다더라부터
그 마음을 알아주면 안되냐며
절망감을 느낀다는 거에요.
엥? 무슨 절망감?
이게 뭔 시츄에시션? 침소봉대도 유분수지… 너무 황당했지요.
저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계속 얘길 들어보니
이만한 일도 이렇게 갈등이 생기는데
부모님 연로해지고 더 나쁜 상황들 발생할텐데
그때는 어떻게 될지 너무 절망스러운 거래요.
아직 있지도 않은 일 미리 걱정하는건 뭐며
십수년을 나랑 살고도 내가 막무가내 며느리가 될걸로 생각하는지
이제 제가 화가 났어요.
센스도 없이 이런 분란을 만든 어머님이 미웠고
이런 갈등상황에서 단 한번도 내편을 들지 않는 남편은 더 미웠어요.
제가 B급 며느리 같이 시어머님한테 말대답하고, 남편에게 시어머니 흉보고
이렇게 했으면 저는 당장 이혼당했을거 같아요.
남편보고 그 영화 한번 보라 그럴려구요.
자기가 얼마나 어머님편만 들며 살았는지 좀 느꼈으면 좋겠는데....
예상되는 반응은
아마 짜증나서 중간에 보다 말거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