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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의 외로움을 털어버리다

40중 조회수 : 2,849
작성일 : 2018-08-28 22:15:43

40중반의 녀성입니다.

회고해 보면 내 성장기와 학창시절, 그리고 40초반까지

친구들이 내 역사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늘 친구들이 너무 좋았고

늘 단짝이 있었고

너무 재미있어서 어른이 되면 꼭 친구랑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좋은 친구도 많이 만났고요

이혼가정에서 자랐는데 친구 덕분에

아니, 친구 좋아하는 성향 덕분에 명랑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40중반 초입에서

단짝 절친한테 배반당하는 충격을 경험하고는

세상을 보는 렌즈가 바뀌었어요.

그동안 내가 친구 한테 얼마나 내 즐거움을 의탁했는가 되돌아보고,

가족한테는 그만큼 소홀한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건강한 우정 패턴이 아니었던 부분도 짚어보고,,

여기저기 공부도 하고

(개인적으로 에니어그램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고 해방감도 얻었어요)

그러면서 그 우울에서 벗어났는데요.


충격 사건 1년 후 어느 날 좋고 시간 되었던 날,

만날 친구가 있나 두세명 벙개 쳐봤는데

급벙개에 응해주는 친구가 없었어요

이전 같으면 괜히 혼자있음에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며

우울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혼자 보내는 것도 좋아..라고 생각하고

동네 호수 가장 좋고 깨끗한 카페에 가서는

좋은 책과 맛있는 커피 마시며

좋은 시간 보냈어요(이전에도 혼자 종종 이런 시간 갖곤 했는데

이날은 전에 없는 결심을 해서인지 다르게 느껴졌어요)

테라스에 나가 바람맞으며

지난 일 년 돌아보며 계속 울기도 하고요(아무도 없었음)

그렇게 혼자됨을 애도하고, 기념하고는

저는 훨씬 더 건강해진거 같아요.


그 뒤로는 혼자 하는 공부, 운동, 시간 등이 훨씬 더 즐겁고

가족한테 더 성의있게 대하고

누가 거절의 의사를 비쳐도 상처받지 않고요.


인간관계에서 맺은 상처가 저를 더 성장시켜준거 같아 고마웠어요.

IP : 180.69.xxx.2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8.28 10:26 PM (125.176.xxx.103)

    벙개모임 저는 참싫어요
    갑자기 전화와서 만나자고 하면 난감하더라고요 그친구가 너무 반갑고 좋은데 한번도 나간적이 없네요
    대신 약속날짜 잡아서 만나면 언제나 좋아요
    나이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도 즐겁고 만남도 즐겁고 물 흐르는데로 살아야죠

  • 2. ...
    '18.8.28 10:30 PM (221.151.xxx.109)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저도 급벙개는 잘 응하지는 않아요
    완전 가까운 곳이라면 몰라도요
    그래도 남보다는 가족이 낫고, 인생은 결국 혼자예요

  • 3. 저는
    '18.8.28 10:39 PM (121.160.xxx.222)

    저도 원글님처럼 친구들에게 많은 힘을 얻는 사람이에요. 제가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요.
    마흔줄에 배신당해서 인생관이 달라진 사건이 어떤 거였을지 궁금하네요...
    저는 많은 절친들이 있었고, 그들과 관계가 이전보다 나빠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지만
    배신도 아니라 배반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거든요...
    그냥 관계는 생물처럼 변하는 것이고 친구들이 나를 실망시킬수 있듯이 나도 남을 실망시킬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친구가 없었다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했을지, 상상조차 할수 없네요.
    실제로 어린시절 친구사귐의 기술이 미숙할 때 정말 불행했어요 ㅎ

  • 4. kei
    '18.8.28 10:41 PM (218.55.xxx.102)

    저도 원글님과 비슷한 단계를 거치는것 같은데 원글님처럼 떨쳐내고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네요..

  • 5. 리봉리봉
    '18.8.28 10:43 PM (211.201.xxx.19)

    반려 고양이 세마리 키우게되고 전 좋아졌어요.
    요 녀석들은 저만 좋아하거든요.

  • 6.
    '18.8.28 11:00 PM (220.116.xxx.216)

    급벙개 들어오면 웬만하면 거의 다 응해주는 편이지만
    전 급벙개 잘안했는데, 아이 사춘기와 갱년기 겪으면서 힘들어 급벙개했더니 ... ㅜ.ㅜ
    몇번 겪다보니, 번뜩 이제까지 난 내 중심이 아닌 삶을 살았네싶더군요
    날 정해 만나는 인연도 좋지만
    갑자기 말이 고플때, 마음속 묵직함 털고 싶을때, 그냥 얼굴보고 차한잔, 맥주한잔 하고싶을때 만나고픈 인연도 있다고 생각해서 난 여태 응해즀건만...
    원글님 마음 이해돼요
    인생은 혼자고 남보다 가족이 낫다하지만
    때론 그 남이 필요하고 나을때 있어요
    벙개 좋아하고 응해주는 사람도 있으니
    응답자 없다라도 실망하지말고 요청하고 싶을때 해보세요.
    제주사는 친구랑 밤늦게까지 전화수다 떨다
    첫비행기타고 제주가서 점심 먹고 마지막 비행기탄적도 있어요.

  • 7. 급 만남 후에 가끔은
    '18.8.28 11:38 PM (58.143.xxx.127)

    허전함 공허함이 그 자리에 남지 않던가요?
    오늘 을지로입구역 근처 오랜만에 간김에 롯데본점도
    가볼까하다 지름신 내릴 듯해 명동교자 생각나 옛생각 떠올리며 칼국수 한 그릇 비우고 사리에 마늘맛 강한 생김치 더 시켜먹고 터지기 직전인 빵빵해진 배 부여잡고
    나오다 다이어트는 이미 물건너간 김에
    돌아가는 길에 오설록 들려 몸이 녹차성분이 필요하다고
    외치길래 평소 먹지도 않던 녹차 달지않는 빙수 한 그릇 시켜놓고 하고 싶은거 하다 귀가했네요.
    오늘은 스스로를 돌봤어요.
    애들은 다 컸구요. ㅎ 만날 수 있슴 만나고 혼자 보낼땐
    보내구요. 나이들어가면서 혼자 익숙해지고 시간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들어요.

  • 8. 터널을 빠져나오는 방법
    '18.8.28 11:46 PM (114.129.xxx.19)

    마치 제 일기 보는 것 같아서^^;
    저는 실은 주기적으로 그런 감정에 휩싸이지만 올해는 유난했어요.
    예전 어떤 나이대를 통과하면서 그 때마다 더해지는 고통스런 일들에 친구들이라든가 사랑하는 그, 라든가
    그런 관계들은 덜어내야 했었죠. 많다면 많은 이들과 갑작스럽고 돌발적인 방식으로.
    그래도 독한 성격이었는지 아님 단련이 되었는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상황도 누군가들과 함께보다 저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요. 차라리 그 편이 덜 외로웠구요.

    ..6개월 정도 되었네요. 올해 전반기부터 아주 힘든 날들이었어요.
    이별이 동반되는 충격적인 사건, 일들은 아무리 훈련된 예행연습이 있더라도
    나이대와 상황과 마음에 맞물려 점점 충격이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예전엔, 누가 봐도 젊었을 땐, 절교나 실연, 이별에 화가 났지만 두렵진 않았어요
    너희들 따윈 실수였다고, 혼자라도 상관없다고. 나는 충분하다고.

    그런데 이 6개월은 참 힘들었어요.
    마치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처럼. 처음으로 혼자 맨 몸으로 남겨지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를 사귀거나 누군가와 예전처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운명의 경고처럼. 선고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물리적 시간도, 인연도. 이젠 너는 더 없다고, 끝이라고, 마치 그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전 6개월 간 혼자됨을 애도하고 기념하는 (이 표현 참 좋네요^^)
    이 깊고 어두운 시간동안 깨달은 게 있어요.

    터널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뒤돌아보지 않는 거라고.
    전 잊었다고 생각하면서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뒤돌아 봤거든요.
    아직 전 터널에 있기에, 누군가들과의 시간들은 돌아보지 않으려 해요.
    그러면 빠져나올 수가 없으니까.

    ...그냥 갑자기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기어이 만나고 말아야 했던 사이들을 사랑했어요.
    그들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이젠 정말 혼자라도 괜찮아요. 어차피 처음부터 이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섬이 아니지만, 섬처럼 혼자 있을 때도 있어야 한다는 걸 이젠 진심으로 편안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보던 이 글을 요즘 마치 처음처럼 봐요. 볼 수록 새롭고 더 좋아요.
    아시는 글일 수도 있지만 어떤 순간, 님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http://blog.daum.net/jidam55/16145511

  • 9. ㅇㅇ
    '18.8.29 12:31 AM (1.225.xxx.68)

    나의 외로움을 털어 버리다
    글이 참 좋네요 지우지 말아주세요
    저장하고 두고 보렵니다^^

  • 10. 원글
    '18.8.29 1:01 AM (180.69.xxx.24)

    비슷한 분들 이야기들 참 좋아요.
    벙개보다는 보통 며칠전 약속 잡죠 대부분.
    그래도 친구와의 따뜻한 연결이 급필요한
    그런 날이 있더라고요.

    배반은..^^단어가 좀 강했죠?
    믿었던 친구와 함께 뜻모아 뜻깊은 일을 시작했는데
    일과 욕망 앞에서
    타인을 지우개로 지우고 투명인간 대하듯 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존엄을 밟힌 경험이었거든요.
    마치 친한 사람에게 성희롱 당하고
    내가 예민한가? 내가 잘못 처신하나? 하고 자책하며
    혼란에 휩싸이는 느낌.

    '고독의 위로'라는 책도 좋았고,
    러빙 빈센트 영화 보면서도 울었고,
    다른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분노하고 운전대잡고 쌍욕도 날려보고
    운동,운동,사우나 , 사우나도
    내 너울대는 맘에 약이 되었고요.

    새롭게 공부도 시작했어요.
    배우며 채워지고, 새희망도 생기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났고요.
    애들 들여다보니 또 더 이뻐보이고
    내 자신이 더 괜찮게 느껴지더라고요.
    참, 좋은 교회 만나서 큰도움 되었네요.
    사회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해주는
    목사님 메세지가 저를 깨워주었어요.

    이제
    더불어서 조화롭게
    혼자서도 멋지게
    잘 살려고요.

  • 11. 원글
    '18.8.29 1:16 AM (180.69.xxx.24)

    제가 감성형이라 감정 끝까지 밀어붙여 파고 곱씹는걸
    괴로워하면서도 즐기는데
    이게 자신과 직면하는데 도움되지만
    이번 처럼 강렬한 경험에서는
    정말 죽고 싶다..그런 지경까지 가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의 결말은 내소관이 아니니
    뿌린대로 거둘것이라 신께 맡겨버리고
    우리의 관계는 여기까지
    너의 역할은 거기까지 선을 그었어요, 긋고있어요.
    그리고 그 경험과 교훈은
    내게 득이 되었으니 땡큐고요.

    이 세상과 사람이 의롭지 않다는것(나도 포함)
    겉으로 이미지 플레이 신경쓰는 사람은
    진실되지 않다는것
    행복은 소소함에서 오고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지금 여기 내곁에서
    나와 서로 진실되게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것..

    나도 내 자신의 즐거움과 미래를
    누군가에게 의탁하지말고
    혼자서도 똑똑히 서서 살아갈것

    등등이 남았어요.

    그래서 지금이 참 좋네요.^^
    이것을 체득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 12. 태어날때부터
    '18.8.29 6:24 AM (58.143.xxx.127)

    남보다 지극한 욕심과 라이벌의식 갖고 태어난
    부류와 베프되면 헤어지는건 시간문제죠.
    일방적으로 베푸다가 안목생기고 함
    상대는 맘을 접거든요. 자신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것도 선택인거죠.

  • 13. 아무도...
    '18.8.29 10:05 AM (210.106.xxx.24) - 삭제된댓글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닌데 지난 10년
    정말 아무도 안 만나고 지냈어요
    친인척도 안만나고.. 그랬더니 몸도 마음도 편해요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되짚어 생각 안해도 좋고 유행이니 그런 거 무시해도 되고
    중간에 일 년 남짓 동네에서 취미동아리? 모임 참가해봤더니
    역시나 별 마음 안주는데도 그날 있었던 대화 때문에 신경 쓰이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독거입니다 물론 가족 있습니다
    사회활동을 안해도 되는 나이로 접어들어 그러나...
    남하고 안 부닺히니 속편해요
    영화.공연.독서.쇼핑 거의 혼자해도 문제 없습니다
    죽을 때도 혼자겠죠 홀가분~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사는 걸 권장하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인간관계로 상처받고, 줄 일이 없다는 얘기였어요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던데 가족정도면 충분하다 생각
    원래 개인적 성향이 그랬던 것인지도...

    할말 많아도 끝내야 하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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