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중반의 녀성입니다.
회고해 보면 내 성장기와 학창시절, 그리고 40초반까지
친구들이 내 역사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늘 친구들이 너무 좋았고
늘 단짝이 있었고
너무 재미있어서 어른이 되면 꼭 친구랑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좋은 친구도 많이 만났고요
이혼가정에서 자랐는데 친구 덕분에
아니, 친구 좋아하는 성향 덕분에 명랑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40중반 초입에서
단짝 절친한테 배반당하는 충격을 경험하고는
세상을 보는 렌즈가 바뀌었어요.
그동안 내가 친구 한테 얼마나 내 즐거움을 의탁했는가 되돌아보고,
가족한테는 그만큼 소홀한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건강한 우정 패턴이 아니었던 부분도 짚어보고,,
여기저기 공부도 하고
(개인적으로 에니어그램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고 해방감도 얻었어요)
그러면서 그 우울에서 벗어났는데요.
충격 사건 1년 후 어느 날 좋고 시간 되었던 날,
만날 친구가 있나 두세명 벙개 쳐봤는데
급벙개에 응해주는 친구가 없었어요
이전 같으면 괜히 혼자있음에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며
우울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혼자 보내는 것도 좋아..라고 생각하고
동네 호수 가장 좋고 깨끗한 카페에 가서는
좋은 책과 맛있는 커피 마시며
좋은 시간 보냈어요(이전에도 혼자 종종 이런 시간 갖곤 했는데
이날은 전에 없는 결심을 해서인지 다르게 느껴졌어요)
테라스에 나가 바람맞으며
지난 일 년 돌아보며 계속 울기도 하고요(아무도 없었음)
그렇게 혼자됨을 애도하고, 기념하고는
저는 훨씬 더 건강해진거 같아요.
그 뒤로는 혼자 하는 공부, 운동, 시간 등이 훨씬 더 즐겁고
가족한테 더 성의있게 대하고
누가 거절의 의사를 비쳐도 상처받지 않고요.
인간관계에서 맺은 상처가 저를 더 성장시켜준거 같아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