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중세로 돌아가 역사를 퇴행시키려 하는가?
- 박근혜 2심 판결-중세의 마녀 사냥이나 홍위병들의 인민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2018.8.27.
지난 주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재판장이 김문석이었습니다. 저는 재판장이 김문석이라고 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2심 판결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문석은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교수에게 1심의 무죄 선고를 뒤엎고 2심에서 유죄 판결을 한 인물이지요. 저는 박유하 교수에 대한 김문석의 2심 판결문을 읽어보았던 터라 박 대통령의 2심 판결이 어떠리라 미리 짐작할 수 있었고, 결과도 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1. 박유하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김문석의 판결
1심에서는 박유하 교수에게 무죄 선고를 해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에도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살아 있고, 어떤 분야나 어떤 사건도 성역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 줘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김문석이 2심 판결에서 박유하 교수에 대해 유죄 선고를 함으로써 우리나라를 근대 이전으로, 아니 중세 이전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아래는 김문석이 유죄 선고한 박유하 교수 2심 판결문의 요약입니다. 김문석의 법의식, 논리체계, 인식 수준을 여러분들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가 된 조선인위안부'와는 다른 위안부상을 보여 주고 있다. 또 저자는 '조선인위안부의 고통'에 관해서도 이 책에 쓰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책에서의 기술 전부에 쓰고 있지는 않다. 그 때문에 '자발적 매춘부였던 일본인위안부와는 다른, 성노예 조선인위안부'라는, 우리사회와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인식과는 다른 인식을 독자가 갖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 즉 '조선인 위안부=자발적 매춘부'라는 인식이다. 또한 유엔보고서등 국제사회와 일본의 고노담화등이 제시하는 인식에 따르면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라는 인식은 명백한 허위이다. 저자의 인식을 허위로 단정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의 인식이야말로 가장 올바른 인식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국제사회의 인식을 저자는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그와 다른 인식을 말했다. 말하자면 '허위'를 말했을 뿐 아니라, 그 사실을 말하면 대상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것인지를 인식했는지 여부도 명예훼손 여부 판정에서는 중요한데, 저자는 오래 위안부문제를 연구했으므로 그 파생효과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허위사실 적시와 집필목적에서 '고의(범의)'가 인정되므로 유죄다.>
여러분들은 이 판결문을 읽어보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절망했습니다. 나의, 우리의 운명이 저런 사유를 하는 자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무섭기도 했습니다.
김문석의 판결문에는 두 가지 결정적 하자가 있습니다.
첫째는 김문석은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증명도 하지 않고 박유하 교수의 글이 허위라고 자의적으로 단정했습니다.
판결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야 합니다. 판사의 철학이나 가치관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자의적 판단은 더더구나 지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김문석은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내용 중에 무엇이 허위인지를 밝히지도 않고 자기 임의대로 허위라고 단정했습니다. 허위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검찰과 유죄를 선고한 판사입니다. 하지만 판결문 그 어디에도 박유하 교수의 글이 허위임을 보여주는 증거나 증명은 없습니다.
둘째, 김문석은 박유하 교수가 가지고 있는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인식도 허위라고 자의적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인식이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유엔보고서와 고노담화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인식과 박유하의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박 교수의 인식이 허위라고 단정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 지점에서 절망했습니다. 학자가 자신의 연구결과, 종전의 통념이나 인식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 잘못이고 또 범죄가 된다는 해괴한 판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국제사회나 우리 사회의 인식과 다른 인식을 가지거나 또 이를 표현하면 범죄가 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제 사회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식이 진실에 기초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그리고 국수주의에 의해 왜곡되어 있는 것을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이 범죄가 됩니다. 김문석은 조선인 위안부는 모두 일본 군인들에게 강제로 끌려간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김문석은 우리나라 최초로 위안부라고 밝힌 김학순 할머니나 현재 위안부 할머니 대표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대에 의한 강제연행이기는커녕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 위안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안병직 서울대 교수와 정대협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로 공식 등록된 분들의 위안부가 된 과정을 조사한 결과는 김문석의 인식과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20명 중에 단 1명도 일본군에 강제 연행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분이 없었습니다. 사실이 이런데 김문석은 자신이 사실과 다르게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박유하 교수가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박유하 교수에게 유죄 선고를 했습니다.
백만번 양보해서 박유하 교수의 연구가 잘못되어 사실과 다른 인식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연구나 인식이 고의가 아니라면 유죄라 볼 수 없습니다.
김문석은 박유하 교수의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국제사회나 우리 사회의 인식과 다르다는 것이 고의의 증거라며 유죄 판결했습니다.
이런 식이면 위안부문제 뿐아니라 일제시대 징용이나 독도문제, 김구, 민비 그리고 5.18 등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과 다른 인식을 갖고 있고 또 이를 표현하는 저도 범죄자가 됩니다. 무섭습니다. 이런 전체주의적 사회에 저는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허위여부를 증거를 통해 증명하고, 인식이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지 따져야 하며, 그 인식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판사의 의무와 책임이 아닙니까? 이 세가지를 모두 충족할 경우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그러나 김문석은 이 3가지 과정을 생략(무시)하거나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김문석의 저급한 인식 수준과 불성실함이 이번 박근혜 대통령 2심 판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2. 뇌물은 수수했는데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확인되지 않는다?
김문석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했고 뇌물을 요구했다고 판결문 전반부에 이야기해 놓고 마지막에는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죄로 결론 짓고 25년형과 200억 벌금을 때렸지요.
이게 말입니까? 막걸리입니까? 한 푼 받은 것도 없다면서 뇌물은 받았다는 이 해괴한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희랍의 소피스트 제논도 이런 궤변은 늘어놓지 않을 것 같습니다.
뇌물로 한 푼도 받은 것이 없으니 추징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벌금 200억을 때립니다. 뇌물이면 추징을 해야지 왜 벌금을 때립니까? 우리 사법부사상 뇌물죄를 때리고 추징 대신에 벌금을 선고한 경우가 있었습니까?
3. 오래 동안 알아온 지인이니까 경제공동체?
김문석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박 대통령과 최서원이 공모했다고 단정하고, 삼성으로부터 받은 정유라의 승마 지원과 장시호가 다 해쳐 먹은 동계 스포츠 지원을 박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라고 봤습니다.
박 대통령과 최서원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공모해, 무엇을 해 먹을지 협의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 그냥 오래 동안 알아온 지인이기 때문에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단정했습니다. 부부도 별산하는 판에 지인 관계를 경제공동체로 보는 것도 한심하지만, 최서원이 취한 이익이 단 한 푼도 박 대통령에게 가지 않았고, 그리고 향후에도 그 이익이 박 대통령에게 갈 가능성이나 계획도 없는데 어떻게 공모로 단정할 수 있는지 그 뇌구조가 궁금합니다.
4. 롯데 신동빈은 뇌물이라면 SK 최태원은?
롯데나 SK 모두 당시 면세점 현안을 가지고 있었고, 롯데 신동빈과 SK 최태원 둘 다 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왜 롯데 신동빈만 구속되고 유죄를 받습니까? 롯데측의 행위도 뇌물 공여라고 보기 힘들지만, 설사 롯데 신동빈이 유죄라고 한다면 SK 최태원도 구속시키고 유죄를 때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아가 관련 그룹 총수들이 모두 박 대통령과 독대했고 당시에 모두 그룹 현안을 가지고 있었으니 현대, LG 등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낸 그룹 총수들도 뇌물공여로 구속하고 유죄 선고해야 하지 않나요?
왜 이렇게 형평성도 없고 일관성이 없습니까?
그리고 김문석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이재용과 신동빈은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청탁을 했다고 시인하는 듯한 진술을 한 최태원은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5. 중앙부처 국장을 보직 변경한 것이 직업공무원제 근간을 훼손?
김문석은 박 대통령이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함으로써 헌법이 규정한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하였다고 판결문에서 말했습니다.
그런데 김문석은 사실관계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문석이 말하고 있는 사직을 강요당했다는 공무원은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인 노태강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태강은 사직하지도 않았을 뿐아니라 박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고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단장으로 보직이 변경되었을 뿐이고, 합당한 이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은 체육계 비리를 척결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던 것이었습니다. 노태강은 교육문화교류단 단장으로 있으면서 또 문제를 일으켰죠. 프랑스와 교류전을 추진하는데 노태강이 일을 그르쳐 프랑스로부터 불만을 많이 사게 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문재인 정부 들어 화려하게 문체부 차관으로 복귀했죠.
문체부 국장을 대통령이 자신의 지시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좌천한 것을 직업공무원제 근간을 훼손했다며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한 증거라고 내세우다니 참....
물론 중앙부처 국장은 2급으로 정무직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직업공무원제에 의해 신분을 보장받긴 합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자리를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문석의 이런 판단 기준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 정권이나 현재의 문재인 정권에게 적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6.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과 단체에 지원을 배제한 것이 큰 잘못인가?
김문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다르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조직적으로 문화예술계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등의 지원 배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사상·표현·예술의 자유 등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헌법 수호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오히려 헌법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국민들을 선동하는 개인이나 단체, 이적행위에 가까운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삭감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큰 잘못입니까? 왜 이들은 계속 지원금을 받아야 하지요? 정부가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을 제재하거나 방해한다면 모를까 단지 정부 보조금을 배제했을 뿐인데 이게 헌법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한 행위인가요? 소위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것도 실체도 모호할 뿐아니라 그 리스트에 올라 있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종전대로 지원받았던 경우도 훨씬 많았습니다.
예전 정부 때처럼 지원을 계속하지 않으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입니까? 김문석은 정부의 지원금, 특히 예술문화 분야에서 정부의 지원금이 과거 어떻게 지원되었으며 현재 어떻게 지원되고 있는지 확인이나 해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DJ 정권 이후 좌파적(진보적) 개인이나 단체에게 편중되어 지원되어 왔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문화예술계가 이들에게 장악되었고 정부 지원금도 독식하다시피 하며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이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김문석은 우리 문화예술계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백번 양보해 박 대통령의 블랙 리스트가 실재하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개인이나 단체에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배제한 것이 헌법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임으로 범죄라고 칩시다. 김문석은 박 대통령의 네가티브적인 블랙리스트보다 더한 문재인 정부가 하는 소위 화이트리스트식 포지티브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자기 진영의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쁘고 반민주적이지 않나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을 폐쇄하고 북한인권단체마다 압수수색을 하는 등 북한인권단체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배제했을 뿐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원을 끊는 것은 물론 권력을 이용해 활동 자체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김문석의 판단에 따르면 문재인은 얼마의 형량을 받아야 할까요?
7. 공무상 비밀 누설 관련
김문석은 박 대통령이 부속실비서관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대통령의 일정·외교·인사·정책 등에 관한 청와대 문건 등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여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정면으로 김문석을 비판하기 쉽지 않습니다만, 이 정도를 가지고 탄핵이 되거나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문이 대중들에게 쉽게 읽히도록 초기에 최서원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고 박 대통령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설문 등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는 건들도 내용상 중대한 국가 기밀이거나 국가안보를 훼손할 것도 아니었으며, 정호성의 기밀 누설죄에 해당되는 문건도 4건 밖에 없었던 데다 이 문건들로 인해 실제 국가나 정부가 위해를 받은 것도 국익의 손실도 없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독일 방문시의 드레스덴 연설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설문을 최서원이 태블릿으로 시뻘겋게 고친 것이라는 JTBC의 보도는 허위임이 밝혀졌습니다. 태블릿에 문서 수정 기능이 없다는 것이 국과수 포렌식 조사로 밝혀져 JTBC의 선동이었음이 드러났지요. JTBC가 시뻘겋게 고쳤다는 그 내용을 보면 정말 제대로 잘 수정한 것으로 설사 최서원이 고쳤다 하더라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내에 드레스덴 연설문처럼 잘 수정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참모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공대) 연설문과 문재인의 베이징대 연설문을 비교해 읽어 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최서원이 대통령의 일정을 안다는 것은 당연하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최서원에게 알려주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최서원은 박 대통령의 의상을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국내, 국외 행사의 일정을 알아야 합니다. 해외 순방에 가서 입어야 할 의상, 국내 행사에 입어야 할 의상을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이를 준비하기 위해 최서원이 대통령의 일정을 아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최서원이 문체부 인사 추천한 것은 사실이고 이건 문제가 좀 있다고 저도 봅니다만, 이 추천 인사가 결격 사유가 있음에도 임용되었거나 청와대의 인사 검증시스템을 통과하지 않았다면 문제를 삼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크게 문제를 삼기 힘들다고 보며 더구나 헌법 유린이라 보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김경수도 드루킹의 요구로(혹은 당초 약속대로)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를 센다이 총영사(혹은 오사카 총영사)로 청와대에 추천했습니다. 최서원의 추천이 잘못이고 이것이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라면 김경수와 문재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문석의 판결문대로라면 임기 후 문재인도 탄핵되고 구속되어야 하지요.
8.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피고인에게 전가
김문석은 박 대통령이 범행을 부인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며 실체적 진실을 밝혀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했다고 질타했습니다.
이게 판사가 할 말인가요?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박 대통령의 부인이 거짓이라면 그것을 규명할 책임과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책임은 검사와 유죄를 선고한 김문석에게 있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부인한다는 이유만을 들어 유죄라고 선고하는 판사가 판사입니까? 이건 ‘내 죄를 알렷다’는 사또 재판이나 고문을 해도 죄를 부인하면 독하게 부인하니 마녀이고, 고문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시인해도 마녀라고 했던 중세의 마녀 사냥과 무엇이 다릅니까?
김문석은 탄핵정국에서 언론들이 쏟아낸 거짓, 과장, 왜곡, 날조 기사들을 사실로 인식하고 있을 뿐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박유하 교수에 대한 2심 판결과 같이 사회적 인식이 실체적 진실이라 인식하고 거짓의 산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박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박 대통령의 진술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김문석의 판결은 실체적 진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거짓의 산에 가린 잘못된 사회적 인식의 한 복판에서 나온 것입니다.
9. 궁예도 울고 갈 관심법
김문석의 판결문은 예단과 임의적 판단으로 점철되어 있을 뿐, 증거나 법리는 실종되어 있습니다. 궁예도 울고 갈 관심법으로 박 대통령, 이재용과 신동빈의 생각을 자기 마음대로 읽어냅니다. 삼성은 현안이 있으니 이재용이 청탁했을 것이고 박 대통령은 그 청탁을 들어주는 댓가로 뇌물을 요구했을 것이며, 최서원과 오랫 동안 잘 아는 사이이니 공모해서 뇌물을 받았을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우리 사법부가 증거와 법리가 아닌 자신의 염력을 이용해 피고인의 심중을 헤아려 판결을 했습니까?
10. 박 대통령과 김경수
김경수는 직접 파주 드루킹(경공모)의 아지트(산채)인 드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갔고, 드루킹을 비롯한 경공모 회원들이 김경수의 국회 사무실을 7~8회 방문한 기록이 있습니다. 드루킹이 킹크랩(매크로)을 시연한 날, 김경수가 그 시각에 드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있었다는 것은 김경수의 운전기사가 드릅나무 출판사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영수증이 증명하고 있고, 김경수가 드릅나무 출판사에 머문 시간에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증거가 네이버에 다 기록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김경수가 증거를 대부분 삭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도 김경수가 드루킹에게 댓글 조작을 의뢰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자와 기사 10건이 휴대폰 기록에 나왔습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드루킹이 요구했는지, 아니면 김경수가 드루킹에게 약속했는지 모르지만 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를 김경수가 청와대에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한 것도 김경수가 실토했습니다. 도 변호사를 청와대 민정 수석실 백원우 비서관이 면담했으며, 도 변호사 외에도 경공모 회원 윤모씨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되었습니다. 이런 객관적 사실과 정황들은 드루킹(경공모)과 김경수가 예사의 관계가 아니며, 드루킹과 김경수가 댓글 조작을 공모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경수는 드루킹과 관계를 부인하다 증거가 하나 하나 나올 때마다 말을 바꾸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이렇게 김경수와 드루킹의 댓글 조작에 공모한 증거가 명백함에도 압수 수색영장을 심사한 판사나 구속영장을 심사한 판사는 김경수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거나 공모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모조리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반면에 박 대통령의 경우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묵시적 청탁이니 경제적 공동체니 하며 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들어서고 점점 더 사법부는 증거나 법리보다 증명되지 않는, 증명하지도 않은, 언론의 거짓, 왜곡 기사로 오도된 사회적 인식과 국민 여론을 재판의 기준으로 삼고, 판사의 관심법으로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판사의 정치적 신념도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고, 출세와 영욕이 양심을 앞선다고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11. 보티첼리는 오늘의 한국을 어떻게 그려낼까
김문석의 판결문을 읽다 문득 보티첼리의 <중상모략에 빠진 아펠레스>라는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박 대통령의 탄핵상황이나 현재의 재판상황을 이 그림이 너무나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에 보티첼리의 <중상모략에 빠진 아펠레스>를 링크합니다. 한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티첼리, 중상모략에 빠진 아펠레스>
https://giambologna.blog.me/50166287161
이 그림은 알렉산더 대왕의 궁정 화가였던 아펠레스가 경쟁자인 안티필모스의 중상모략으로 죽음을 맞을 뻔하다 누명을 벗었던 사건을 표현한 것입니다. 원래는 아펠레스가 자신이 겪은 사건을 그린 것인데 이 그림이 소실되고 루키아누스가 이 그림을 설명한 것이 남아 있어 이를 루키아누스의 설명대로 보티첼리가 그렸다고 합니다.
링크하는 글의 루키아누스의 설명과 글을 쓴 블로거의 설명을 찬찬히 정독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등장인물들은 의인화되어 있는데 각 인물들이 현재 누구를 지칭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실 것입니다.
당나귀 귀를 가진 미다스 왕의 주변에 무지와 불신이 옆에서 속삭이고 있습니다. 미다스는 판과 아폴론의 경연 심판을 잘못해 아폴론의 저주로 귀가 당나귀 귀가 되었지요. 잘못된 판단을 한 죄로 당나귀 귀가 된 미다스가 무지와 불신의 속삭임에 솔깃하고 있습니다. 이 미다스 왕은 현 한국 상황에서 누구로 보이십니까?
분노와 화에 가득 찬 중상모략(어린 여성)이 왼 손에는 횃불을 들고 오른 손에는 아펠레스 머리채를 끌고 미다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횃불에서 촛불이, 어린 여성(중상모략)에서 언론의 광란에 춤추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젖어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치던 덜 떨어진 군상들이 연상되었습니다.
횃불을 든 중상모략의 왼 팔을 잡고 끌고 가는 검은 옷을 입은 수도사(질투)는 김무성과 유승민, 그리고 자한당(새누리당)의 탄핵찬성파들과 오버랩됩니다.
중상모략(어린 여성)의 뒤에서 두 여성(간계와 속임수)이 중상모략을 화사하게 치장해 주고 있습니다. 간계와 속임수는 거짓의 산을 쌓았던 언론들과 정권탈취에 눈먼 자칭 진보진영과 다를 바 있을까요?
중상모략에게 머리채가 잡혀 끌려가는 아펠레스는 현재 누구라는 것은 다들 짐작하실 것입니다. 아펠레스와 맨 오른 쪽의 진실이 왜 나체로 그려졌는지는 링크의 글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가릴 것이 없고 투명하지요.
진실의 오른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아펠레스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가리키는 하늘에는 진정한 빛이 있지요. 그 빛은 인간이 만든 횃불과 비교됩니다. 빛은 온 세상을 비추고 세상을 고루 밝게 하지만, 중상모략의 횃불은 그 부분만을 밝힐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힌, 거짓의 산에 묻힌 자신들 주변만이 보일 뿐이지요.
보티첼리가 2018년 8월 한국에 온다면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릴까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