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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매미에 대한 빚 갚음이 되려나?

꺾은붓 조회수 : 630
작성일 : 2018-08-23 13:18:05

                  이게 매미에 대한 빚 갚음이 되려나?

  

6,25가 3년 1개월 2일 만에 가까스로 휴전이 되고나서 2~3년 뒤 초등학교 진학하기 전 4~6살 때쯤일 것이다.

한 여름이면 고픈 배를 잊게 하는 놀이로 매미 잡이 만한 놀이는 없었다.

오늘날에야 어린이를 위한 각종놀이기구와 장난감이 넘쳐나고 매미채도 흔하고 값도 싸지만,그 당시에도 매미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설사 있었다 해도 하루세끼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삶에 매미채를 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으려니와 설령 돈이 있었다 해도 가게가 있는 면사무소엘 가려면 어린 걸음으로 왕복 2시간은 족히 걸리는 산길을 걸어가 매미채를 산다는 것은 꿈과 같은 얘기다.

  

하지만 매미채는 농촌 어디에나 널려 있었다.

대마, 즉 다 자란 삼베를 베면 그 길이가 2~3m 쯤 되고 이것을 솥에 넣고 푹 삶아 그 껍질을 벗겨서 1~2m(삶으면 길이가 줄어 듬)쯤 되는 토막 삼베를 만들어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 토막삼베를 무릎에 올려놓고 침 뱉어 비벼 꼬아서 길쭉한 노끈을 만들어야 삼베실이 되고, 이 삼베실을 역시 할머니나 어머니가 베틀에 앉으셔서 세로로 여러 가닥이 2중의 수평으로 지나가는 틈에 삼베실 한 가닥이 들은 북을 왔다갔다 시키면서 사이를 촘촘히 다져주면 농부의 여름옷인 삼베가 짜여 진다.

하도 오래되어서 베틀의 이름도, 베를 짜는 방법도 설명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삼베는 너무 길어서 가마솥에 넣고 삶을 수가 없으니 삼베를 벨 철이 되면 드럼통을 길이로 반을 쪼갠 반쪽짜리 드럼통을 2~3개를 연이어 용접해서 만든 기다란 쇠솥에 넣고 삼베를 삶았으며, 그 삼베를 삶는 솥은 땔감이 즉석조달 되는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삶았다.

삶아서 껍질(삼베 실)을 벗겨낸 삼베대는 하얀 색깔에 길이기 2~3m쯤 되는 매미채를 만드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다.

어린 걸음에 아직 삼베를 삶지 않는 아침 일씩 종아리에 이슬방울을 털며 걸어가서 하얀 삼베막대를 갖고 나오곤 했다.

  

그 삼베 막대를 햇볕에 바싹 말린 다음에 공중에 여러 겹의 동심원을 그리고 매달려있는 거미줄에 막대의 끝에 침을 발라 갖다 대고 똘똘 말면 거미줄이 삼베 막대 끝에서 대추만하게 부풀어 오른다.

거미로서는 그의 먹이인 하루살이나 날파리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이 한 순간에 철거를 당하니 날벼락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 대추만한 거미줄뭉치에 침을 발라주면 오늘날 본드 보다도 더 접착력이 강한 아주 끈끈한 접착제가 된다.

이제 매미 잡을 준비는 100% 되었다.

그 매미채를 들고 매미가 우는 나무 밑으로 가서 나무에 붙어서 노래솜씨를 자랑하는 매미의 날개에 거미줄 접착제를 살짝 갖다 대면 순간 매미의 울음소리가 통곡으로 변하면서 퍼드득 거리지만 매미의 몸부림으로는 떨어지지를 않는다.

매미가 통곡을 하며 퍼드득 거리는 그 순간의 짜릿함과 기쁨이라니!

조심스럽게 매미채를 내려 날개가 찢기지 않도록 떼어내면 매미잡기 끝!

  

그렇게 잡은 매미를 보릿짚 역어 만든 여치 집에 넣어 두면 2~3일 살아있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여치 집 만드는 것도 설명을 하렵니다.

아주 쉽습니다.

오늘날 빨대모양으로 생긴 보릿짚을 2~30cm 쯤 되게 여러 개를 준비하고 가장 튼튼해 보이는 보릿짚 토막(5~7cm정도)을 2개(3개도 됨)를 열십자( )로 묶고 그 4(6)끝에 보릿짚을 끼워서 계속 옆으로 엮어 나가면 보기에도 아름다운 여치집이 됩니다.

5~6세의 어린이도 단 한 번만 보면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60년을 훌쩍 뛰어넘어서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의 나무에서는 수도 없는 매미가 가는 여름이 아쉽고 짧다고 24시간 합창을 해 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 밑을 거닐 다 보면 많은 매미들이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이미 움직임이 없는 죽은 매미에는 개미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만찬을 하고 있고, 더러 움직이거나 “맹-!”소리를 내며 퍼득이는 매미도 있습니다.

움직이는 매미는 모두 다 집어 몇 마리 달라붙은 개미를 “호-!”불어 털어내고 나무에 같다 붙여 줍니다.

며칠은 더 살 것입니다.

이게 60여 년 전 철 없을 때 매미들을 괴롭히고 잡았던 빚 갚음이 되려는지?

  

하도 오래간 만에 고향생각과 할머니어머니가 길쌈 하시던 모습과 매미 잡던 어린 날의 추억을 회상하려니, 비슷한 시기에 헤어졌던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 눈시울을 붉히는 것과 같이 눈 끝이 시려 와서 더 이상 글을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천우신조인가? 

아니면 하늘의 보살핌이었나?

삼베, 즉 대마를 생각할 때 마다 그 당시 또는 우리부모님세대 훨씬 이전부터 대마초의 환각작용을 알았더라면 우리민족의 운명이 어찌되었을지 아찔하기만 하다.

그 어려웠던 시절 농촌에 넘쳐나던 대마 잎을 말려두고 너도나도 대마초를 입에 물고 시름을 달랬을 것 아닌가?

아- 그랬다면?

  

그것을 모르게 한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 나 혼자 속으로 몰래하는 소리 ; 그때 대마 잎 한 뭉치만 감춰 뒀으면 

   떼돈이 되었을 터인데!

   아깝다.

IP : 119.149.xxx.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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