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가 큰 독에 포도과실주를 담으셨어요.
포도를 산더미처럼 사셔서 씻고 설탕 켜켜이 넣고 하셨던거 기억나요.
엄마가 만든 포도주 한입 맛보면 얼마나 달콤했던지.
우리 친가가 술에 무지무지 강합니다.
그런 유전적인 내력으로 저도 술에 정말 강해요.
제가 사회 초년병 시절에도 극 남초 환경인데
선배고 후배고 모든 남자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도
저 혼자 살아남아서 골아떨어진 남자들을 업고 날랐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근데 사실 저는 음주 좋아하지 않아요.
술이 쎄다보니 취하려면 너무 많이 마셔야 하고,
그러면 다음날에 반드시 두통이 오고 그게 넘 불쾌하더라구요.
남들이 몇잔 마시기만 해도 알딸딸해지는데 그런 신호가 저는 많이 마셔야 오거든요.
그러니 술을 마신다는게 즐겁다기보다는 고역인거죠.
남편은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시고 주량이 맥주 한잔입니다.
그러니 재미도 없어서 함께 마실 수가 없구요.
제가 취미삼아서 운동하는게 있는데
그 운동은 술 마시면 바로 실력이 저하되거든요.
운동하는 사람들이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 그러니까 술마셔도 끄떡 없고 아무 영향 없다.. 이렇게들 주장하지만
술마시면서 하면 실력이 저조하게 나오는 걸로 증명이 되어요.
또 운동을 하면 술이 쎄지니까 취하는 줄도 모르고 마실 위험도 있는거구요.
올해 초에 우리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이달의 와인' 이렇게
어떤 와인을 한달에 하나씩 특가로 판매하더라고요.
남편이랑 사와서 남편은 반잔, 나는 세잔.. 이렇게 와인을 맛보니 뭐 참 좋구나 싶었어요.
사실 우리집은 4개에 만원에 파는 수입맥주를 작년 여름에 산것도 아직 냉장고에 잠자고 있는데
와인은 맥주와는 또 다른 맛이기에 올해 초에 몇번 맛보았어요.
와인 맛이 이렇게 좋은데 참 늦게 눈 떴다 싶었어요.
그러다가 아무래도 제가 취미로 하는 운동 실력에 지장이 갈까봐
내가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는데 맛도 그냥 그런 와인 때문에 실력이 줄면 안되지 하는 마음에
와인도 딱 끊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와인도 사실 제게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 거라서 뭐 별로 술맛도 못 느끼는 거였다 싶어요.
어쨌건 이젠 뭔 축하할 일이 있어도
탄산음료 부어놓고 축하해야 할 것 같아요.
술이 쎈 사람은 술 마시는 것도 정말 불편한 일이예요.
어쨌건 안 마시기로 습관이 되니 그것도 그냥저냥 익숙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