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홀로 휴가

... 조회수 : 1,567
작성일 : 2018-07-20 18:52:16
휴가라고는 해도 너무 더워서 어디 가고픈 마음이 한톨도 들지 않아서 그냥 에어컨이나 플어놓고 티브이나 볼까 하다가 그래도 나가보자 하고 아침에 꾸물꾸물 일어섰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인접도시에 한적한 계곡을 검색해서 찾아갔습니다
띨띨한 네비 여사가 엉뚱한 곳으로 알려줘서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시간도 넘게 걸려서 돌아돌아 겨우 찾아갔습니다
가방에 책한권, 아이폰 플레이리스트에 꾹꾹 눌러담은 음악, 아이스 커피 한잔, 새우깡 한봉지 넣고 털래털래...

평일이라 그런지 더워서인지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이 조용하더군요
주차할 마땅한 장소도 그늘아래 있고 더 좋은 건 주차한 곳에서 30초 거리에 제 마음에 딱 맞는 계곡 자리가 있더라는 것.
겨우 탁족이나할만한 조그만 계곡이어서 아이들 물놀이도 못하는 곳이라 조용하고, 계곡전체가 나무그늘이 드리워져서 해도 안들고, 둘레길 바로 옆이라 가끔씩 인기척이 있어서 무섭지도 않고...

등산방석 깔고 앉아 무릎까지 계곡물에 담그고 책을 읽자니 얼마나 술술 잘 읽히던지...
아랫쪽으로 한커플이 자리잡고 윗쪽으로 접이식 야전침대를 들고 나타난 아저씨 한분, 더 윗칸에 탁족 나오신 어르신 부부 한쌍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서로 조용조용히 계곡의 시원함을 즐겼어요
자리잡자마자 핸드폰으로 전국에 폭염경고를 알리는 긴급 재난문자가 날아들었지만, 이 계곡엔 더위라곤 한점도 느낄 수 없었어요

바위에 앉아 책을 읽다가 트렁크에서 잠자던 캠핑의자와 돗자리까지 꺼내와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폈어요
계곡물에 의자를 놓고 앉아있자니,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책이고 뭐고 슬슬 잠이 오더라구요
한바퀴 둘러보니 야전침대 아저씨는 이미 꿈나라, 아래쪽 커플은 너럭바위에 자리잡고 길게 누워있고, 맨 윗칸 어르신들만 조용히 탁족 중
나도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이게 진정 피서구나 싶더이다.

내려가기 아쉬웠지만, 주섬주섬 챙겨 내려와서 점심과 저녁 사이의 애매모호한 냉면을 먹으러 갔어요
이 동네에 전국구로 유명한 평양냉면집이 있어서요
역시 시내로 내려오니 폭염경보의 위력이 제대로 느껴지네요
냉면은 여전히 시원하고 맛있지만 폭염경보 수준의 더위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긴 하네요
집으로 들어가려다 집앞 카페에서 3천원어치 에어컨 바람이나 좀 누리다 가려고 들어왔네요

근래에 가본 여행 중에 제일 흡족했던 코스였지 않나...
내일은 미술관만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오늘 갔던 그 계곡에 또 갈까 갈등 중...

조용한 피서를 원하면 유명하지 않은 집근처 계곡도 썩 괜찮은 선택 같아요
IP : 121.129.xxx.12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7.20 6:59 PM (118.42.xxx.168) - 삭제된댓글

    저도 어제 남편과 집에서 가까운 계곡에 갔었어요
    물소리 들으며 돗자리 펴고 누웠는데
    남편은 코골며 자더라구요
    물이 생각보다는 차지 않아도 계곡이 시원하긴 해요
    그늘엔 벌레가 많아서 모기만 조심하면 될것 같아요

  • 2. ...
    '18.7.20 7:02 PM (121.129.xxx.129)

    맞아요, 모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데 수십군데 물렸어요
    다음엔 잊지않고 모기기피제를 지참하리라 다짐...

  • 3. 멋져요
    '18.7.20 7:13 PM (183.109.xxx.87)

    혼자 잘하셨어요
    글만 읽어도 시원하고
    제가 힐링한 기분입니다

  • 4. ㅇㅇ
    '18.7.20 7:27 PM (180.230.xxx.96)

    정말 휴가를 즐기셨네요
    저도 생각해 봐야 겠어요 ㅎ

  • 5.
    '18.7.20 10:22 PM (61.82.xxx.129)

    멋지시네요
    삶을 즐길줄 아는 여유
    닮고 싶네요

  • 6. ㅌㅌ
    '18.7.21 5:29 AM (42.82.xxx.178)

    멋진분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6630 헉, 무간도 내용이 그런거였어요? 9 ㅇㅇ 2018/07/24 4,533
836629 결혼한 딸에게 아빠가 볼에 뽀뽀 29 아빠가출근할.. 2018/07/24 6,653
836628 선풍기와 써큘레이터 6 ... 2018/07/24 2,636
836627 살 째고 한땀 꼬맸는데, 항생제 꼭 먹어야되나요? 7 tranqu.. 2018/07/24 1,828
836626 더위 먹었을때 좋은 영양제 같은거 없을까요? 4 ㅇㅇ 2018/07/24 995
836625 표씨 sns 휴식 선언!! 29 참빨리도 2018/07/24 5,239
836624 이재명 쪽에서 쏘아올린 공이 결국 노회찬의원을 맞혔네요 6 ... 2018/07/24 1,485
836623 노회찬이 타살이라는 명백한 정황, 13가지 19 ... 2018/07/24 7,401
836622 생리전 이제 별게 다 떙기네요~~ 1 ..... 2018/07/24 1,408
836621 이 인간좀 안볼수 없을까요 3 ... 2018/07/24 1,290
836620 유기견 보호소에 식용얼음 보내면 어떨까요? 8 .... 2018/07/24 717
836619 TV조선, 노회찬 주검 이송 생중계 논란 4 쓰레기들 2018/07/24 2,125
836618 남편에게 티비 리모컨 사용법을 못 물어보는 ㄷ ㅅ 3 ㅎㅎㅎㅎㅎㅎ.. 2018/07/24 1,358
836617 야외수영장 몇시에 가면 좋을까요? ... 2018/07/24 286
836616 에어콘 계속트는게 전기세 적게 나오는것 확실해요? 16 참나 2018/07/24 5,852
836615 옛날 우리들의 어머니들 여름에 어떻게 사셨을까요? 9 모모 2018/07/24 2,578
836614 수학이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서 4 ㅇㅇ 2018/07/24 1,875
836613 중3인데 공부를 너무 안해요 12 중딩 2018/07/24 3,517
836612 대구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11 파란하늘 2018/07/24 1,377
836611 중학 학교운영위원회 ? 5 44 2018/07/24 786
836610 호주산 차돌박이 8 쇠고기 2018/07/24 1,879
836609 차별 안하고는 못사는 친정엄마 7 참나 2018/07/24 3,823
836608 목에 가래같은 이물질이 있어서 자꾸기침이나는데 어느병원 6 기침 2018/07/24 2,351
836607 내시경도구 세척잘하는 검진기관은 어디일까요 1 은설 2018/07/24 1,026
836606 이재명 '그것이 알고 싶다'측에 반론권 청구 등 다각 대응 모색.. 9 ㅎㅎㅎ 2018/07/24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