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양양 여행ㅡ두번째 이야기

은하수 조회수 : 5,942
작성일 : 2018-07-20 03:50:58
소나무 향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습니다.
남편을 깨워 양양 원룸 아파트숙소 근처 소나무숲길을
산책했습니다. 새벽 어스럼길에 작은 시냇가도
건너고 숲사이로 난 길을 걷다보니 수련이 곱게 핀 연못이
나와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아마 옛날엔 근처 논에 물을 대주던 곳이었을텐데
누군가 수련 몇뿌리를 가져다놓아 수련이 만개한 연못이
되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해준 그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즐겁게 산책을 마쳤습니다.

다시 시냇가 다리를 건너다 보니
물속 돌에 다슬기가 다닥 다닥 붙어있네요.
아마 물이 깨끗하고 맑아서 다슬기가
저리도 많이 살고 있나봅니다.

아침은 간단하게 서울에서 가져온
한살림 연두부와 사과로 떼우고
커피 한잔 마시고 양양 장 구경을 나섭니다.

할머니들이 가지고 나온
호박잎. 집앞텃밭 부추. 오이. 가지들이
가지런히 빨간대야에 담겨 손님을 기다립니다.

저는 자주감자가 꼭 사고 싶어
자주감자 펼쳐놓은 할머니들마다
얼마냐고 물어보며 장터를 헤매다녔습니다.

마침내 쪄먹기 좋은 작은크기의 감자를 발견하고
1박스에 얼마인지 여쭤보았습니다.
10키로 1박스에 만오천원이랍니다.
대박이지요. 바로 돈 드리고 차에 싣고
다시 장터를 돌아다닙니다.

인삼튀김이 먹음직 스럽더군요.
갓 튀긴 인삼튀김 2개 4천원을 주고
남편과 함께 먹었습니다.
바삭한 튀김속에 쌉싸름한 인삼맛이
느껴집니다. 뭔가 건강을 위한 보양식을
먹는 느낌이었어요.

양양이 복숭아로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복숭아를 가지고 나온 할머니가
많으셨어요.
다들 딱딱이 만원 5천원 팻말을 붙이시고
발그레 수줍은 붉은빛을 띈 복숭아를
팔고 계셨는데 한분이 백도 작은것 10개를
5천원에 팔고 계시네요.

만원에 8개짜리와 맛은 똑 같은데 크기가 작아
싸게 파는거라는 할머니 설명을 들으며
껍질이 좔좔 벗겨지게 잘익은 백도 10개를
5천원에 사고 흠집 딱딱이 복숭아 2개를 덤으로
얻어왔습니다.

숙소로 와서 먹어보니 백도는 달딘단 과즙이
줄줄 흘러내리는 정말 맛난 복숭아였고
덤으로 끼워준 더위에 열상입어 갈색빛 흉터를 지닌
딱딱이복숭아도 향기롭고 달기만한 최상급 복숭아였어요.

해산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어린한치 30마리 1박스를 사자고
자꾸 조릅니다.
딱 꼴뚜기만한 애기한치
살까말까 망서리는데 자꾸 딴분들이
사가네요. 이러다 못사면 남편과 한판 싸울수도
있겠다 걱정되어 과감하게 1박스를 삽니다.
1키로 정도 되는 무게였어요.

아파트가 숙소라 부엌이 있어서
한치를 깨끗히 씻어
끓는물에 살짝 삶아 먹어보니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이 특별하고
맛은 아주 좋았어요.
안샀으면 몰랐을 아주 맛있는 한치였습니다.
낙지.문어.오징어보다 더 맛있어요.
다음에도 꼭 사서 먹으리라 다짐할 정도였어요.
뭐든 시도해본다는건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일이네요.

한치를 사고 생선난전을 돌아보니
집게발이 억세보이는 특이한 게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다낭에서도 게요리를 매일 먹을정도로
게를 좋아하는 남편인지라 안물어볼수가 없죠.
등딱지 무늬가 엄청 화려한 그게의 이름은
금게 였습니다.

애기손바닥만한 크기 게 8마리에
만원. 1마리만 더달라고 부탁하니 인심좋게
2마리 더주시는 강원도 아주머니께 만원 드리고
양손 묵직하게 양양장을 즐겨봅니다.

송천떡마을 수리취떡도 사고
흑미찹쌀도너츠도 사고
텃밭에서 갓따온 오이도 샀습니다.

매월4일 9일이 양양장날 이라는데
다음에도 꼭 이날짜 중간에 끼워서
양양여행을 오리라 다짐했습니다.

점심은 양양시장안에 있는
공가네 옹심이 한그릇씩 먹고

하조대까지 구경하고 소나무숲속
아파트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금게랑 한치는 얼음을 얻어
가지고간 아이스박스에 잘 넣어서
끌고 다녀서 그런지 아주 싱싱했습니다.

금게를 물을 넉넉히 넣고 끓였습니다.
금게 삶은 물은 라면 2개 넣어 꼬들하게 끓여
저녁을 먹고 시원한 산미구엘맥주 1잔과
금게를 안주삼아 맥주 타임을 가져봅니다.

대학1학년때 만나 햇수로 30여년 함께 하면서
저사람을 위해 죽을수도 있다는
끓어 넘치던 그사랑이 이젠 알맞은 온도로
식어 마음 편히 함께 늙어가는 부부인지라
이렇게 좋은 안주에 시원한 맥주한잔이면
정말 행복합니다.

부족한 부인 만나 고생 많았습니다.
힘든 남편 만나 인생 파란만장 했지만
이렇게 훌훌 털고 여행와보니
옆에 있음에 진심 감사합니다.
IP : 36.38.xxx.5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하수
    '18.7.20 4:02 AM (36.38.xxx.5)

    금게는 크기는 작았지만 안에 싱싱한살이 꽉차 있었습니다.
    요맘때가 금게 철이라는데 사오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값도 싸고 맛도 좋은 게였습니다.

  • 2. jy2
    '18.7.20 4:28 AM (59.187.xxx.54)

    저도 기회 되면 가보고 싶네요^^

  • 3. 관음자비
    '18.7.20 4:29 AM (222.97.xxx.224)

    단편 소설 읽는 느낌이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 4. 연시공주
    '18.7.20 4:33 AM (218.55.xxx.86)

    정말 잘 읽었습니다.

  • 5. 이상적인 부부
    '18.7.20 5:18 AM (24.245.xxx.167)

    의 모습이네요. 저도 남편이랑 그렇게 늙어가고 싶은데..
    젊을 때부터 나한테 못되게 군 거,
    아이한테 소홀했던 거 데쓰노트레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늙어가네요. 에휴

  • 6. ㅇㅇ
    '18.7.20 5:29 AM (124.49.xxx.9)

    양양여행 2탄

  • 7. ...
    '18.7.20 5:46 AM (59.5.xxx.181)

    양양여행 1탄을검색하러 갑니다 ^^

  • 8. 아 같은 양양을 다녀왔는데
    '18.7.20 6:10 AM (175.125.xxx.154)

    부부 사이 좋은것빼고 차원이 다르시네요.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9. 카프리
    '18.7.20 6:10 AM (1.238.xxx.86)

    끓어 넘치던 사랑이 알맞은 온도로 식은... ㅎㅎ
    이른 아침에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두분 행복하시고 즐거운 여행 많이 다니세요

  • 10.
    '18.7.20 6:12 AM (58.232.xxx.106)

    수필한편 읽은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두분 여행이 눈에 그려져요

  • 11. ㅇㅇ
    '18.7.20 6:45 AM (223.33.xxx.67)

    글 잔잔히 참 잘 쓰시네요^^~
    1탄 읽어보고
    양양도 꼭 가보리라 다짐해봅니다.

  • 12. 지난달
    '18.7.20 7:00 AM (1.234.xxx.114)

    양양장가보니 진짜 살거많고좋더군요
    또가고싶어요
    더불어원글님 글 너무이쁘게쓰시네요

  • 13. . . .
    '18.7.20 7:43 AM (59.12.xxx.242)

    양양여행 2탄! 정말 즐거운 여행 하셨네요! 당장 가보고싶네요!

  • 14. 양양 복숭아
    '18.7.20 7:53 AM (116.121.xxx.93)

    정말 맛있던 기억이 있어요 향기롭고 알맞은 당도에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양양 복숭아는 전국적으로 팔지는 않는지 구할 수가 없는게 아쉬워요

  • 15. 글을
    '18.7.20 8:24 AM (180.70.xxx.52)

    정말 심플하고 담백하게 잘 쓰셨네요.. 더불어 저의 부부관계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훗날 양양 여행을 위해 저장합니다~

  • 16. 글 속에서
    '18.7.20 8:30 AM (61.109.xxx.226)

    그 알맞은 온도와 편안함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마지막 두 단락은 제 얘기인줄...
    나무와 하늘, 돌과 물, 재래시장까지 좋아하는 저를 양양으로 부르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잔잔한 행복 누리며 사시기를.

  • 17.
    '18.7.20 8:33 AM (110.10.xxx.161) - 삭제된댓글

    재래시장 풍경이 막 그려지면서 너무너무 갖고싶어요
    금게 한치 복숭아 다 먹고싶어요 ㅠㅠㅠ

  • 18. 저도 가요
    '18.7.20 8:38 AM (121.145.xxx.242)

    저 원글님 첫번째 이야기 읽구요,ㅋㅋ 남편 꼬셔서 여름휴가에 속초 양양 강릉갑니다,ㅋㅋ
    저도 후기 남길께요^^
    감사해요 ㅎㅎ

  • 19. 은하수
    '18.7.20 8:43 AM (36.38.xxx.5)

    많은분들이 저희부부가 누린 양양의 행복을 누리시길 빕니다. 새벽에 나서면 서울에서 양양까지 2시간이 채 안걸립니다.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었네요.

  • 20. ...
    '18.7.20 8:43 AM (118.221.xxx.222)

    이 글 읽으니 당장 양양으로 떠나고 싶네요.

  • 21. 마지막
    '18.7.20 8:50 AM (61.83.xxx.237)

    양양 이야기보다
    마지막 단원글이 감동입니다.

  • 22. metal
    '18.7.20 9:12 AM (121.67.xxx.200)

    ^^미소짓게 만드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휴가때 양양 여행인데요.. 연꽃보고싶은데.. 어디 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23. ..
    '18.7.20 9:17 AM (218.148.xxx.195)

    원글님 수필같은 여행후기 잘 봤습니다
    저도 양양을 참 좋아하는데 다음에 갈때 참고할께요~

  • 24. ☆☆
    '18.7.20 9:24 AM (211.49.xxx.65)

    양양 여행ㅡ두번째 이야기
    정다운 시골 장이 눈에 그려지네요

  • 25. 은하수
    '18.7.20 10:08 AM (36.38.xxx.5) - 삭제된댓글

    metal님. 숙소가 원룸아파트라 모텔보다 좋았어요.
    중고나라에서 양양 설악실크벨리아파트로 검색하시면
    저희가 머물고 있는 숙소 나옵니다. 이번주까지는
    4인가족 5만원이라고 하네요 가성비 좋아요

  • 26. 은하수
    '18.7.20 10:13 AM (36.38.xxx.5)

    metal님. 알려드려도 될런지요.
    원룸아파트라 모텔보다 쾌적하고
    무엇보다 근처에 고향산천이라는
    만원짜리 약수 돌솥밥집이 있어서
    좋네요. 중고나라에 설악실크벨리아파트로
    검색하시면 숙소 나옵니다.
    다음주 목요일까지 4인가족 5만원이라고
    합니다.

  • 27. 파란궁
    '18.7.20 10:21 AM (117.111.xxx.191)

    탁한 글들만 보다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고 맛이 느껴지는 묘사며 긍정 느낌이 산뜻한 글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당장 양양으로 나들이 가고파지게해줬어요 ^^

  • 28. ..
    '18.7.20 10:50 AM (121.167.xxx.127)

    정말 예쁜 글이네요.
    당장이라도 양양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앞으로도 여행 많이 다니시고
    미소 지어지는 글도 많이 남겨주세요.

  • 29. metal
    '18.7.20 10:55 AM (112.217.xxx.171)

    은하수님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30. 그러게요
    '18.7.20 11:03 AM (123.212.xxx.200)

    수필 한 편읽은 느낌입니다.
    저도 남편이랑 양양으로 여행계획 잡고 싶네요^^

  • 31. 코스모스
    '18.7.20 2:01 PM (59.4.xxx.75)

    저도 시장구경 가는거 참 좋아라 하는데
    정겨운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강원도로 여행을 몇년전에 가 보았어요. 참 좋더라구요.
    먼 지역이라 가고파도 잘 못 가는데 양양으로 여행을 함 떠나봐야 겠어요.

  • 32. mamahelen
    '18.7.20 4:58 PM (223.38.xxx.59)

    은하수님 양양 여행후기 잘 봤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낙산사 좋아해서 가끔 가는데 좋은정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 33. 여사
    '18.7.22 7:00 AM (122.42.xxx.21)

    양양 오일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정했어요.
    올해 안에 꼭 가봐야겠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6442 [참여요청]당원이 만드는 민주적 민주당-의견 모아서 서명 운동합.. 신비한파란색.. 2018/07/23 426
836441 여름 이제 시작인거 겠죠? 5 ㅠㅠ 2018/07/23 2,202
836440 폐경전에 살찌나요? 8 50 2018/07/23 5,627
836439 대권주자 다 무너지네 55 Freeas.. 2018/07/23 9,724
836438 뭔가 돌아가는 판 자체가 무섭네요.. 7 ... 2018/07/23 3,747
836437 노회찬 의원 자녀가 없으셨군요... 15 밥심 2018/07/23 27,702
836436 이재명 지사·은수미 시장 조폭 유착 제기에 시청자 반응은? '시.. 29 기레기 2018/07/23 5,183
836435 점심 대충먹는 직장때문에 힘들어요 ㅠ 23 ㄷㅅㄷ 2018/07/23 7,523
836434 42세... 이혼하고 싶어요. 3 지혜를 주소.. 2018/07/23 9,370
836433 수능시계 아무거나 해도 되나요? 10 2018/07/23 1,413
836432 맘충이란 말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7 ... 2018/07/23 1,410
836431 노회찬의원님 짧은토크.. 6 ㅇㅇㅇ 2018/07/23 2,479
836430 아시아나 정상화 되었나요? 1 보이저 2018/07/23 680
836429 잘때 에어컨 27? 28도? 14 대서 2018/07/23 6,471
836428 사회성좋고 친구많은 남자들 가정에도 잘하나요? 4 abcd 2018/07/23 2,418
836427 아 노회찬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12 눈물만ㅠ 2018/07/23 3,093
836426 빙수용 팥 삶았는데 6 빙수야 2018/07/23 1,356
836425 더위 동물들한테도 못할 짓이네요. 2 ㅠㅠ 2018/07/23 1,736
836424 에어컨을 결국 살려고 하는데 설치가 빨리 안되네요 3 ... 2018/07/23 2,130
836423 아래 인당 5억 글... 1 ... 2018/07/23 2,615
836422 아랫집 욕실천장 누수 된다는데.. 6 ㅇㅇ 2018/07/23 4,021
836421 가슴이 체질상 처지는 사람 있나요? 8 ... 2018/07/23 2,806
836420 맞벌이 부부 각자 5억씩 모으기로 했어요. 11 2018/07/23 9,009
836419 해운대 가는데 준비물 뭐가 있을까요? 11 R.r 2018/07/23 1,592
836418 Bmw520d 타시는 분들ᆢ 6 2018/07/23 3,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