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이 43세
지방 어느 작은 도시의 소수 직렬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이라고 합니다. 5급이죠. 이 5급이 행정 고시 패스한 사람들이 시작하는 단계이고
저처럼 하급 공무원에게는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단계이기도 합니다.
저는 인원수가 많은 행정직이 아니라
완전 소수 직렬이에요.
저는 사회성이 아주 부족한 사람이에요. 윗사람한테 잘하는 것도, 모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술 자리도,
아부하는 것도 싫어요.
그냥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게 좋아요.
하지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고, 업무를 새롭게 발굴해서 신규 사업을 하는 건 가끔 연말에 특이사항 발표 때나
좋은 일이지, 제 인생에 큰 플러스는 되지 않더라고요.
그냥 일개미처럼 사는거죠.
저희 승진 티오는 한 자리입니다.
이 한 자리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이번 7월 인사에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서로 시청의 그 자리를 가겠다고 2명이 난리를 피워 내년 1월 인사로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하면 어디인지 알 것 같아 상세 내용은 생략 할게요.
시청의 자리를 탐내는 사람은 저 포함 3명입니다.
두 사람은 남자이고, 저 혼자 여자에요.
경력도 호봉도 제가 제일 높아요.
그런데 그 두 남자는 항상 저를 빼놓고 ^^ 승진 대상자를 자신들만 생각해요.
심지어 저희 셋 중 둘은 동갑이랍니다.
제일 늦게 들어오신 분이 저보다 4살이 많고, 저 다음에 들어온 사람이 저와 동갑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업무 역량은 셋이 비슷비슷해요.
공무원 일이라는게 큰 실수만 안하면 비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없거든요.
나이가 제일 많은 분은 나이가 제일 많지만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열심히 로비를 하고요.
두번째로 늦게 들어온 사람은 저한테까지 밀리면 아예 승진을 못하고, 늦게 들어온 사람보다 1년이나 일찍 들어왔는데 밀릴 수 없다며 제일 열심히 움직여요.
저와 친한 사람들도 저에게 왜 인사 상담을 안하느냐, 네가 제일 먼저 들어왔는데 네 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닥달 아닌 닥달을 하고, 옆에서 추임새를 놓습니다.
저는 그런 로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43세나 먹고도 말이죠.
저는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시험을 봐 공무원이 된 케이스에요.
피라미드 구조에서 사무관 승진을 위해 일이 아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한다는 것이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가끔은 제 밥그릇도 못 찾는 바보 같기도 해요.
제가 가장 듣기 싫은 건 옆에서 하는 비교에요.
밀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도 가서 인사 팀장이랑 총무과장 만나봐. 줄 없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요.
마치 게임하듯, 사람을 장기판의 장기 두듯 훈수하는 사람들이요.
이런 사람들로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가끔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는 마음이 답답해 잠을 못 자요.
승진 못하면 나는 낙오자 같고
이런 바보 같은 생각도 들고요.
자는 아이 바라보며, 우리 아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남편 무탈하고 부모님 건강하고 이런 건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자꾸만 큰 걸 바라고,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제 자신이 바보 같아요.
경쟁 못하는 제 경쟁력 없음에 한숨도 나오고요.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밤 입니다.